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벤치마킹 나선 글로벌 車 기업들… 자체 배터리 확보에 수조원 투자 러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A123,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ATL과 같은 외부 배터리 전문업체들로부터 배터리 팩을 구입해 왔다. 하지만 이제 많은 전기 자동차 제조사들이 테슬라를 본받아 자체 배터리 공장을 두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당연히 효율성이 꼽힌다. 배터리 자체 조달은 생산 병목 현상을 줄이고 단위 당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히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조립공장을 자사 자동차 생산공장 근처에 두고 싶어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최근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 전문 업체들의 제휴 및 자동차 배터리공장 생산 일체화 노력 가속화 바람을 몰고 왔다. 최근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업체의 협력 흐름을 알아봤다.

세계 5위 스텔란티스, 삼성SDI와 제휴

전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스텔란티스 계열 자동차인 크라이슬러 에어플로 컨셉. (사진=스텔란티스)

미국 자동차 브랜드 지프, 크라이슬러, 닷지, 램, 피아트, 알파 로미오 등을 갖고 있는 스텔란티스 사는 지난 5월 24일 삼성SDI와 손잡고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코코모는 스텔란티스의 미국 중서부 차량 조립 공장들의 중심부에 있으며, 회사의 공급업체 기지와 인접해 있다. 배터리 공장 건설은 올해 말 시작될 예정이고 2025년까지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는 새 배터리 조립공장이 14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브랜드 파트너인 삼성SDI와 함께 합작법인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코모에 있는 공장은 전 세계 5개의 스텔란티스 전기차 배터리 시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당초 140기가와트시(GWh) 용량 안팎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수요와 시장이 바뀌면서 이를 약 400GWh로 확대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1년도 안 돼 우리는 유럽과 북미 사이에 5개 기가팩토리의 닻을 내리는 공격적 전력화 전략을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스텔란티스 회장은 지난 3월 캐나다 LG에너지솔루션과 41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합작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짓는 이 배터리 공장은 2024년 1분기 중으로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는 이 회사가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전기자동차 500만대 판매 달성을 위한 투자 가속화 노력의 일환이다. 이 국제적 자동차기업(미국-이태리 합작)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 자동차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만큼 뒤늦게 배터리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스텔란티스의 선언은 새롭지 않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에 따라 세계 주요 자동차회사들과 전기차 회사들이 수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두는 것이 상식처럼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테슬라,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 보유

테슬라의 기가 네바다. (사진=마크 디비토리오 유튜브)

테슬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네바다 주 리노 외곽에 파나소닉과 함께 기가팩토리 ‘네바다 기가’를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16년 이른바 기가 네바다라는 공장의 문을 열었고 현재 많은 테슬라 차량용 배터리 팩을 생산하고 있다.

50억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의 이 공장은 테슬라가 설계하고 지었으며 약 15억달러(약 1조9000억원)가 미국 정부 원조와 이연 법인세 형태로 제공됐다. 이 공장은 테슬라 2170 니켈망간코발트 리튬이온전지셀(직경 21㎜, 길이 70㎜)을 새로 생산하는 것은 물론 사용한 셀 소재를 새 배터리팩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테슬라는 최근 개장한 오스틴 인근의 기가 텍사스 공장에서 4680 배터리를 생산한다. 하지만 이 공장의 주된 목적은 차량 생산이며, 이 차량이 생산될 경우 이 공장은 ‘사이버 트럭’ 생산의 본사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네럴모터스(GM)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짓고 있는 오하이오 로즈타운 울티엄배터리 셀 공장. (사진=GM)

이 분야에서 분주한 회사로 제너럴모터스(GM)를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자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미시간주 랜싱에는 GM 랜싱 그랜드리버 어셈블리 전기차 조립공장과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GM과 LG에너지 솔루션은 지난 2월 합작법인 사업의 일환으로 총 26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세 번째 전기차용 울티엄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GM은 이번 조치가 2020년대 중반까지 회사를 전기차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시간주 랜싱 공장은 미국에서 울티엄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세 번째 시설이 된다. 나머지 두 공장은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서 건설되고 있다. GM의 울티엄 UEV 플랫폼은 테슬라의 고급 전기차와 경쟁하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구동 기능을 모두 통합한 전기자동차 캐딜락 셀레스티크를 뒷받침한다.

2024년 말,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설은 미시간주 오리온어셈블리를 비롯한 GM 전기차 조립공장에 배터리 셀을 공급할 예정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2020년대 중반까지 GM을 제품, 배터리 셀 용량 및 차량 조립 용량에서 전기차 리더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2025년까지 60만대의 전기트럭 생산을 포함, 전기차 총 생산량을 10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포드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월 블루오벌SK로 불리는 배터리 합작사 설립에 합의했다. 2025년 중반부터 연간 약 50GWh 용량의 배터리를 블루오벌 등지에서 생산하며 생산량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포드)

포드도 GM과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SK이노베이션과 협력, 미시간주 남동부에 전기차 배터리 연구소를 건설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SKI)과 함께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조립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갖춘 2차 신규 부지 건설에 114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투자해 2025년에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투자는 총 3개의 배터리 공장(켄터키 2개, 테네시 1개)에 투입되며, 연간 총 용량은 129GWh에 이른다. 테네시에 전기식 F-시리즈 픽업 트럭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

테네시주 멤피스 포드자동차 조립공장 근처 블루오벌과 켄터키주 루이빌 근처에 새로 건설되는 배터리 공장 3곳에 대한 투자는 블루오벌SK를 통해 이뤄진다. 합작법인은 현재 아직 창업 단계에 있다.

두 곳에 투자되는 총 114억 달러 가운데 포드가 70억달러(약 9조원), SKI가 44억5000만달러(약 5조7000억원)를 부담한다. 포드는 이 금액이 2025년까지 전기차에 대한 300억달러 이상의 투자금의 일부라고 말한다. 포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자사 공급차량의 40~50%가 완전 전기화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채터누가 폭스바겐 자동차 조립공장 인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도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자동차 생산 공장 인근에 새 배터리 공장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스콧 키오 폭스바겐 미국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이 미국에 새로운 조립 및 배터리 시설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그 잠재적 위치에 대해 말하길 거부했다.

이 회사는 현재 테네시와 멕시코에 북미 조립 공장을 가지고 있다. 폭스바겐의 전기화 노력은 현재 테네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올해 말에 시작될 예정인 ID.4 크로스오버 전기차 현지 생산을 포함한다.이러한 설비는 신축이든 증설이든 중요한 결정을 의미하며 현재 테네시와 멕시코에 북미 조립공장을 두고 있는 폭스바겐에 대한 미국의 신규 투자로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키오의 발언은 독일 자동차 회사가 테네시주 채타누가시에 있는 유일한 미국 조립 공장 근처에 새 전기자동차 배터리 연구소를 개소한 이후 나왔다. 2200만달러(약 283억원)를 투입한 이 새로운 전기 자동차 배터리 연구소 규모는 3만㎡(약 900평)에 이른다. 이것은 폭스바겐이 북미에서 전기차 노력을 증대하기 위한 71억 달러 규모 투자 약속의 일부이다.

현대차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 전기자동차 생산거점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미 오하이오주 사배나에 전기차 전용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등을 짓는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자그룹)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에 55억달러(6조3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자동차 생산거점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와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등을 짓는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사배나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새롭게 설립한다. 신설 전기차 공장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도 갖출 계획이다.

전세계 전기차 업체들이 자동차 조립공장 인근에 있는 배터리공장에서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는 2025년 전세계 전기차 시장은 후끈 달아오르게 될 전망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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