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휴대전화 구입 및 개통도 ‘비대면’ 이른바 언택트 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휴대전화 구입과 개통은 유통대리점이나 직영점을 찾아 직원에게 상담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통신사들은 온라인을 비롯한 비대면 개통 창구를 늘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오는 10월께 휴대전화 단말을 ‘셀프’ 개통할 수 있는 무인 매장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서울 홍대 인근에 무인으로 운영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하고, LG유플러스도 서울 종로에 비대면 매장을 연다.
SK텔레콤의 무인매장은 입구에 설치된 ‘셀프 체크인’, 고객의 서류 처리를 돕는 ‘셀프 키오스크’, 개통 및 단말 수령이 가능한 ‘자판기’, 단말 체험 및 정보 확인이 가능한 실감형 데스크 등으로 구성된다. SK텔레콤은 얼굴인식, 음성상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의 기술을 집약해 매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의 무인매장에도 ‘셀프개통’이 가능한 키오스크가 도입된다. LG유플러스는 9월까지 유심(USIM) 무인판매, 셀프 고객서비스(CS), 고객경험관리 등의 기능이 있는 키오스크를 개발할 예정이다. 요금 조회, 납부, 요금제 변경 등 단순 업무는 키오스크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처리하고 기기나 서비스에 대해 궁금한 점은 AI 챗봇이나 화상 상담 등을 활용하게 된다.
언택트 매장 도입에 일찍부터 나선 곳은 KT다. 앞서 KT는 지난 2018년부터 번호이동과 요금납부, 부가서비스 가입이 가능한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했고, 지난해 7월부터는 KT의 유·무선 서비스를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언택트 존’을 전국으로 확대 중이다. 현재 언택트 존 매장은 전국 300여 개에 이른다.
통신사 무인매장 개장의 진짜 이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온라인·비대면 유통망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수요 감소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대면 서비스를 통한 휴대전화 구입이 줄어들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는 47만4405건으로, 전달보다 1만8613건 줄었다. SK텔레콤은 3909명 순감했고 KT는 861명, LG유플러스는 368명 가입자가 이탈했다. 번호이동 수는 통신시장 활성화 수준을 알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 같은 감소세는 지난 1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통신사 간 전체 번호 이동수는 전월 대비 6만8133건 줄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고 대면 활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다 보니 매장을 방문해 휴대전화를 사는 일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통3사는 대리점 등을 통한 판매시장이 위축되자 무인매장을 개설하는 한편 온라인 판매 채널 강화에도 나섰다. SK텔레콤과 KT는 고객이 자사 공식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로 직접 가져다준다. KT는 개통된 휴대전화를 배달기사가 한 시간 이내에 전달하고, SK텔레콤은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매장 직원이 방문한다. 직원이 휴대전화 배송·개통·초기 세팅은 물론 데이터 이전, 중고폰 감정과 판매까지 처리해준다.
하지만 무인매장 개장을 우려하는 고도 있다. 언택트 매장이 늘어날 경우 골목상권으로 대표되는 휴대폰 판매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통사로부터 받던 판매장려금도 특수마케팅 채널 등에 집중되면서 크게 감소했고, 코로나19로 소비가 침체되면서 매출도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언택트 매장까지 본격화된다면 폐업을 하는 곳들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