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잇 흑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빠른 성장 속도, 2위와의 충분한 격차, 건실한 BM 덕분에 긍정적입니다

패션 플랫폼, 월간 흑자의 명과 암

최근 들어 패션 플랫폼 업계에선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월간 흑자 달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일인데요.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건, 에이블리였습니다. 에이블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월간 BEP(손익 분기점)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는데요. 이어서 명품 플랫폼 트렌비 역시 무려 3년 만에 월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거래액 지표를 공개하며, 자신들이 1등이라 주장하기 바빴던 이들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 건, 시장의 초점이 성장성에서 수익성을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기 침체 및 투자 시장 둔화가 찾아오자, 이를 이겨내기 위해 시작된 이들의 자구책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이들의 실적 자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존재합니다. 우선 월 단위의 흑자 정도는 인위적인 비용 조정 등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고요. 이러한 흑자를 꾸준히 이어가며, 연단위로 반등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4050 여성 모바일 패션 플랫폼 퀸잇이 올해 3월 기준 영업 이익과 당기 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했다고 발표하였는데. 과연 퀸잇의 흑자는 지속 가능한 것일까요?

그런데 퀸잇은 다릅니다

적어도 퀸잇의 흑자는 3가지 관점에서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퀸잇이 여전히 무섭게 성장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성장이 둔화된 서비스는 매출 감소에 따라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퀸잇은 꾸준히 거래액이 성장하는 서비스입니다. 이는 기존 인력이나 투자를 줄일 필요 없이, 가만히만 있어도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걸 뜻하는데요. 고정비율이 거래액 성장과 더불어 계속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작년 4분기부터 손실 폭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 역시, 월평균 거래액 규모가 15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한 덕분이었을 거고요.

빠르게 성장하고, 압도적 1위이기에 퀸잇은 앞으로도 잘 해낼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시장 2위 이하의 경쟁자들과 격차를 충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용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작년 4월과 10월, 퀸잇은 김희선을 모델로 기용한 TV CF를 포함한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거래액을 증가시킨 건 물론, 4050 패션 시장 내 대세감을 심어주었는데요. 그 덕에 지그재그가 만든 포스티, 무신사가 만든 레이지나잇 등 막강한 경쟁자들과의 대결도 가뿐히 이겨내며, 여전히 큰 격차로 1등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결과 퀸잇은 앞으로 마케팅 비용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유를 얻은 동시에, 입점 브랜드들과의 공급가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퀸잇의 비즈니스 구조가 점차 건실해지고 있다는 점도 좋은 시그널입니다. 론칭 초기에는 입점 브랜드와 상품을 구하기 어려워, 상당수의 매출을 어설픈 사입과 제조에 의존해야 했는데요. 그래서 2021년 기준, 퀸잇의 매출원가율은 무려 94.1%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이를 70.5%로 낮추며 사입과 제조 역량이 성장했음을 증명했고요. 무엇보다 수수료 매출을 확 늘리며, 비용 구조를 가볍게 가져가면서도 돈을 버는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다시 상품 매출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해 3월 실적이 거래액은 전년 대비 82%, 매출은 169% 증가했다는 것은, 수수료가 올라갔거나 상품 매출이 늘어났다는 걸 의미합니다. 아마도 이는 상품 매출이 증가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상품 매출은 이익률이 좋기 때문에, 퀸잇 전체 사업의 수익성 개선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겁니다.

물론 맘을 놓기엔 아직 이릅니다

이처럼 퀸잇의 흑자 달성 소식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익성 강화 기조를 이어간다면, 올해 내 연간 흑자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위험 요인이 제거되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몇 가지 암초들이 여전히 퀸잇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건, 팔도감이 아닐까 싶은데요. 팔도감은 퀸잇의 운영사 라포랩스의 신사업으로, 신선식품 직거래 커머스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4050 패션 시장 내 퀸잇의 입지와 달리, 신선 카테고리에서 팔도감은 완전히 후발주자이며, 그래서 자칫하다가는 막대한 손실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호황일 때야, 새로운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고요. 또한 장보기 서비스가 퀸잇의 메인 고객과도 잘 어울리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분명 주어진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따라서 빠르게 성과를 내거나 혹은 과감한 포기를 택해야 할 것입니다.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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