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빙하기 맞이한 스타트업, 급해도 꼭 유의해야 할 투자계약서 항목은?

김성훈 변호사 “급하다고 무심코 서명한 투자계약, 핵폭탄 될 수도”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위기에서 발생하는 투자 계약 문제… 주식매수청구권 꼼꼼히 살펴야
급한 마음에 꼼꼼한 검토 없이 무심코 투자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가 낭패를 보는 스타트업 사례들이 적지 않다. (이미지=픽사베이)

물가 폭등과 환율 급등으로 인한 후폭풍이 최근 금리인상 등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침체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스타트업계는 대대적인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이른바 투자 빙하기가 도래하며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고, 사업 환경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들이 신규 유치의 어려움 등으로 사업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M&A를 선택하는 셈이다. 문제는 어떻게든 자력으로 사업을 이어가려는 스타트업을 비롯해 M&A 조차 고려하기 힘든 신생 스타트업들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이들에게 제안하는 투자계약 중에는 간혹 순수한 의도를 넘어 악의적인 계약 조건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투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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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디캠프 선릉센터에서 모두싸인과 법무법인 미션이 주최한 '놓치면 큰일 나는 법률 정보 '인사/투자'편' 세미나는 스타트업이 주의해야 할 계약 관련 법률 정보를 짚어보는 시간이 됐다. (이미지=모두싸인)

이는 대표자를 비롯해 소수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의 경우 계약 사항에 있어 불리한 항목에 대항 충분한 법리 검토가 어렵다는 허점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몇몇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금액 보다 더 큰 손해에 직면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어렵게 일군 사업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지난 13일 디캠프 선릉센터에서 열린 ‘놓치면 큰일 나는 법률 정보 인사·투자편’ 세미나에서는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를 비롯해 ‘스타트업 투자계약서’ 작성 시 확인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는 강연이 열렸다.

스타트업의 투자유치가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 전문 기업 더브이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진행된 스타트업 M&A 사례는 129건에 달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기록인 125건을 뛰어 넘은 수치다.

M&A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이다. 최근 사례로는 카카오게임즈가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제작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754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그 외에도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플랫폼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가장 큰 M&A는 이달 초 네이버가 미국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인 ‘포시마크(POSHMARK)’를 무려 2조3441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투자 빙하기를 맞아 투자유치와 기업 지속성에 위기감을 느낀 스타트업들은 M&A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그 외에도 올해 두드러진 M&A 경향은 규모가 큰 스타트업이 경쟁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밀키트 업계 스타트업 프레시지가 2위 업체인 테이스티나인을, 여행업계 스타트업인 마이리얼트립이 스타트립을, 세탁 부문 스타트업인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 앱 운영사) 호텔 세탁 업체 크린누리를 인수한 경우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경쟁력 있고 이미 엄청난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에 해당되는 얘기다. M&A 조차 고려할 수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투자유치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시급할 경우에는 종전에 비해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음에도 어쩔 수 없이 투자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 때 발생한다.

투자 빙하기를 잘 이겨내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어

전자계약 전문기업 모두싸인이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해 기업 고객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을 돕는 ‘모두성공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놓치면 큰일 나는 법률 정보 인사·투자편’ 세미나는 그 일환으로 열린 행사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여섭 모두싸인 변호사가 ‘프리랜서 용역계약서, 제대로 작성하고 계신가요?’를 부제로, 스타트업 상태계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 변호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가 ‘투자 빙하기 속에도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법’을 부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날 특히 이목을 끈 것은 김성훈 변호사가 짚어주는 스타트업 투자계약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문제 상황들이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위험도가 높은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최근의 변화를 설명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 변호사. (사진=테크42)

김 변호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투자의 어려움은 하이 리스크 일 뿐 아니라 자금회수 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업 정보가 부족한 신생 스타트업 등은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 구조에서 정부는 모태 펀드 등의 정책자금을 통해 더 많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며 투자자의 위험을 줄이면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지원책을 써왔다. 문제는 물가와 금리가 폭등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그로 인해 모태펀드 자금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M&A 증가 현상은 독자적으로 생존하는데 한계에 직면한 스타트업들의 상황이 반영된 셈이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투자 빙하기라고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계절”이라며 “이 시기를 잘 이겨낸 스타트업에게는 더 넓은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즉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이 시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투자계약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발생해

투자 빙하기에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찌됐든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종종 스타트업들은 급한 상황에서 투자계약이 성사되는 것에만 신경을 써 자세한 계약 사항을 살피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어떤 경우에는 기업의 밸류, 즉 스타트업의 주식가치가 앞선 투자보다 낮게 평가해 투자제의를 하는 투자자도 있다.

김 변호사는 “이 경우 기존 투자자들은 굉장히 반발할 수 있다”며 “보통 스타트업들이 투자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는 별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조항들이 이때 굉장히 심각한 갈등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투자 계약은 하나의 결합이고 동반자로서 함께 하겠다는 거예요. 하지만 모든 관계는 좋을 때가 아닌 안 좋을 때 문제가 발생하죠. 그 안 좋을 때를 대비해 만든 것이 계약이고요. 최근의 상황은 투자 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요소들이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도장을 찍었다면 이제는 좀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거죠.”

김 변호사는 투자계약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례를 설명하며 계약서의 꼼꼼한 검토를 당부했다. (사진=테크42)

이어 김 변호사는 스타트업 투자 계약의 일반적인 유형을 설명하며 보통주와 우선주, 전환권과 상환권 등 꼭 체크해야 할 개념과 검토해야 할 주요 조문을 설명했다. 보통주는 일반적인 ‘주식’으로 불리며 특별한 권리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일반 주식을 말한다. 반면 스타트업 투자에서 쓰이는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전환권이 작용하는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전환권을 ‘이상한 친구의 등장’으로 표현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전환권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우월한 권리를 가진 우선주를 왜 보통주로 전환할까요? 핵심은 비율에 있습니다. 전환 비율이라는 조항이 있거든요. 이 때문에 보통은 1대1로 전환하던 것이 경우에 따라서 우선주 1주 당 보통주 2.5주 혹은 3.5주로 전환되는 마법이 발생합니다.”

주식매수청구권 내용은 꼼꼼히 살펴야…자칫 핵폭탄이 될 수도

이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때 스타트업이 앞선 투자에 비해 낮은 가치평가를 받고 투자를 받을 경우 발생한다. 이때 앞선 투자자에게 발행한 신주와 후속 투자자에게 발행한 신주 사이에는 가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를 ‘리픽싱(refixing)’으로 설명했다. 낮은 가치평가로 받은 투자로 인해 주가가 낮아진 경우 전환권 행사 시 가치 손상분을 메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김 변호사는 투자계약의 요소로 ‘지분(밸류)’ ‘납입의 선행조건/진술의 보장’ ‘투자금의 용도’ ‘경영상 동의권’ ‘우선매수권/동반매도청구권’ ‘주식매수청구권’ ‘주식양도제한’ ‘퇴사 및 경업금지 손해배상액 예정’ 등 중요 체크 사항을 언급하며 “적잖은 내용들이 주식을 사는 것 자체에 관한 계약이라기보다 그 이후 관계에 관한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투자계약에 있어 광범위하게 무리한 내용이 포함된 주식매수청구권은 차짓 스타트업에게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문제는 스타트업의 지속가능성이 보이지 않거나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실성을 보이지 못할 경우다. 김 변호사는 이때 투자자들이 쓰는 마지막 카드로 ‘주식매수청구권’을 언급했다. 스타트업에게는 가장 리스크가 큰 폭탄이 될 수 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투자금을 고리사채로 만들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보통 (투자자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시점에는 회사 가치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며 재차 주의를 당부했다.

“보통 이러이러한 사유가 있는 경우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는 문구로 돼 있습니다. 이때는 거부할 수 없이 무조건 매수를 해야하는 거예요. 회사 가치가 이미 없어진 상황에서 사실상 대표자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 것과 같은 강력한 효과가 있죠. 창업자에게는 가장 리스크가 큰 조항이니만큼 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지 않은지를 꼭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주의 사항을 당부한 김 변호사는 강연 말미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것은 투자자와 감정적인 이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의 의사결정이나 이익에 관련이 있는 부분들은 메일이나 메시지보다는 가능하면 만나서 그게 아니라면 전화로라도 배경을 설명하고 페이퍼를 보내 동의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업자도 경영상의 판단을 하지만 투자자 역시 경영상판단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 내용들이 전혀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의를 강요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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