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대란, 플랫폼 가맹택시 Vs. 비가맹 택시 이해관계 얽혀… 임시방편 ‘탄력요금제’는 글쎄?

[AI요약] 심야 시간 대 택시대란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택시·모빌리티 업계와 정부·시민단체 관계자, 교통전문가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하는 것은 ‘택시 요금의 현실화’였다. 현재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에 따른 대책으로는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탄력요금제 외에도 스마트호출료 적용, 택시 부제 해제, 승차공유서비스 확대 등이 추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난 4일 대한교통학회 주최로 진행된 '택시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 학술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미지=대한교통학회)

심야 시간 대 택시대란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택시·모빌리티 업계와 정부·시민단체 관계자, 교통전문가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4일 대한교통학회 주최로 진행된 학술토론회 ‘택시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에서는 박호철 명지대 교수가 택시대란의 원인과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발표한 후 김응철 대한교통학회 부회장(인천대 교수)의 진행으로 각계의 입장이 공유됐다.

참여한 토론자는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이양덕 법인택시연합회 전무,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조동욱 티머니 모빌리티사업부장, 김수카카오모빌리티 정책실장,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간사, 서인석 서울시 택시정책과장, 양찬윤 국토교통부 택시정책팀장 등이다.

택시대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에서 모인 관계자들. (사진=테크42)
이날 토론회는 택시 운전자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사진=테크42)

행사장은 시작 전부터 택시 업계 종사자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우며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특히 개인택시 종사자로 보이는 몇몇 참관객은 “가맹택시 돈 벌어 줄 연구만 하는 거냐” “플랫폼에 가입하지 않은 택시도 많은데 전체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여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행사 시작을 알리는 개회사에서부터 이선하 대한교통학회 회장은 “택시 대란을 저희 교통학회가 주관이 되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미리 문제를 풀었어야 하는데 죄송하다”며 몸을 낮췄다.

택시 운전자 코로나19 이전보다 3만명 감소했다

토론회에 앞서 발표에 나선 박호철 명지대 교수는 현 심야 택시대란의 원인을 코로나19 기간 동안 다수 운전자가 택시를 관두고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것으로 꼽았다. (사진=픽사베이)

토론회에 앞서 발제를 맡은 박호철 명지대 교수(교통공학과)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특히 법인 택시 운전자분들이 택배나 배달 등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했고 그 결과 올 4월 사회적거리두기 해제 이후 ‘택시대란’이라는 말이 언급되기 시작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박 교수가 수치로 제시한 전국 택시 운전자 수 감소폭은 약 3만명에 달했다. 반면 사회적거리두기 해제 이후 택시 수요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137%에 달했다. 특히 문제는 심야시간 서울지역에서 운행하는 택시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약 6000대(26%) 가량 감소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부에서도 개인택시 부제 한시적 해제, 심야 시간대 전용 택시 확대, 올빼미 버스 등 심야 시간대 대중교통 수송력 자체를 높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해왔지만, 지속성이 문제였다”며 “부제 한시 해제에도 불구 개인택시 고령화 문제, 현실화되지 못한 요금체계로 인해 성과가 저조한 것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박 교수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의 택시 요금을 예로 들며 택시 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박 교수가 언급한 것은 우버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탄력요금제였다.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얘기돼 온 요금 현실화와 다양화를 고려해야겠지만, 사실 지금은 심야 시간대 택시 대란을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이 키 포인트”라며 “그런 점에서 공금자들이 어떻게든 심야 시간대 운행 시간을 연장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 동인이 탄력요금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자신이 밝힌 의견을 뒷받침하는 설문조사 결과 등을 제시하며 심야 시간대 택시 탄력요금제 도입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택시 대란이 아니라 인력 대란이다

(왼쪽부터)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이양덕 법인택시연합회 전무,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

이어진 토론에서 처음 의견을 밝힌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상황은 택시대란이 아닌 택시 인력대란”이라 언급하며 “택시는 많지만 몰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많은 택시 운전자 분들이 그만뒀어요. 하지만 그 원인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닙니다. 택시 운전자들의 유출은 이미 2010년부터 꾸준히 진행된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금 언급되는 탄력요금제 같은 것은 땜빵 처방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근본적으로 택시 요금의 전반적인 결정 체계, 구조, 수준을 모두 바꿔야만이 젊은 운전자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어 안 연구위원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최저임금이 315% 오를 동안, 택시 요금은 70%가 올랐다”며 “40~50대 가장인 택시 운전자들이 한 달 가량 일해서 200만원 초반 대 수입을 얻는 구조에서 이 수입이 과연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안 연구위원의 말에 현장에 참석한 개인택시 운전자 단체 등에서는 “옳소”라는 말과 함께 박수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건네 받은 이양덕 법인택시연합회 전무 역시 ‘택시 운전자 인력난’을 언급하며 “운전자의 근무와 고용 형태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공급이 부족하다고 예전 ‘타다(타다 베이직을 의미)’ 등과 같은 모빌리티 도입 얘기가 스멀스멀 나오는데, 2018년~2019년 얼마나 많은 희생을 겪으며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는지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다음으로 의견을 밝힌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은 “택시는 법인택시 외에 개인택시도 있다”며 “수입이 안돼 법인택시 운전자가 떠났다고 하는데, 개인택시 운전자는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차 이사장은 “그간의 물가 인상, 연료비 상승 등 모든 주변 여건이 현재 택시 요금으로 해결될 수준을 넘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기관인 서울시는 택시 요금 인상이 물가 인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얘기한다”고 서울시를 직격했다.

택시대란 근본적인 대책은 ‘요금 현실화’

(왼쪽부터)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김수 카카오모빌리티 정책협력실장, 양찬윤 국토부 교통물류실 팀장.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하는 것은 ‘택시 요금의 현실화’였다. 다음 순서로 의견을 밝힌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역시 최악의 경우 기초수급자 상황에 몰린 택시 운전자들이 적지 않음을 언급하며 “우선은 현실에 맞는 택시 요금의 인상이 절실하고, 인상된 금액 전부를 택시 노동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임 사무처장은 그간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골라태우기’ 등의 해결을 위해 “강한 정책으로 택시 목적지 미표출 의무화 도입이 필요하며 승객에게도 호출 취소 시 운전자가 이동한 거리만큼의 패널티 요금을 부과해 운전자의 손해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택시 플랫폼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국토부 등 주관부처 등에서도 관계자가 참석해 의견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김수 카카오모빌리티 정책협력실장의 경우 탄력요금제 도입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내부 데이터를 근거로 들며 “새벽 1~2시보다 오후 6시가 택시 공급이 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탄력요금제 시행 시 시간대를 넓혀야 문제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양찬윤 국토부 교통물류실 팀장은 “일반 이용자들은 요금을 더 내고서라도 택시를 빨리 잡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다”며 “탄력 요금제 도입에 대해 플랫폼 가맹택시에만 적용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비가맹 택시 등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사이에서는 ‘고급택시 제도 도입’ ‘소비자 부담 고려한 적정선의 요금제도 필요성’ ‘법인기사 재취업 시 규제 완화’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한편 현재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에 따른 대책으로는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탄력요금제 외에도 스마트호출료 적용, 택시 부제 해제, 승차공유서비스 확대 등이 추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호출료의 경우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가 도입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바 있다. 특히 이날 토론회를 참관한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성토하는 바에 따르면 이러한 대책에서 개인택시 운전자는 소외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플랫폼 가맹 택시만 돈 벌게 하는 정책만 연구한다”는 그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장 바깥에서는 서울개인택시평의회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또한 택시 업계 일각에서는 심야 택시 대란을 이유로 야간에 운행하는 택시에 정책적 혜택이 쏠리는 현상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현장 참관객들 사이에서는 “낮 시간 수요 부족으로 인한 빈 택시 문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브랜드 택시, 가맹 택시만을 위한 정책으로 흘러가고 있다” 등의 울분 섞인 고성이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윤소영 기자

ericahu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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