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충전표준 독식 만만치 않아졌다···왜?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미국·캐나다) 지역에서의 전기차 충전 표준 단일화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일단 초반 양상은 테슬라에게 우세하게 흐르는 듯 했지만 녹록지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자사 북미충전표준(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NACS) 사양을 전면 개방한 데 이어 충전소도 착실히 늘려가며 초반 표준 경쟁서 우세한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미정부로부터 충전시스템 개방에 따른 5년간 75억달러(약 9조8600억 원)를 지원하는 보조금까지 챙기려는 테슬라의 NACS 기반 북미 충전규격 통일 야망이 장애물과 복병을 만났다. 충전파워가 약한 NACS의 단점이 경쟁진영인 복합충전시스템(Combined Charging System·CCS) 진영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을 달래고 끌어들이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 진영 합류를 선언했던 GM이 지난달 26일 CCS 진영 총 7개 자동차업체(BMW, 메르세데스-벤츠, 현대, 기아, 혼다,스텔란티스)와 함께 를 결집하며 고출력 충전네트워크(High-Powered Charging Network)를 결성하고 북미충전소 늘리기에 나선다고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북미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생각대로 자사 주도의 NACS 충전 표준으로 갈 수 있을까.

테슬라 NACS 깃발 아래 뭉친 전기차 업체들

CCS1과 테슬라 NACS 충전기의 모습.

테슬라는 잠자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사 중심의 전기충전 네크워크 게임에 참여하도록 보이지 않는 파워를 발휘했다. 지난해 11월 자사 충전표준을 공개하면서다. 이제 테슬라는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을 자사의 지배적인 미국내 전기차 공공충전 네트워크에 합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작은 포드였다. 지난 5월 포드가 전기차 고객들에게 이미 일부 테슬라 충전소에 통합돼 있는 ‘매직 도크’ 어댑터를 통해 내년 말까지 테슬라 충전기에 자사 고객차량이 액세스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맺겠다고 밝혔다. 이 방식으로 기간 중 포드 전기차 고객들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최대 1만 2000대의 테슬라 ‘슈퍼차저’와 느린 ‘데스티네이션 차저’에 접속해 충전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도미노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 듯 했다. GM이 합류한 데 이어 볼보, 폴스타, 리비안, 메르세데스 및 닛산이 빠르게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들이모두 오는 2025년부터 새 모델에서 CCS를 완전히 버리고 테슬라의 덜 취약하고 신뢰성이 높은 NACS 커넥터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보였다.

CCS를 지지해 오고 있는 미 자동차공학회(SAE)는 테슬라의 이전 독점 커넥터를 표준화해 “모든 공급업체 또는 제조업체가 북미 전역에서 오픈 소스 시스템을 사용, 제조 또는 배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표적 전기충전소인 차지포인트와 폭스바겐 소유의 일렉트릭 아메리카(EA)는 지난 6월 기존 CCS 네트워크에 NACS 스테이션을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A는 2025년부터 NACS 연결을 제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강점 살려 75억달러 보조금 따내나?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 (사진=테슬라)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자사가 만든 선구적인 고속 충전기인 ‘슈퍼차저’ 플러그를 북미커넥터표준‘(North America Connector Standard·NACS)으로 브랜드화하고 사양과 디자인을 공개함으로써 전기차 충전 표준 통일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론 머스크는 오랫동안 전기차 성능과 범위의 차이를 좁힌 경쟁자들에 비해 테슬라의 가장 큰 이점인 충전네트워크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거기엔 바이든 행정부의 은근한 금전상의 당근(혹은 압박)이 있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미 행정부의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 프로그램은 오는 2030년까지 총 50만대의 공공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미 전역에서 가장 붐비는 7500마일(약 1만 2000km)의 고속도로를 따라 충전기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가 미 연방정부의 공공충전소용 자금으로 할당된 초대 75억달러의 지원금을 받으려면 모든 자사 충전소 방문객에게 시스템을 개방해야 하는 것이다. 테슬라에게 그런 조건이 제시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테슬라의 NACS 충전소 수가 CCS충전소에 비해 2대 1로 우세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러한 수적 이점 외에도 수직 통합에 따른 서비스 통일성을 갖고 있어 CCS와 차별화된다.

테슬라 고유의 휴대폰 앱과 자동화된 백엔드 결제는 테슬라 충전을 원활하게 하는 플러그 앤 플레이 경험으로 만들었다. 물론 테슬라의 충전기들은 제한된 모델 라인업에서만 작동하고 통신해야 한다. 그러나 테슬라가 자동차, 소프트웨어 및 충전기를 자체적으로 설계 및 구축해 이룩한 수직통합은 부러움을 사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무수히 많은 경쟁 사업자가 있는 분열된 CCS 네트워크의 사용자들은 카드 리더가 작동하지 않게 될 때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등 불편함으로 악명높았다. 게다가 각 사업자를 위해 별도의 결제 계정과 모바일 앱을 설정해야 했다. 또한 그동안 CCS 충전 회사들은 때때로 여러 CCS 전기차 제조사들이 자신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차량 SW를 변경해 통신연결 문제를 발생시켰고 이로 인해 자신들은 충전 고객들로부터 부당한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런 마당에 일론 머스크는 자사가 만든 NACS 중심으로 북미 전기차 충전표준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의 한자락를 잡은 것일 수도 있다. 테슬라는 NACS 도입 자동차회사들 및 그들의 수많은 브랜드와의 원활한 상호 운용을 보장하기 위해 사양과 SW를 공유하고 긴밀히 협력해야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어려운 과제지만 해결한다면 테슬라에 엄청난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로키마운틴연구소 무탄소 운송 팀 책임자인 E.J. 클록-맥쿡은 “이러한 새로운 표준은 플랫폼, 자동차 및 자동차 제조업체 전반에 걸쳐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CCS 충전소 처음부터 미덥지 못했다?

차지포인트 충전소에서 NACS로 충전하는 모습. (사진=차지포인트)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NACS 사양을 개방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자사의 NACS 차량이 CCS 차량보다 2대 1로 더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테슬라는 거의 1800곳에서 1만8000여 ‘슈퍼차저’ 충전기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즉, 모든 CCS 네트워크를 합친 것보다 60% 더 많은 DC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테슬라 NACS 슈퍼차저 커넥터(플러그)의 장점으로는 움직이는 부품이 없고 크기가 CCS플러그의 거의 절반이어서 사용하기에 덜 번거롭다. 반면 CCS커넥터는 무겁고 내부 클립이 파손과 고장에 취약하다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로키마운틴연구소의 클록-매쿡에 따르면 테슬라는 99.95%의 네트워크 가동률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미연방 NEVI 프로그램에 따라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충전기 회사에 대한 요구 조건인 최소 97%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게다가 다른 표준들은 이를 한참 뒤에서 따라오고 있다.

CCS방식의 약점은 유명 소비자 제품 관련 보고서에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 평가업체로 유명한 J.D.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조사 대상 전기차 운전자의 거의 21%가 CCS 방식 전기충전소에서 충전기 문제로 충전할 수 없었다고 한다.

브렌트 그루버 J.D. 파워 글로벌 자동차 담당 이사는 “공공 충전은 전기차 보유시 단연코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측면”이라며 “충전 가능성이 여전히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전기차 소유주들은 계속해서 작동 불가능한 충전 장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 보고서들은 CCS 진영에는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다. 충전 우려로 인해 일부 자동차 구매자들이 전기차를 구입을 않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IEEE 스펙트럼은 실제로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CCS 충전기가 고장 났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멀티플러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A) CCS 충전소에서 최소 한 개의 EA 충전기가 고장난 것처럼 보인다고까지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는 이제 자사의 값비싼 슈퍼차저 충전기를 경쟁사와 공유(개방)하는 것을 원치 않을 테슬라차 소유주들을 안심시키거나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포드 및 다른 회사의 임원들은 그들의 고객이 테슬라 스테이션에서 차별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테슬라 표준도 아킬레스 건이 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에서 충전하는 모습. (사진=테슬라)

이처럼 전기차 소유주들을 동요시키고 비관적으로 보이던 CCS지만 이 표준을 적용한 전기차업체들은 NACS로의 표준전환을 썩 내켜하지 않아 하는 듯 하다.

뭐가 문제일까.

CCSW표준이 공유된 테슬라의 소수 테슬라 매직 도크 스테이션에서 이미 호환성 및 물류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테슬라 및 다른 모델(400볼트 온보드 시스템을 갖춘)에 비해 더 빠른 800볼트 충전이 되도록 설계된 전기차가 느린 충전속도로 운전자를 괴롭히고 있다.

IEEE스펙트럼은 뉴욕 브루스터의 테슬라 매직 도크 충전기로 기아 EV6를 충전했을 때 사례를 곱았다. 기아 EV6 전기차는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에서 50kW 미만의 속도로 충전했다. 이는 기아 급속충전기 충전속도(200kW 이상)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기아의 350kW CCS 충전기는 18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한다. 이 매체는 기아, 현대, 제네시스, 포르셰 타이칸 및 루시드 에어같은 모든 800V 충전 전기차 모델 소유자들도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현재 CCS 표준은 최대 1,000V에서 350암페어(A)의 전류를 공급해 최대 350kW 전력을 충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최대 700kW의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CCS 하드웨어가 시연된 바 있다.

현재 테슬라의 V3 슈퍼차저는 480V의 전압으로 최대 250kW의 전력을 공급하지만 내장형 400V 전기 시스템이 있는 테슬라차나 다른 모델에만 이렇게 충전된다. (테슬라는 새로운 사이버트럭이 1000V 전압으로 최대 615kW의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V4 충전기를 테스트하고 있다.)

게다가 테슬라의 매직 도크 스테이션으로 충전하려는 사람들은 충전기 선이 충분히 길지 않아 고통받고 있다. 즉, 테슬라같은 NACS 차량과 다른 위치에 충전포트가 있는 차량들은 매직도크 충전기에 쉽게 도달할 수 없다.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 리포트는 루시드 에어차를 몰고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충전하기 위해서는 3개의 슈퍼차저 충전기를 지나서 옆으로 차를 주차해야 했다고 썼다. 루시드 에어는 후방 후미등 쪽에 포트가 설치된 대다수 테슬라카와 달리 앞 운전자쪽 펜더에 포트가 있다.

NACS 지지했던 GM과 메르세데스가 돌연 등돌리다

CCS 방식을 채택 중인 현대차 급속충전소. (사진=이핏)

급속 충전상의 약점과 테슬라 주도의 SW 관리는 경쟁사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 때문인지 NACS 합류를 밝힌 GM과 메르세데스 등이 지난달 BMW, 현대, 기아, 혼다, 스텔란티스와 협력해 CCS 충전을 포함하는 고출력충전네트워크(High-Powered Charging Network) 개발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이 7개사는 테슬라 중심의 NACS 동맹권에서 이탈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고객이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도심 및 고속도로 위치에 최소 3만개의 고출력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충전소에서는 CCS와 테슬라 플러그를 모두 통합하게 된다. 이는 미국 내 CCS 전기차 급속 충전기의 수를 기존의 2배인 6만 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 분석가이자 아이시카(iSeeCars) 편집장인 칼 브라우어는 포드, GM 및 기타 테슬라 경쟁사들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내부 연소 자동차에서 대중을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봤다. 그의 회사 데이터는 소비자 수요가 정체되고 전기차가 딜러의 주차장에 쌓이는 것을 보여준다.

칼 브라우어는 “미래의 모든 연구개발(R&D)이라는 알을 제품 바구니에 담는 것보다, 자동차 회사들이 공동으로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2030년까지 18만 개 이상의 급속 충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의 전망에 주목했다.

그는 “따라서 7개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걸친 대규모 협업을 하더라도 (여전히 미국전체 목표 수요의)3분의 1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테슬라가 앞서 있다 해도 전기차 보급증가에 따른 충전소 수와 시장 주도그룹을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

클록-맥쿡은 “CCS가 장착된 자동차는 단일 충전 표준결정 이후에도 수년간 판매될 것이며 향후 수십 년 동안 안정적인 충전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표준을 통합하기 위한 준비 경쟁이 이제 시작됐다.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테슬라는 경쟁사들이 기술 수준을 줄이면서 추격해 오는 가운데 NACS로 북미 전기차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까. 순조로와 보이던 한달 전과 달리 테슬라의 야망 실현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테슬라로선 이처럼 썩 좋지만은 않은 상황 속에서 최근 자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사임 소식까지 겹쳤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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