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테크(AgTech)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팜 트렌드와 혁신적인 농산물 생산 기술을 선보이는 ‘케이팜 2023’이 많은 농업인,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일산 킨텍스 제2 전시장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애그테크 기획관’이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첨단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농축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 로 하는 자원투입의 효율화, 생산성, 지속가능성 증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투입되는 첨단기술을 의미한다.
이번 행사에서 선보인 애그테크 기술은 우리 농촌이 직면한 노동력 감소를 대체하고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솔루션들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
이에 테크42는 이번 행사 현장에서 만난, 저마다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애그테크 업체들을 소개한다.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첨단 농업용 로봇 브랜드 ‘고고팜’을 선보인 에스엔솔루션즈를 비롯해 가정용 텃밭활동에 최적화된 살내농업 제품을 선보이는 씨더스의 ‘재배의 정석’, 반도체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 2017년 창업 후 독자적인 기술로 인도어팜 인프라를 개발하는 종합 솔루션 스타트업 넥스트온이 그 주인공이다.
보안 솔루션 기업 퇴사 후 귀농 이어진 농업용 로봇 개발 스타트업 창업
에스엔솔루션즈는 인공지능 농업용 로봇 브랜드 ‘고고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난 2019년 설립됐다. 현장에서 만난 고원석 에스엔솔루션즈 대표는 보안 솔루션 업체에서 근무하다가 퇴사 후 경북 안동에 귀농을 한 케이스다. 고 대표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귀농을 선택했다”며 “농업용 로봇의 시장성을 보고 도전 중”이라며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처음에는 IT와 관련된 전반적인 배경 지식 뿐이었죠. 귀농도 사실 계획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어요. 초기 2~3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시작해 로봇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면서 지금은 직원들도 10명 정도로 늘어났죠.”
이번 행사의 애그테크 기획관에 선보인 고고팜 브랜드의 로봇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동 수확로봇 ‘로봉이’와 무선 조종 예초로봇 등이다. 이미 상용화돼 판매되고 있는 예초로봇의 경우 가솔린 엔진과 리튬 이온 배터리를 선택해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원격제어를 통해 조정하며 과수 밑 작업이 가능한 사이즈로 개발됐다. 과수 사이에 잡초 제거를 목적으로 개발된 예초로봇은 추가적으로 자율 주행 기술을 탑재 해 스스로 농장을 돌아다니며 작업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적용할 예정이다.
고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곧 사용화를 앞두고 있는 자동 수확로봇 ‘로봉이’다. 자율주행을 비롯해 농작물의 위치와 상태 확인, 관제 플랫폼이 결합된 이 로봇은 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 실증센터에서 상용화를 위한 실증이 진행 중이다. 핵심은 수확물에 상처를 내지 않고 상품성을 유지하며 수확하는 기술이다. 현재는 토마토, 오이, 딸기 품목을 대상으로 개발 중이다. 이 로봇은 내년 상반기 온실용 상용화에 이어 내후년 노지용 상용화를 이뤄 낸다는 것이 고 대표의 목표다. 고 대표는 “기술 적용과 상용화 사이에서 농민들이 채택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우선은 상용화에 방점을 두고 솔루션 개발에 집중한 상황입니다. 향후에는 부품 등의 국산화도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데이터를 쌓고 있는 중인데 어느 정도 데이터가 확보되면 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 품목도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 문제죠. 그래서 저희는 적정 기술을 적용해 농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흙 재배의 장점을 살린 재배기로 가정에서 수확의 즐거움 만끽
가정에서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어지간한 관심과 정성이 아니면 쉽지 않다. 하물며 전문적인 지식 이 없는 일반인이 섭취가 가능한 농산물을 집에서 재배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식물 유전체 분석 전문 업체 씨더스에서 선보인 ‘재배의 정석’ 브랜드는 이러한 가정용 농산물 재배를 쉽게 할 수 있는 재배기 ‘파쯔파쯔’를 비롯해 흙, 씨와 종자 등을 통합으로 제공하고 있다.
식물성장 LED와 흙 재배의 강점을 모두 살린 ‘파쯔파쯔’는 가정 내에서도 충분히 배치 가능한 12구, 4구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구입 시 제공되는 흙을 재배기에 넣고 종자를 심은 후 물통에 물을 채워 넣으면 저면 관수 방식으로 수분이 자동으로 흙에 흡수되니 따로 물을 주는 등의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정우 씨더스 책임은 “식물이 튼실하게 자랄 수 있는 흙 재배의 장점을 극대화했다”며 “수경 재배기에 비해 키울 수 있는 식물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식물 성장에 필수인 빛, 수분, 흙(영양분)이 모두 이 재배기 한 대를 통해 식물에 공급되죠. 따로 흙을 구할 필요없이 구입하실 때 상토와 싸앗모둠이 모두 제공됩니다. 현재는 입채소류 6종류, 토마토, 미니무 등을 포함해 총 12종류의 씨앗을 재배할 수 있죠.”
반도체 전문가들이 설립한 인도어팜 회사, 5년만에 글로벌 시장 노크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았던 참여사 중 하나는 넥스트온이었다. 넥스트온은 서울반도체 조명사업본부장(사장)을 지낸 최재빈 대표가 지난 2017년 설립한 회사로 인도어팜 통합 솔루션을 개발해 빠른 성장을 이어왔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창업 이듬해인 2018년 폐터널인 충북 옥천터널을 세계 최대 터널형 인도어팜으로 개조해 기술 실증은 물론 솔루션을 활용한 대량 생산을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이어 지난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저온성 작물인 딸기의 인도어팜 양산에도 성공했다.
이러한 넥스트온의 성공은 특수 LED 기술이 바탕이 됐다. 독특한 붉은 빛이 트레이드마크인 넥스트온의 특수 LED 기술은 자체설계를 통해 식물이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파장을 내면서도 발열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전력 소모량이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만난 심송이 넥스트온 브랜드전략팀 팀장은 “발열량은 공기를 데워 냉방비까지 추가되는 이슈가 있다”며 “여러가지 측면에서 특수 LED는 전기 사용량, 발열량 등 다양한 비용 면에서 타사 대비 월등히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넥스트온의 사업은 인도어팜 통합 솔루션 부문과 이를 통해 일반 엽채류 및 고부가 과채를 대량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업 부문, 고기능성 바이오 소재 개발 부문으로 나뉜다. 특히 넥스트온은 올해 초 중동국가인 쿠웨이트으 투자사 미와리드 홀딩스와 합작사 ‘넥스트온 미나’ 설립하고 인도어펌 통합 솔루션을 내세운 해외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심 팀장은 “이번 합작사를 통해 중동의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람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에 2400평 규모의 인도어팜 10곳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넥스트온 미나가 구축하는 인도어팜 한 곳에서 생산되는 엽채류는 하루 2톤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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