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뒷칸에 실리는 마이크로 원자로 개발 성공

전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맞서 원전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평균적인 원자력 발전소는 화석 연료보다 8000배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며 탄소배출을 않는다는 점에서 환경 친화적이다.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능 누출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참사같은 원전재해가 두렵다. 이에 세계 각국은 와 같은 원자력 재해를 우려해 더 작고 안전한 원자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다양한 형태의 소형모듈원자로(SMR)(20~300MWe) 개발이 있다. 하지만 SMR보다 더작은 크기의 안전한 마이크로 원자로(~20MWe)연구도 중요하다. 최근 미국의 한 대학 교수팀이 트럭 뒤에 실을 수 있는 마이크로 원자로를 만들었다. 많은 최신 SMR 기술자들처럼 이 새로운 시스템에도 전통적 연료봉 대신 용융염이 사용됐다. 이 대학이 7일 발표자료에서 이 용융염 마이크로 원자로는 가동후 생성되는 일부 폐기물까지 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새로 개발된 경수로형 용융염 마이크로 원자로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현황도 함께 소개한다.

브리검영 대, 더 안전한 원자력 발전을 제공하는 용융염 원자로 솔루션 설계 성공

브리검영 대 용융염 마이크로 원자로 솔루션을 설계했다. (사진=아이다호국립연구소)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 화공과 매튜 멤못 교수와 동료들은 더 안전한 핵 에너지 생산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새로운 용융염 마이크로 원자로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발표했다. (*용융염 원자로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최근의 발전은 브리검영 대학교의 사례처럼 새로운 실험의 급증세를 가져왔다.)

발표에 따르면 이 마이크로 원자로는 원자력 생산과 관련된 많은 다른 주요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의 원자로들은 보통 경수로에 속한다. (*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돼 전력을 생산중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부산 고리 지역에 건설된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해 영광, 울진 지역에 건설된 모든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는 가압형 경수로다. 경주 월성군 지역에 건설된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 원자로는 중수로다.) 경수로 방식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핵연료의 핵에 중성자를 부딪쳐 원자를 쪼개고 난 후 남은 물질과 열을 고체 연료봉에 저장한다. 연료봉은 이들을 냉각시키기 위한 흐르는 냉각수를 필요로 한다. 만약 연료봉들이 충분한 냉각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과열되면, 전체 시설이 녹을(멜트다운) 위험이 있다.

미국 브리검영대 과학자들이 제안한 새로운 해결책은 남은 방사성 원소를 연료봉 대신 용융염에 저장하게 된다.

멤못 교수는 “핵에너지는 올바른 방법으로 한다면 매우 안전하고 매우 저렴할 수 있다. 그것은 배출이나 오염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처한 에너지 상황에 대한 매우 좋은 해결책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마이크로 원자로 제안은

매튜 메못 브리검영대학교 화공학교 교수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BYU)

일반적으로 용융염 SMR은 토륨, 우라늄, 플루토늄 혹은 초우라늄 원소들을 불소 또는 염소 화합물의 염과 혼합해 공융 상태의 액체 핵연료를 사용한다.

멤못 교수의 새로운 마이크로크 원자로도 모든 방사성 부산물을 용융염에 용해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용융염 원자로는 용융염이 방사성 물질을 구속하므로 핵연료 물질 비산을 막아주는 피복관이 필요없고 핵연료 용융염 자체가 열전달 매체로 사용된다. 핵분열 생성물이 운전 중에 지속적으로 제거되는 구조로 운용된다. 또한 원자로 가동 정지 시 잔열도 고체 핵연료 대비 40% 정도로 낮아져서 고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소금은 약 550°C를 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용융 온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가동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온도가 용융점 아래로 떨어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방사된 열은 다시 녹지 않는 소금에 흡수돼 멜트다운의 위험을 제거한다. 연쇄핵 반응 생성물은 또한 용융염 안에 안전하게 저장되며, 이는 핵 폐기물이 제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 시 퓨즈 밸브의 개방으로 용융염을 모두 배출해 사고를 방지하는 설비인 드레인 탱크를 이용할 수 있고, 순환 펌프의 작동과 용융염 보유량으로 출력을 조절해 제어봉 이탈사고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피동 안전성도 보유할 수 있다.

멤못 교수는 흥미롭게도 이 마이크로 원자로는 일부 생성물을 추출해 재판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발트60, 금, 백금, 네오디뮴과 같은 귀금속과 희토류 원소들은 모두 소금에서 제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은 이 공정에서 사용된 용융염까지 완전히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멤못 교수는 “가치 있는 원소를 뽑아내면서 산소와 수소도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소금을 완전히 깨끗하게 다시 만들어 재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소금을 무한정 재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의 에너지 전환에 대비한 더 개선된 솔루션

표준원자로와 SMR 비교. 마이크로 원자로는 이보다 더 작다. (자료=세계원전인사이트)

전 세계에서 가동되는 표준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 크기는 일반적으로 약 9mx9m에 이르며 방사선 위험을 줄이기 위해 1 평방 마일(2.59k㎡)이 조금 넘는 배타적 구역에 건설된다.

버밍엄대학교의 용융염 마이크로 핵 원자로의 크기는 약 1.2x2.1m이다. 더욱이 멜트다운 위험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 배타적 구역이 필요하지 않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의 마이크로 원자로 1기는 미국의 일반 가구 1,000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마이크로 원자로는 또한 약 12m 길이인 트럭 바닥에 장착될 수 있다. 이는 이 원자로가 휴대형이고 멀리 떨어진 장소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멤못 교수는 “지난 60년 동안 사람들은 핵이 나쁘고, 크고, 위험하다는 직감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인식은 1세대 원자로의 잠재적 문제에 기초하고 있지만, 용융염 원자로를 갖는 것은 [컴퓨팅에서 진공관 대신] 실리콘 칩을 가지는 것과 같다. 우리는 더 작고, 더 안전하고, 더 저렴한 원자로를 가질 수 있고, 그러한 문제들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디언트 뉴클리어, 흑연과 실리콘카바이드 코팅 펠릿 사용

레이디언트 뉴클리어의 마이크로 원자로도 개발되고 있다. 이 솔루션은 브리검영 교수들과 달리 기존의 연료봉 대신 여러 층의 흑연과 실리콘 카바이드로 코팅된 작은 펠릿을 사용한다. 이 마이크로 원자로가 개발되면 디젤 발전기 등을 대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레이디언트 뉴클리어)

흥미롭게도, 그동안 우주선에 사용돼 온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려는 민간 우주 회사들의 작업도 간접적으로 다른 유사한 에너지 조달 방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회사인 레이디언트 뉴클리어(Radiant Nuclear)도 휴대형 마이크로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 회사는 스페이스X에서 화성 여행용 휴대형 핵 에너지 솔루션을 연구했던 더그 버나워에 의해 운영된다.

레이디언트의 솔루션은 브리검영 교수들과 달리 기존의 연료봉 대신 여러 층의 흑연과 실리콘 카바이드로 코팅된 작은 펠릿을 사용한다.

레이디언트와 브리검용 교수들 모두 자신들의 연구결과가 원격지로 쉽게 운반할 수 있는 안전한 원자력 발전을 제공함으로써 차세대 에너지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전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는?

시장조사회사 폴라리스가 올해 1월 발표한 시장조사 보고서(2021년 기준)에 따르면 SMR시장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6% 성장하면서 세계 발전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SMR 시장규모는 130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자료=폴라리스)

현재 전 세계 각국은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개발에 한창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분류 기준에 따르면 20~300(MW)이하 출력을 갖는 원자로를 SMR, 700mW이하를 중형 1000~1400MW를 대형 원전으로 꼽는다.

SMR은 운송이 가능한 정도로 작으며 기존 방식에 비해 안전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마이크로 원자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브리검영은 최대 20메가와트(MW)의 출력을 내는 마이크로 원자로를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도 SMR은 모듈형으로 이어 붙여 전체 용량을 설계할 수 있다.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배관없이도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로 구성할 수 있다. 또한 SMR 특성상 원자로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적어 뛰어난 안전성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SMR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재가동되고 있는 원전을 대체할 차세대 원전으로 꼽힌다.

여러 가지 장점가운데 무엇보다도 안정성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사고 발생시 외부 전원이나 별도 조작 없이 안전성을 유지하는 ‘피동형’ 방식을 채택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안뿐만 아니라 내륙지역에 건설 가능하다는 게 자랑이다. 반드시 현장에서 작업할 필요가 없어 경제성을 확보하기도 쉽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시장과 별개로 전력망 미개발 지역 및 전력 수급 안정성을 필요로 하는 특수 지역, 즉 데이터 센터, 광산, 반도체 공장, 제철소, 해양 플랜트 등의 에너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MW급 에너지원(소형 LNG, 석탄 발전소 대체)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이 시장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폴라리스가 올해 1월 발표한 다소 보수적인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SMR시장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6% 성장하면서 세계 발전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SMR 시장규모는 130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 시장은 더욱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엔 SMR 시장 규모가 390조∼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 등은 2035년 SMR 시장은 6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약 70개 원자로 형이 개발되고 있다. 형태 별로는 가압경수로(PWR) 23기, 초고온가스로 14기, 고속중성자로 11기, 용융염로 10기 등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SMR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028년까지 국내 원전기술로 170MW급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를 개발할 계획이다. 민간 차원에서는 SK그룹이 빌게이츠가 세운 차세대 원전 벤처기업인 테라파워에 3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미국 뉴스케일 파워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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