커넥트현대가 연결하고자 한 건 세대가 아니었을까요?

- 모든 세대의 만족을 추구하는, 광역형과 지역형 사이의 하이브리드 점포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도전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점포 브랜드인 ‘커넥트현대’가 부산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커넥트현대’는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연결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백화점의 고급 상품, 아웃렛의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문화·예술 체험을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통 업계 전반에서 이러한 쇼핑을 넘어 다양한 체험을 함께 제공하는 몰링 경험을 제공하는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롯데쇼핑의 ‘타임빌라스’, 이마트의 ‘스타필드 마켓’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은 다양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점포 브랜드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현대백화점은 이미 ‘더현대’라는 브랜드를 통해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 바 있는데요. 이번 ‘커넥트현대’는 특히 중소형 지방 점포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형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커넥트현대’가 기존 ‘더현대’와 어떻게 다르고, 지방 중소형 상권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직접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세대를 연결하는 쇼핑 공간

커넥트현대의 첫인상은 '신기하다'였습니다. 고디바 베이커리 앞에 길게 줄 선 20대 고객들부터, 유모차를 끌고 방문한 30~40대 부모 고객, 그리고 개인 카트를 끌고 다니는 시니어 고객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데 어우러져 점포를 가득 채우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은 평소 쉽게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보통 점포마다 주요 타깃 고객층이 뚜렷하기 마련이니까요. 특히 요즘은 특정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맞춤형 전략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더현대 서울은 2030 고객을 집중 공략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실제로 더현대 대구의 경우, 2030 방문객 비율이 다른 점포(27%)에 비해 1.5배 높은 42%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층별로 전략적으로 구성된 콘텐츠 덕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더현대 대구는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전 층을 2030 고객에게 맞춰 기획했습니다. 국내 신진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와 신명품, 영캐주얼 라인에 힘을 실었죠. 커넥트현대 역시 지하 1층을 '뉴웨이브'라 명명하고, 스탠드오일,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세터 등의 트렌디한 브랜드를 배치해 2030 고객을 겨냥한 건 비슷했습니다.

특정 연령대만 공략하기보다는,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콘텐츠 구성이 눈에 띕니다특정 연령대만 공략하기보다는,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콘텐츠 구성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나머지 층들은 확실히 다른 세대들도 배려한 구성이 돋보였는데요. 4층에는 ‘살롱 1995’를 조성해 시니어와 마담 고객을 위한 전용 브랜드 공간을 마련했고, 7층은 '키즈 플레이그라운드'로 자녀와 함께 온 가족 고객을 겨냥했습니다. 더현대가 키즈와 골프 같은 섹션을 과감하게 줄였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죠.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백화점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던 5060 패션 브랜드에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한 것입니다. 이는 커넥트현대가 많은 언론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단순히 MZ세대만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 고객까지도 모두 포괄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더현대에서 성공적으로 검증된 충분한 휴게 공간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각 층마다 카페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쉴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었고요. 어린이들이 예술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모카플러스', 책과 베이커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이퍼 라운지' 등 감각적인 공간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공간들은 특정 연령대를 지향하기보다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구성을 염두에 둔 듯했는데요. 10대 후반부터 60대 이상 시니어까지 모두가 편안하게 쇼핑과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점포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광역형도 아닌데, 지역형도 아닌

커넥트현대가 이러한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작은 체급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차별화된 경험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면적이 작은 점포는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쉽습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죠. 더현대 서울이나 판교점 같은 대형 점포들은 오히려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요. 지방의 중소형 점포들은 '지역 1번점 전략'을 앞세운 신세계 백화점의 대형 지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더현대 대구는 신세계 대구와의 경쟁에서 트렌디한 콘텐츠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대응했습니다. 몰링 경험에서 밀리더라도 힙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다른 형태의 광역형 점포로 자리 잡으려 한 것이죠. 하지만 이는 더현대 대구가 영업 면적 16,970평을 자랑하며 현대백화점 내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큰 체급을 가졌기에 가능한 전략이었습니다. 반면, 커넥트현대는 영업 면적이 8,462평으로 부산 주요 백화점 중 가장 작은 규모입니다. 심지어 영화관 같은 몰링 요소도 없고, 상권도 고령화로 쇠퇴하고 있는 데다가, 점포 접근성마저 떨어지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족한 체급을 알고 있기에, 커넥트현대는 광역형과 지역형의 사이의 하이브리드 점포를 추구합니다부족한 체급을 알고 있기에, 커넥트현대는 광역형과 지역형의 사이의 하이브리드 점포를 추구합니다

이처럼 커넥트현대는 광역형 점포로 경쟁하기에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지역형 점포로만 생존하기에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커넥트현대는 다양한 점포 유형의 장점을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는데요. 시니어 고객을 유지하면서도, 신규 아파트 단지의 가족 고객을 끌어들이고, 더현대에서 검증된 트렌디한 콘텐츠를 도입해 2030 세대까지 유입시키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이케아 팝업이 열리는 한편, 다른 한쪽에는 대형 다이소 매장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관광객들이 선호할 것 같은 부산 로컬 브랜드들이 모인 ‘부산행복상회’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색소폰 레슨, 건강 요가 강좌를 제공하는 문화센터 '컬처커넥트'가 공존하는 모습 역시 흥미로운데요. 이처럼 지역 고객을 확실히 확보하면서, 일부 광역 고객들까지 유입시켜 점포의 생명력을 연장하려는 전략은 성공한다면, 지방 중소형 점포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체급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모든 세대를 만족시키면서 광역형도 지역형도 아닌 ‘하이브리드 점포’라는 전략은 양날의 검일 수 있습니다. 여러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강점이지만, 그 어떤 고객층에게도 다소 ‘애매한’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의 전통적인 정체성을 포기하고 새로운 조합을 과감하게 선보인 만큼, 커넥트현대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죠.

다행히 커넥트현대는 개장 초반부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출 목표를 3배 이상 초과 달성했고, 특히 2030 세대의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지속하려면, 꾸준한 신규 콘텐츠 제공과 신선한 경험이 필수입니다. 고객들이 다시 방문할 이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니까요.

현대백화점은 이 같은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과 같은 핵심 점포의 성공 사례를 다른 점포들과 함께 공유하는, 일종의 ‘콘텐츠 낙수 효과’를 노리고 있죠. 더현대 서울에서 성공한 콘텐츠를 커넥트현대를 비롯한 여러 점포로 확장하는 전략인데요. 이번 커넥트현대의 초반 흥행을 이끈 고디바 베이커리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3번째, 국내에서 2번째로 열렸다는 점에서 고객들이 몰려들었는데요. 바로 직전에 오픈한 1호점이 더현대 서울에 자리 잡고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결국, 더현대 서울의 검증된 콘텐츠를 다른 지역의 점포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지속할 수 있느냐가 커넥트현대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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