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가 시작된 지, 2년 차. 인간의 삶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아마 마스크 착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치료제는 커녕 백신도 없던 때부터, 마스크 착용은 지금도 코로나 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어책이다. 마스크는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공중도덕의 하나로 취급되어 이제는 마스크 없이는 공공장소에서 머물 수도 없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라텍스 장갑 등 개인 보호물품들도 코로나 시대의 생필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고마운 코로나 시대의 생필품들이 또 다른 지구의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금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평균 2.3일당 한 개의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를 일일기준으로 추산하면 하루 2,000만개의 마스크가 버려지는 것이다. 세계는 어떨까? IISD(The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이 시작된 이후, 세계적으로는 매달 1,290억 개의 안면 마스크와 650억 개의 플라스틱 장갑이 버려지고 있다고 추산했다.
과학 저널 <동물 생물학> 최근호의 보고에 따르면, 폴란드 바르샤바의 참새는 의료용 장갑으로 둥지를 짓고, 영국에서는 마스크와 장갑에 얽힌 고슴도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마스크와 장갑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집게에 달린 마스크를 떼어내지 못하는 게와 문어가 나타났다. 피해를 본 동물들의 종류와 그 범위는 전 세계에 분포되어있으며, 아주 광대하여 육상에서부터 시작하여 해양 생태계까지 이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 '플라스틱 팬데믹'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인 보호장비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배달음식 급증 등으로 인하여 폭발적으로 사용된 일회용 용기 등 이 모든 것들의 주재료는 바로 '플라스틱'이다. 성형하거나 가공하기 쉽고, 가볍고 수명이 긴 플라스틱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 주었지만, 이제는 그의 역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이 67.4kg으로 벨기에에 이어 글로벌 2위라는 2020년 유로맵 통계가 있을 정도로 플라스틱 '악당국'이다. 이 플라스틱은 땅에서 완전히 썩어 없어지기까지 450년이 걸린다. 무턱대고 태울 수도 없다. 플라스틱을 태우면 1톤당 2~3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활용을 위해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분리하고 씻어서 배출하지만, 사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10% 초반대에 그친다. 대부분이 땅에 묻히거나 바다에 버려진다.
플라스틱의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바다로 떠내려간 플라스틱이 파도와 바람 등 물리적인 힘과 태양에너지로 인해 잘게 분해되어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1밀리미터 이하의 플라스틱을 말하는데, 0.1~1000마이크로미터 이하는 마이크로플라스틱, 0.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조각은 나노 플라스틱으로 구분할 정도로, 그 크기가 아주 작다.
일회용 마스크의 주요 소재는 폴리프로필렌(PP)이다. 일회용 식품포장 용기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 계열 소재이며, 이 밖의 폴리스타이렌(PP), 폴리카보네이트(PC), 나일론 역시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플라스틱 소재 모두는 자연풍화와 분해과정에서 초미세화된다.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한 '수산물 체내 잔류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및 인체 노출량 조사' 결과를 보면,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의 식탁까지도 점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노량진 시장(서울)과 자갈치 시장(부산), 그리고 서부 농수산물 도매시장(광주)에서 구입한 국내산 수산물과 수입산 품목 각각 98.7%, 95.5%의 미세플라스틱 검출 빈도를 보였다.
식탁에 오른 미세플라스틱은 실제로 인간의 몸에서 발견되고 있다. 미국 뉴욕대 의대 소아과 및 환경의학과, 중국 난카이대 환경과학부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회보'에 발표한 인간의 미세 플라스틱 노출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대변 샘플을 체취하여 질량분석법으로 PET와 폴리카보네이트(PC)의 검출을 비교분석 하였는데, 그 대상은 30~55세 남녀 10명과 갓 태어난 영아 3명, 1살 된 유아 6명 등 무작위로 선정하여 실험했다. 그 결과, 모두에게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고, 유아의 경우, 성인보다 PET 농도가 성인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유아용 제품에서 사용된 PET로 인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폴리카보네이트 검출 비교에서는 성인과 영유아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검출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영아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변인 '태변'을 분석한 결과, 여기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엄마를 통해 몸속 미세 플라스틱이 이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0.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폴리스타이렌이 생체 내로 어떻게 흡수되는지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을 정도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다만, 세포막을 통과할 정도로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신체 기관에 염증을 유발하거나, 함유된 독성물질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다. 실제로 세포나 동물실험 결과를 통해 드러난 것은, 체내의 미세 플라스틱이 세포막을 가로질러 혈관이나 호흡기 등의 순환계로 들어간 뒤, 오랫동안 몸에 남아 세포사멸, 염증반응, 대사 장애 등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용식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물류, 재활용, 처리 기술과 정책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생산·소비 체인의 설계 및 분석이 필요하다." 며 "폐기물의 사회 경제적 및 환경적 영향을 줄이려면 쓰레기 생성, 수거, 운송, 재활용 및 처리 등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기에,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애초에 덜 쓰는 것이 중요하다. 플라스틱의 사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배달음식을 자제하거나 용기를 가져가 테이크아웃을 하는 등 일상의 실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마스크 재사용에 대한 과학적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해도 괜찮은지, 재사용한다면 어떤 처리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과학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위기이다. 플라스틱의 환경역습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모두 지금 당장 일상의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또 다른 환경 팬데믹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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