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대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쿠팡의 글로벌 확장 시도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작년에 일본과 대만에서 퀵커머스 형태로 진출한 바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드디어 쿠팡의 핵심 서비스라 할 수 있는 '로켓 배송'을 전국 단위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결이 다릅니다. 물론 여전히 테스트라는 꼬리표를 달아놓긴 했지만, 아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면 대대적인 확장에 나설 것이 분명하고요.
그리고 이러한 쿠팡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들 또한 많습니다. 우선 퀵커머스 자체가 생각보다 확장하기 어려운 비즈니스이고요. 높은 변동비로 인해 비용 관리도 어렵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흑자를 내는 곳이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빠르게 로켓 배송으로 전환한 것이 오히려 좋다는 겁니다. 또한 대만이라는 시장이 매력적이면서, 쿠팡에게도 매우 어울린다는 의견들도 있는데요. 인터넷 사용률은 높은데 온라인 쇼핑 침투율은 낮고, 인구 밀도도 높아서 배송망 구축에도 유리합니다. 특히 온라인 쇼핑 시 이용 비중이 80%를 넘을 정도로, 편의점 택배가 발달되어 있다는 것도 포인트인데요. 집집마다 배송을 안 해도 되니 적은 물량으로도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본과 달리, 절대적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 형태의 경쟁구도를 가졌다는 점에서 쿠팡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도 충분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쿠팡의 성공을 낙관할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대만이라는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하더라도, 여기를 파고들 쿠팡의 혁신이 이제는 낡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후발주자로 출발하여, 국내 1위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도약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크게 2가지 측면의 고객 경험 혁신이 주효했다고 보는데, 그것은 바로 모바일 퍼스트와 빠른 배송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모바일 쇼핑은 이미 글로벌에서 모두 대세가 되어간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에선 이러한 모바일 퍼스트를 통해 이커머스 강자로 올라선 쇼피가 존재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빠른 배송은 어떨까요? 아직 이커머스 침투율은 우리에 비해서 낮지만, 대만에서도 이미 '빠른 배송 경쟁'은 시작된 상태입니다. 무려 2007년부터 PChome은 익일 배송 형태의 서비스를 시작하였고요. momo는 중소형 물류센터를 연이어 확장하고, 쇼피는 슈퍼마켓들과 협력을 통해 물류 역량을 갖추는 등, 시장 내 상위 플레이어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물류 전쟁을 수행 중입니다.
그래서 쿠팡이 퀵커머스를 포기하고, 로켓 직구와 로켓 배송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편한 것 역시 이러한 물류 기반 격차에서 나왔다는 현지 분석도 있을 정도인데요. 이번에 테스트하는 로켓 배송 역시 자체 물류가 아닌, 3자 물류 기반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쿠팡이 무언가 물류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긴 어렵다는 거죠.
물론 쿠팡이 진짜 밀고 있는 건, 로켓 직구라는 해석 또한 존재합니다. 이번에 힘을 실은 것도 사실 로켓 배송 테스트보단 로켓 직구 서비스 출시이기도 하고요. 이는 최근 점차 커지고 있는 크로스 보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건데, 한국 문화가 여전히 대만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쿠팡이 브랜드의 'Born in Korea'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하고요. 다만 대만의 사업자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미리 읽고, 이미 주요 소매 채널에 한류 기반의 상품과 브랜드들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과연 얼마만큼의 파괴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현재의 쿠팡을 만든 것이 손정의 비전펀드 투자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진 못할 겁니다. 남의 돈으로 더 빨리,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레버리지 투자'로 쿠팡은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는데요. 쿠팡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 경제의 해자를 통해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렸습니다. 그 덕에 드디어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고요.
이처럼 쿠팡의 혁신은 결코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막대한 대가를 지불했기에 가능했던 거였죠. 그래서 적어도 당장은 대만에서 쿠팡이 큰 성공을 거둘 순 없을 겁니다. 투자 없이 얻는 결실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쿠팡에게 해외 진출은 정말 절실합니다. 국내 시장 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곧 찾아올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쿠팡은 아마 타이밍을 재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올해 내 분기 흑자 전환 혹은 내년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면 어떻게든 추가 투자 여력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현재 모델로는 어렵다는 걸 쿠팡 내부에서도 알고 있을 겁니다. 과연 쿠팡은 손익 개선을 통해 투자 타이밍을 잡고, 이번 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혁신 포인트도 찾아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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