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미국에서 나온 "테슬라의 충돌 실험 인형이 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안전 관련 테스트 동영상 광고가 전 세계적인 파문을 몰고 왔다. 문제의 동영상은 어린이 마네킹이 도로를 건너고 있는데도 자율주행차가 이들을 그대로 치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이게 조작된 테스트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이렇다. 미국의 안전 기술 옹호 단체인 ‘돈 프로젝트’의 영상속 테슬라 차량의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가 켜지지 않은 채 테스트한 결과였으며 이를 가지고 자율주행차가 위험하다고 일방적으로 사람들을 오도했다는 것.
영상을 분석한 자동차 전문매체 일렉트렉과 트위터러, 테라볼트테크 유튜브TV 등은 동영상 속 테슬라 테스트 차량의 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FSD) 베타 SW가 실행되지 않은 채 테스트가 이뤄졌다며 의문점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박 내용대로라면 돈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뭔가 주목을 받기 위해 테슬라를 음해한 셈이 된다. 조작됐다는 주장의 근거는 뭘까. 또 그런 영상을 내놓은 배경은 뭘까.
분명한 것은 돈 프로젝트가 발표한 영상이 과장됐다는 영상분석 지적이 설득력 있다는 점이다. 일렉트렉의 분석, 유튜브에 올라온 테라볼트 동영상 등을 바탕으로 자초지종을 소개한다.
동영상 제작단체 ‘돈 프로젝트’ 설립자는 테슬라로 선거 캠페인 중
해당 광고는 미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캘리포니아 IT 업계 억만장자가 시작한 테슬라 완전 자율주행 비방 캠페인에 FSD 베타 테스트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격 광고였다.
테슬라 자율주행 기능인 FSD에 대한 테스트 실패는 테슬라 자율주행 기능의 이상은 물론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불신감을 확산시키기에 충분하다.
돈 프로젝트 설립자인 댄 오다우드는 발표 영상을 근거로 “횡단보도에서 어린이를 치어 죽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입증할 때까지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안전성 및 보안 강화를 촉구하는 단체인 ‘돈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이 단체는 테슬라의 FSD 기능이 도심 주행 때 평균 8분마다 오작동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하기도 했다.
댄 오다우드는 컴퓨터 운영 체제(OS)와 프로그래밍 도구를 만드는 개인 소유 회사인 그린 힐스 소프트웨어(Green Hills Software)의 설립자이자 자칭 억만장자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미국 공공도로에서 사용금지 시키겠다는 공약 하나만 내걸고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정치 광고를 보호하는 법의 우산 아래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베타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광고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를 투자했다. (미국에서 정치광고는 광고진실법(Truth In Advertising Laws)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일렉트렉은 돈 프로젝트에 대해 ‘FSD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른 채 시행한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하면서 광고속 영상은 조작된 테스트 결과라고 지적해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결국 테슬라의 ‘FSD를 켠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아닌 ‘FSD가 작동하지 않는 테슬라 차’가 어린이 마네킹을 치었다는 것이다.
돈 프로젝트가 밝힌 테슬라 FSD 테스트 방식
돈 프로젝트 동영상 및 설명에서 나온 것처럼 돈 프로젝트 팀은 이 광고영상이 어린이 크기의 마네킹과 충돌한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ull Self Driving·FSD) 베타 소프트웨어(SW) 최신 버전(10.12.2)’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라고 주장한다.
이 단체는 “고정된 어린 아이 마네킹을 피할 수 있는 테슬라의 FSD 기술 기능에 대한 우리의 안전 테스트는 테슬라의 FSD SW가 어린이를 피하거나 심지어 어린이 크기의 마네킹이 잘 보이는 곳에 있을 때 속도를 늦추지도 않는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돈 프로젝트는 또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아래처럼 5단계로 테스트 과정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FSD’가 작동중(engaged)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설명 중 3단계와 4단계는 중요한 단계다. 3번째 항목은 테슬라 자율주행시스템이 5초만에 차를 세울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1. 길이가 120야드(약 110m)인 교통로를 표시하기 위해 도로용 원뿔이 주행 코스에 표준방식으로 배치됐다. 도로용 원뿔 표지판은 미노동부 산하 직업 안전 건강국(OSHA) 표준을 준수하는 제품이 사용됐다.
2. 수많은 어린이 크기의 마네킹들이 마치 도로를 건너는 것처럼 옆모습으로 테스트 통로 차선 한 가운데 놓여 있었다. 마네킹들은 다양한 의상을 입고 주행 도로 통로의 중간, 끝에 위치해 있었다.
3. 전문 차량 테스트 운전자가 차량을 시속 40마일(64km)로 주행한 후 원뿔표지판이 있는 차선에 진입하자 완전 자율 주행 모드(FSD)를 가동했다.
4. 이 차량은 완전 자율주행(FSD)모드로 원뿔표지판이 있는 차선 내에서 약 100야드(91m) 이상 주행한 후 각 마네킹에 충돌했다.
5. 시험운전자의 손은 운전대에 닿은 적이 없었고, 시험운전자는 시험 중 액셀러레이터를 누르거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이들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FSD 베타가 마네킹으로부터 100야드(90m) 이내에 시속 40마일로 활성화됐으며, 세 번의 테스트를 한 결과 항상 시속 24~27마일에서 마네킹을 강타했다.
FSD가 활성화 안된 상황에서 테스트 결과
하지만 일렉트렉은 “테스트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들은 테스트에서 테슬라의 FSD 베타를 활성화한 적이 없다”고 단언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이 매체는 “이에 대한 설명은 꽤 간단할 것 같다”고 쓰고 있다. 돈 프로젝트가 내놓은 테스트 영상은 FSD가 켜지지 않은 채 이뤄진 결과라는 것이다. 주장 근거로 내놓은 분석 내용은 아래와 같다.
“돈 프로젝트가 내놓은 결과는 운전자가 FSD 베타를 활성화하지 못하고, 차량은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 9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속도로 줄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돈 프로젝트의 자체 테스트 동영상은 운전자가 자동 조종 장치인 오토파일럿(Autopilot) 레버를 눌러 FSD 베타를 활성화하는 것을 보여주지만, 코스 예측 라인이 회색으로 유지되고 오토파일럿 운전대가 터치스크린 왼쪽 상단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게다가 동영상 속 차량은 동영상 해상도로 인해 읽을 수 없는 경보를 계속 발하고 있다. 경고가 FSD 베타 작동 유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돈 프로젝트의 테슬라 테스트 차량에 FSD 베타, 또는 FSD 베타 시각화가 장착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비디오에서는 분명히 활성화되지 않았다.”
유튜브 TV 테라볼트테크는 돈 프로젝트 테스트 동영상속 운전자가 테슬라차량 디스플레이 화면을 고의로 가리는 부분도 함께 지적했다. 이와함께 돈 프로젝트가 차량 공공 규제기관의 감독도 없이 독자적으로 테스트해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FSD활성화되지 않았다 vs 돈 프로젝트의 반론
일렉트렉은 돈 프로젝트에 연락해 그들의 주장과 달리 테슬라 FSD베타는 그들의 영상속 테스트 중에는 결코 “작동되지(engaged) 않았다”고 지적했다. 돈 프로젝트는 일렉트렉에 다시 연락했지만, 이들은 테스트를 수행한 운전자 아트 헤이니가 자신은 “FSD 베타가 작동했다고 믿었다”고 주장하는 선서한 진술서만 제공했다.
진술서는 차량이 ‘FSD’모드일 때 보여줬던 ‘완전자율주행(베타)에 관련된’ 경고 화면이 있는 ‘이그지빗B(Exhibit B)(디스플레이)’ 스크린이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일렉트렉은 “이그지빗 B를 보았을 때 그것은 운전자가 자동차 설정메뉴에서 FSD 베타 계약을 승인했을 때 나타나는 경고의 스크린샷일 뿐 운전자가 그것을 활성화했다는 것을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이 경고는 주행 중 이 기능을 활성화할 때에는 나타나지 않으며, FSD가 테스트 중 활성화됐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증명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돈 프로젝트 홍보 팀은 일렉트렉측이 그들에게 FSD 베타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들이 제작한 동영상 속 스크린샷을 보여줬을 때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유튜브에 올린 지 하룻만에 24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광고를 계속 올릴 계획인지에 대해 물었을 때도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댓글창이 꺼져 있다.)
또한 일렉트렉은 이같은 지적 이후 돈 프로젝트가 테스트 당시 FSD를 활성화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 동영상에는 없는 추가 영상을 공개했지만, 이 영상이 테스트와 첫 동영상에 대해 발표한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렉트렉이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주행에서 우리는 FSD가 충돌 지점에 훨씬 앞서 운전대를 잡도록 경보를 보냈고, (영상속) 충돌은 시속 20마일(32km) 이하 속도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충돌이 시속 24마일, 27마일, 그리고 25마일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돈 프로젝트의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돈 프로젝트가 그 테스트의 결과와 영상을 조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그 (어린아이 마네킹을 치는) 영상은 FSD 베타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자동차 매체가 일방적으로 테슬라를 편든다?
이같은 일렉트렉의 지적은 이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매체가 자동차매체여서 일방적으로 자동차 회사 편들기를 한다고 생각하게 할 법 하다.
이를 의식한 듯 일렉트렉 기자는 “독자들은 내가 테슬라 FSD 베타 옹호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나는 이 시스템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테슬라 FSD의 성능에 대해 “지난 주 운전을 배우고 때때로 중독성 약물을 복용한 것처럼 보이는 14살 아이와 같다”며 “공평하게 말하자면 테슬라 팀이 10억 달러와 천 년을 줘도 마약에 중독된 14살짜리처럼 차를 운전할 수 없을 것이다. 테슬라 FSD 시스템의 컴퓨터 비전이 매우 좋다고 생각하지만, 의사 결정 중 일부는 정말 의심스럽다”고 썼다.
이어 “그렇긴 하지만 테슬라 FSD 베타가 제대로 활성화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FSD 베타 테스트를 만들 수는 없다. 돈 프로젝트와 댄 오다우드는 이것을 게시하면서 많은 시간을 망쳐버렸다. 그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테스트가 실패했다는 것을 모른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해 지금 당장 이것을 받아 적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돈 프로젝트 설립자 댄 오다우드는 과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또 상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동차 테스트 조작영상까지 내보내며 사람들을 속이려 한 걸까.
테슬라 FSD 베타 테스트는 캘리포니아 로자몬드(Rosamond)에 있는 윌로스프링스 국제경주장(Willow Springs International Raceway)의 폐쇄 코스에서 수행됐음을 알 수 있다.
아래 두편의 동영상 가운데 첫 번째는 댄 오다우드의 광고, 두 번째는 일렉트렉 보도처럼 돈 프로젝트의 광고 영상이 내용으로 조작됐거나 공공 규제감독기관의 감독하에 수행되지 않은 수상한 영상이라고 지적하는 영상이다. 1분 45초 부분부터 나오는 2개의 클립을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