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판 된 가상화폐의 운명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가 최근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한때 국내서 8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짧은 기간에 55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6400만원선으로 회복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둘러 싼 위험요소는 사실 너무나 많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규제 이슈죠.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아직 투자 자산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 관련 선물거래 상품을 내놓고 투자 자산 범위 안에 포함시킨 것이 전부죠. 또한 테슬라와 일부 온라인 거래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가능케 한 점이 내재 가치를 형성해 줬습니다. 그러나 아직 실체화를 위해 갈 길은 멀고, 여타 9000여개가 넘는 알트코인들은 말 그대로 잡코인으로 투기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용어를 살펴봐야 겠습니다.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냐 '암호화폐냐'를 따지자는 겁니다. 초기에는 대부분 가상화폐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진짜 돈(화폐)이 아닌 디지털 상의 가상 화폐라는 의미로 통용됐었습니다. 그러나 가상이라는 단어에 담기 부정적 의미 탓인지, 어느 순간 암호화폐로 쓰자는 관련 업계의 주장이 강해졌습니다. 디지털적으로 암호화된 화폐로 이를 디지털 화폐로 인정하자는 의도가 어느 정도 담겨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선지 전통적인 금융권에서는 암호화폐 대신 가상화폐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최근 논란이 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말을 들어볼까요.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다.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말 그대로 가상(가짜) 화폐이기 때문에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득권 세력의 인식이 그대로 함축되어 투영된 표현입니다. 이를 두고 2030세대의 거센 반발과 함께 청와대에 은 위원장 사퇴 청원까지 올라가는 등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여기에 내년부터 정부(기획재정부)가 인정하지도 않는 가짜 자산의 수익에 과세를 한다고 하니, 불에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그러나 여기서 '가상'이라는 단어는 가짜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상현실(VR) 같은 용어처럼 사이버/디지털 상에서 통용되는 재화나 자산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암호화폐 보다 더 입에 잘 붙기도 하고요.)

이렇듯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화폐는 기축통화 대체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만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그 의미가 막대합니다. 어쩌면 화폐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그에 따른 현재의 갈등도 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3년전 가상화폐 폭락사태 때와 같지는 않을 것...

지난 2018년 가상화폐 폭락 사태가 떠오릅니다. 당시 폭락 사태의 주범(?)은 역시 규제였습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은성수 위원장과 같은 결의 발언(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을 하면서 전세계 가상화폐 가치의 폭락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량이 세계 지금도 세계 1위(하루 거래량 20조원 수준)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번 은 위원장의 9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언급 등 규제 이슈는 3년 전과 같이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최근 급등과 급락을 오가고 있지만, 개인 외에 기관 투자가 많이 들어왔고 일부 국가에서 중앙은행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통화(CBDC)를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을 포함해 기류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재 가치가 없는 투기성 잡코인은 모든 토론과 논란에서 제외시켜야 합니다.)

현시점에서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얼마까지 갈 것인지를 점치기는 불가능합니다. 코인 시장의 경우, 주식 시장에서의 유동성 예측과 비교할 수 없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예측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아직까지는 '돈 놓고 돈 먹는' 투기판에 가깝습니다.

과거 일부 옹호론자들은 가상화폐를 투자/투기 대상으로 보지 말고, 그 근간인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에 집중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1비트코인이 6000~8000만원을 오가고, 하루 거래량이 수십조원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무의미합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는 서로 딴 세상의 주제가 된 것이죠.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 화폐를 대신할 수 있을까. 그 논란은 이미 수년 전에 시작됐다.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 화폐를 대신할 수 있을까. 그 논란은 이미 수년 전에 시작됐다.

또 다른 위험요소가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규제 이슈 외에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죠. 올해 들어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을 급상승하게 만든 사람이까요. 엄청난 추종론자들까지 보유하고 있는 그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26일(현지시간) 테슬라 실적발표에서 드러난 2억7200만달러(약 3022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매도, 그리고 그에 따른 테슬라의 수익 증대(1억100만달러(약 1122억원))가 원인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2월 15일 비트코인 15억달러를 사들이며 가상화폐 시장을 한껏 들뜨게 했습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가 일론 머스크의 입(트윗)을 보며 비트코인을 따라 사면서 상승시켰습니다. 또 그의 도지코인 트윗은 올해들어 8100% 상승이라는 도지코인 견인차 역할을 했죠. 

그런데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팔아 실적을 개선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테슬라는 비트코인 작전세력이 된 모양새입니다. CEO가 비트코인을 띄우고, 당장 비싼 값에 이를 내다 팔아 막대한 차익을 거둔 셈이 됐으니까요. 

머스크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판 것이지, 자신은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고 해명을 했습니다. 테슬라 매도 역시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입증하기 위해 보유지분의 10%만 판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비트코인 자체가 '현금성 통화'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이를 두고 2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머스크의 설명처럼,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기업 실적의 재고와 개인 투자자의 투자 가치가 입증 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첫 번째 관점입니다. 사실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편법이나 적극적인 소비자(테슬라) 기만행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슬라가 기대 이하의 자동차 판매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낸 이유가 비트코인 판매 수익인 만큼 투자 그 자체로 볼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 관점은 비트코인 '위험한' 변동성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폭탄 발언 외에도 머스크와 같이 영향력 있는 인물의 '입'에 따라 내재 가치가 변한다는 것은, 은성수 위원장이 지적하는 '투기성 자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입니다. 당장 테슬라발 이슈로 비트코인의 가격변화가 크지는 않아도, 향후 테슬라의 매도 정도나 머스크의 트윗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한다면 그 미래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기 힘듭니다. 

가상화폐는 이미 수많은 투자자들이 거래하고 있다. 실체를 인정하든 안하든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가상화폐는 이미 수많은 투자자들이 거래하고 있다. 실체를 인정하든 안하든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복잡미묘한 논리가 섞여 있는 가상화폐 시장입니다. 일부 비트코인과 연관된 사건들을 가지고 향후 방향성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옹호론자와 비관론자로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옹호론자는 1비트코이 6억원까지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하고, 비관론자들은 '폰지 사기(투자자끼리 돌려막는 제로섬 게임)'와 같다며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고 합니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요. 투자자들이 많이 사 모아서 수요가 많아지면 내재 가치가 올라가고, 화폐나 투자 대체 자산으로 인정 받게 되는 것일까요. 

그 전에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투자자가 많은 만큼, 비관론적인 정부 관료의 어긋난 확신이 있다고 해도,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지금 가상화폐냐 암호화폐냐를 따질 시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심지어 세금을 거두려고 한다면, 투명한 거래 시스템에 대한 관리와 사후 규제안이라도 마련해 놔야 합니다. 금융위는 인정하지 않고, 기재부는 세금을 걷는 이중적인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 거래소와 거래량이라는 실체가 있는 만큼, 자산으로 인정을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글로벌 테크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한국은행도 CBDC 발행에 따른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고, 향후 국가간 디지털화폐 거래 시스템 시뮬레이션 등 선제적인 연구와 대비책도 필요합니다. 

시장은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어른이니' '원론이니'를 따지면서 잘못된 투자 행태에 대한 훈계만 늘어놓는 태도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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