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ARM 특허소송전… 감춰진 내막과 향배는?

ARM이 퀄컴을 특해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퀄컴의 노트북,PC분야로의 칩사업 확장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사진=ARM, 퀄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영국 세계적 칩 설계용 아키텍처(코어) 판매회사인 ARM이 돌연 퀄컴을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제소했다. 이 소송은 ARM의 소유주인 소프트뱅크가 이 회사를 곧 기업공개(IPO)하려는 중요한 시기에 제기됐다.

소장에서 ARM은 자사가 누비아에 제공한 칩설계 코어에 대한 라이선스를 지난 3월로 종료시켰으며, 이에따라 누비아를 인수한 퀄컴이 누비아의 설계 내용을 사용하는 것은 특허침해가 되기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배상도 함께 요구했다.

반면 퀄컴은 자사와 누비아가 ARM과 최고 수준의 제반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했으며, ARM이 두회사가 합병했다고 해서 라이선스를 종료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퀄컴은 내년말 고급 노트북·PC용 프로세서를 만들어 인텔과 AMD는 물론 애플 M시리즈 칩과도 경쟁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암초를 만난 셈이다.

ARM의 퀄컴 제소 배경과 양측의 입장, 이해득실, 그리고 소송전 패소시 퀄컴의 대안 등을 정리해 봤다. 더버지, 아스테크니카, CNBC 등의 분석을 참고했다.

ARM의 제소···“퀄컴의 누비아 인수로 라이선스까지 이전된 건 아냐”

ARM은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했다고 해서 라이선스까지 그대로 인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진=ARM)

퀄컴은 지난해 누비아를 인수했다. 이로써 통신칩 대명사 퀄컴은 서버칩과 윈도 노트북 칩 분야에서도 ARM 아키텍처 기반의 칩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실질적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퀄컴이 인텔을 추격할 칩을 내놓기도 전에 ARM의 소송이라는 일격을 받았다.

ARM은 퀄컴이 14억 달러(약 1조9200억 원)에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다.

ARM은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누비아가 ARM 라이선스 계약 조건을 위반하게 됐고, 이로 인해 누비아에 대한 해당 라이선스를 종료시키게 됐으며, 결국 퀄컴과 누비아가 ARM 라이선스에 따라 개발한 모든 ARM 기반 기술(칩) 사용을 중지하고 파괴하도록 요구하게 만들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퀄컴과 누비아는 아키텍처 기술 제작자이자 라이선스 제공자인 ARM의 권리를 침해한 채 누비아의 ARM 아키텍처 구현 작업을 계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퀄컴은 누비아 기반의 클라우드 서버 프로세서를 아마존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ARM은 소장에서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할 때 누비아의 아키텍처에 부여된 라이선스가 이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ARM은 또 “퀄컴이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누비아의 커스텀 코어 디자인을 구매하고 사용하려면 ARM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해다. ARM은 “지난 3월 누비아 라이선스를 종료시켰다”고 밝혔다.

ARM은 이 라이선스 침해에 따라 “퀄컴과 누비아가 관련 누비아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파괴할 것”을 원하고 있다

이런 ARM 의 주장이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한다면 퀄컴의 전체 칩 전략이 유동적이 될 수 있다.

ARM 의 소장으로 본 퀄컴과 누비아가 ARM과 맺은 최고 수준의 라이선스 내용은

퀄컴은 누비아를 인수해 이 회사 기술진의 설계역량을 바탕으로 통신칩외에 노트북, PC칩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한다. (사진=누비아)

퀄컴은 누비아 인수를 통해 애플처럼 ARM 아키텍처 기반 칩을 가지고 더 큰 인텔의 ‘x86’ 칩셋 시장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누비아는 제품을 판매한 적이 없지만 애플 칩셋(SoC) 부서의 수석 엔지니어가 설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누비아의 제라드 윌리엄스 3세 CEO(현 퀄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는 애플 M1 칩셋(SoC)설계를 포함해 거의 10년 동안 애플의 최고 CPU 설계자 자리를 지킨 실력자다.

그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각각 ARM과 맺은 라이선스 계약 관계 해석에서 차이가 생겼다. 누비아는 원래 서버용 CPU 회사였지만 퀄컴은 이 회사의 설계 임무를 노트북, 스마트폰, 자동차, AR/VR 헤드셋용 칩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런 배경이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ARM은 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이 회사 비즈니스 모델은 제조업체에 IP를 라이선스하는 것 중심으로 설계됐다. 종종 이 회사는 ‘코텍스(Cortex)’라는 브랜드의 준비된 CPU 디자인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ARM의 소장에 따르면 누비아와 퀄컴은 ARM 라이선스 제공 중 가장 높은(그리고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진) 단계인 ‘아키텍처 라이선스 계약(ALA)’을 체결했다.

소수의 매우 큰 ARM 고객들은 ALA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이를 가지고 있다. ALA 라이선스를 사용하면 ARM 디자인을 사용하는 대신 처음부터 자신만의 ARM 칩을 설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애플이 모든 자체 개발하는 ARM 기반 칩셋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라이선스다.

누비아와 퀄컴 두회사도 모두 맞춤형 ARM 칩을 만들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라이선스 제공상의 문제로 이어졌다.

소장에서 드러난 ARM의 불만은 누비아에 대해 제공된 ALA 라이선스에 따라 수행된 작업의 범위와 그것을 이전하는 데 대한 것이다.

ARM의 소장에는 “누비아의 라이선스 수수료와 로열티 비율은 누비아의 ARM 아키텍처 사용 예상 범위와 특성을 반영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이 계약에서는 누비아라는 스타트업에 적용한 만큼 적은 수수료와 로열티만을 받았다는 의미다. 퀄컴같은 큰 회사가 누비아를 인수하며 볼륨이 커졌으니 더 받는 쪽으로 계약도 변경돼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소장은 또한 “이 라이선스는 숙고한 양수인이 자신의 ARM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ARM의 동의 없이는 양도를 금지함으로써 ARM의 권리와 기대를 보호했다“고 쓰고 있다.

ARM은 “퀄컴과 누비아 모두 이 거래에 대해 ARM에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다. 또한 그들 누구도 누비아 라이선스의 양도나 할당에 대한 ARM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합병 발표 직후 ARM은 퀄컴에 서면으로 누비아가 자사의 라이선스를 할당할 수 없으며, 퀄컴이 누비아 ALA에 따라 개발된 누비아의 프로세스 내 설계를 ARM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ARM은 퀄컴이 누비아의 ‘개발 진행중인 기술’과 라이선스를 무단으로 인수한 것과 관련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퀄컴 측과 1년 넘게 협상을 벌였다.

분명 어느 시점에선가 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ARM은 성명서에서 “우리의 IP와 우리의 사업을 보호하고 고객들이 유효한 ARM 기반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퀄컴과 누비아에 대한 이러한 주장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퀄컴, ”ARM은 퀄컴이 광범위한 확립된 라이선스 가진 사실 무시“

퀄컴은 자사와 누비아가 ARM의 광범위하고 확립된 라이선스(사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고 주장한다. (사진=ARM)

퀄컴 측의 앤 채플린 고문변호사는 “ARM의 불만은 퀄컴이 맞춤 설계 CPU에 대한 광범위하고 확립된 라이선스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권리가 (법원에서)확인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채플린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분쟁은 오래되고 성공적인 관계에서 벗어난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ARM은 계약적이든 아니든 퀄컴이나 누비아의 혁신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ARM의 불만은 퀄컴이 자사의 맞춤형 CPU를 다루는 광범위하고 확립된 라이선스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권리가 확인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ARM은 왜 퀄컴을 견제하는 걸까?

ARM이 퀄컴을 견제하는 것은 자사의 아키텍처를 사서 자사 설계 아키텍처를 위협할 프로세서를 만든다는 데 대한 긴장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퀄컴을 고객이 아닌 경쟁자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퀄컴)

이 소송의 본질은 ARM의 긴장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RM이 퀄컴 견제에 나섰다는 의미다.

외신들은 “이 소송은 ARM이 자사의 자체 설계 아키텍처를 위협할 프로세서를 만들 지재권 라이선싱 사업에 대해 가진 긴장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ARM은 지난해 퀄컴을 경쟁사로 간주하고 퀄컴에 대한 아키텍처 라이선스가 자사의 사업에 위협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퀄컴이 지난해 누비아를 14억달러(약 1조 9130억 원)라는 거금에 사들인 일이었다. 통신칩의 대명사 퀄컴은 ARM 프로세서 설계를 사용한 것보다 더 나은 성능을 갖고 싶어했기에 누비아를 사들였다.

지난 2019년 창업한 누비아는 애플 M1 설계를 주도한 전직 애플 최고 설계기술자와 구글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게다가 계약상 ARM의 핵심 디자인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인수 후 퀄컴은 누비아를 자사의 스마트폰과 PC 칩 전략의 중심에 두었다.

특히 ARM코어로 맞춤형 설계를 한 뛰어난 M1칩을 만든 애플을 경쟁자로 의식한 듯 2023년 말까지 애플 M1 대응칩을 내놓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최대 고객중 하나인 퀄컴에 대한 ‘위험한 소송’

이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ARM이 퀄컴을 몰아세우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퀄컴과 누비아는 단기 시장 성장에 있어 ARM의 최대 승부처이며, 이는 ARM에게 더 많은 로열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퀄컴은 인텔과 AMD가 우세한 두 분야인 노트북과 서버 시장 공략을 위해 누비아의 ARM 디자인을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히려 퀄컴이 이렇게 인텔의 칩시장을 대체하고 싶어하기에 퀄컴 칩이 인텔 x86칩을 잠식하면 ARM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ARM은 스마트폰 시장의 100%, 그리고 애플 하드웨어 시장의 10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ARM의 이 소송은 결과적으로 퀄컴의 칩시장 확장 계획을 위협하고 있다.

CNBC는 ARM이 아군인 퀄컴을 이런 상황으로 몰고간 것이 난폭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ARM은 배상과 함께 퀄컴이 누비아 인수에서 얻은 칩, 다이, 포장, 홍보물 등 정보와 하드웨어를 파괴하도록 강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RM은 퀄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가장 가치 있는 반도체 업체 두 곳을 직접적인 갈등에 빠뜨리고 있다. 또한 두 회사(ARM-퀄컴) 간 파트너십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강력한 고객인 퀄컴이 ARM에서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RM은 지난해 라이선스 및 로열티로 2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290억개 이상의 ARM 기술 기반 칩 출하에 힘입었다. ARM 기반 칩은 인텔과 AMD가 만든 x86 기반 칩보다 전력 효율이 더 높기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에 대해 우위에 있다.

퀄컴이 패소할 경우 대안은

퀄컴은 최악의 경우 ARM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리스크5 사용으로 돌아설 수 있다. 사진은 리스크5의 프로토타입. (사진=위키피디아)

ARM이 퀄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 파트너십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지적재산권 및 계약에 대한 갈등은 흔하다. 그러나 ARM-퀄컴 소송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스마트폰의 핵심에 있는 종류의 칩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중대한 갈등이다.

그것은 칩 스타트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퀄컴이 패소하더라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ARM에 대응해 오픈 소스 대안을 채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캄브리아 AI 리서치의 설립자이자 분석가인 칼 프로인트는 “퀄컴이 ARM의 명령어 세트에 대한 오픈소스 대안인 리스크-5를 사용하려고 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ARM은 지난 12월 규제 당국에 “‘리스크-5(RISC-V)’의 힘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자사 라이선스를 받는 기존 업체들이 ARM의 명령어세트(아키텍처)대신 이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몇몇 스타트업들이 리스크-5를 기반으로 CPU 코어를 만들고 있지만 현재 ARM 아키텍처 일색인 대규모 공급용 스마트폰에는 아직 쓰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ARM이 장기적인 파트너에 대해 자사 지재권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함에 따라 ARM 코어로 자체 칩을 설계하려는 기업들이 다른 오픈 소스 대안을 살펴보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ARM 역시 최악의 경우 자칫 소탐대실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공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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