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AI규제 완화한다는데... AI 산업계 어떻게 달라질까?

  • 바이든의 AI 행정명령 폐지 계획, 산업계 환영과 우려 동시에
  • 주 정부 차원의 AI 법안 추진 가속화, 연방-주 간 규제 격차 확대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AI 정책이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I 혁신과 국가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바이든 행정부의 AI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11월 13일 미국 워싱턴의 의사당에서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10월 발표한 '인공지능의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개발과 사용에 관한 행정명령'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AI 혁신을 방해하는 급진적인 좌파 아이디어를 폐지할 것"이라며, 공화당원들이 자유로운 언론과 인간의 번영에 뿌리를 둔 AI 개발을 지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AI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서는 AI의 윤리적 사용과 안전성 확보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정책이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적극적인 규제 역할을 맡지 않을 것으로 보며, 이는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닐 칠슨 전 FTC 수석 기술자는 "미국 기업들을 얽매일 큰 국제 협정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하에서 미국이 국제적인 규제 협력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 지적 재산권 도용, 잘못된 정보 확산 등 여러 위험 요소가 존재하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AI 개발을 통해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의 첫 임기 동안 "미국의 AI 리더십 유지"를 목표로 여러 행정명령을 발표했으며, 이는 AI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기반이 되었다. 특히 2019년 발표된 '미국 AI 이니셔티브'는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고, AI와 머신러닝 같은 혁신 도구의 채택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증진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CNBC에 따르면 새 행정부는 AI 관련 기관 규칙 제정을 중단하고, 연방기관의 AI 규제에 대해 '가벼운 접근'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셀 보트(Russell Vought)가 관리예산국(OMB) 국장으로 재임명될 가능성이 높아, 이전 트럼프 행정부에서와 같이 "AI 혁신과 성장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규제를 피하라"는 지침이 다시 강조될 전망이다.

러셀 보트(Russell Vought)가 관리예산국(OMB) 국장. (사진=로이터)

이에,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데이비드 삭스(David O. Sacks)가 백악관 'AI & 암호화폐 차르'와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의장으로 발표된 것은 행정부가 더욱 산업 친화적인 접근을 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AI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에너지 인프라 확충도 새 행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을 맡게 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 경영자 역시, AI 규제 완화와 혁신 촉진을 강조해왔으며, 이러한 입장이 트럼프의 AI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머스크는 오픈소스 AI 접근법을 강화해 협력과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머스크는 AI를 국가 안보와 경쟁력 강화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영향으로 AI 기술의 군사 및 국방 목적 활용이 강화될 수 있으며, 에너지 정책과 AI 개발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머스크가 자신의 AI 기업 xAI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차기 행정부에서 신설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영영자. (사진=로이터)

한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의 AI 규제 접근도 변화가 예상된다. 앤드류 퍼거슨(Andrew Ferguson) FTC 의장 내정자는 "FTC의 AI 규제 시도를 종식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감시는 지속될 전망이다. 의회에서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AI 정책이 국가 안보와 국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로 생성된 딥페이크와 디지털 복제본 문제에 대한 입법 노력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 정부 차원에서는 AI 관련 법안 추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콜로라도 등 여러 주에서 AI 소비자 보호법과 대규모 AI 모델에 대한 공공 안전 규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연방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대조를 이루며, 연방-주 간 AI 규제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AI 규제 완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기술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의 윤리적 문제와 안전성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산업계와 정책 입안자들은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미국의 AI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 정부는 AI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혁신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윤리적 가이드라인 수립 등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의 AI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AI 생태계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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