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오는 25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까지 남은 기간은 10일이다. ISMS 인증을 획득한 28곳의 거래소 가운데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접수한 곳은 업비트를 비롯한 빗썸, 코인원, 코빗 4개사 뿐이다. 대형 마켓 4곳이 이미 원화마켓을 포함한 사업자 신고를 마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엑소더스(Exodus, 투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현상)은 불 보듯 뻔하다. 그 중 업비트 독주 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특금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오는 25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까지 남은 기간은 10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3일 기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준에 필수 요소인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를 획득한 사업자는 40곳으로 가상자산 거래소가 28개사, 지갑사업자가 12개사다.
가상자산 거래소 중 원화마켓 운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또 한 가지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다. ISMS 인증을 획득한 28곳의 거래소 가운데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접수한 곳은 업비트를 비롯한 빗썸, 코인원, 코빗 4개사 뿐이다.
ISMS를 획득하고도 은행의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한 24개사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폐업을 하거나 임시방편으로 원화마켓을 종료하고 코인마켓만을 운영하는 것이다.
사업자 신고 마감 기한이 9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의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결국 원화마켓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금융당국 ‘유예 연장 불가’ 중소 거래소 절망, 피해자 발생 우려 커져
금융 시장의 안정을 추구하는 금융당국으로서 가상자산 분야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낯선 금융이었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현재도 가상자산은 보수적인 금융권과 정부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신임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가상자산에 대해 “가상자산의 성격, 화폐로서의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국제사회도 아직까지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으로 안다”며 “다만 G20,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와 상당수의 전문가는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으로 보기 어렵고 화폐로서 기능하기 곤란하다고 보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우회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을 밝힌 셈이다.
직설 화법으로 금융당국의 속내를 유추해 보자면 이번 특금법 시행은 거래소 난립으로 무질서해진 가상자산 업계를 일시에 정리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금융 수준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체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실제 고 위원장은 취임식에서도 “가상자산 시장 문제를 피하거나 미룰 수 없다”며 특금법 적용 기한 연장 불가를 못박았다.
문제는 법 시행 직후 벌어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없는 거래소는 업계의 80%를 차지한다. ISMS 조차 획득하지 못한 거래소는 폐업이 불가피하다. ISMS 인증 획득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뿐 아니라 적지 않은 비용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향후 신고기한까지 잔여일정을 고려할 때 오는 24일까지 ISMS 인증을 획득할 새로운 가상자산 거래소 등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금융당국과 관계부처의 특금법 적용 관련 유예 불가 입장이 확고한 가운데 ISMS를 획득한 사업자들은 원화마켓을 종료하고 코인마켓 사업만으로 FIU에 사업자 신고를 한다는 방침이다.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 중 코어닥스는 15일부터 원화마켓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는 향후원화로 가상자산을 구매하거나 매도 후 현금화를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한해 다른 가상자산을 구매하거나 매도 대금으로 받을 수 있다.
플래이빗 거래소 역시 우선 코인마켓 사업자로 신고를 한다는 방침이다. 원화마켓은 17일 종료를 공지했다. 그 외에도 텐앤텐, 빗크몬 등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의 원화마켓 종료는 뒤를 잇고 있다.
중소 거래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대형 마켓 4곳이 이미 원화마켓을 포함한 사업자 신고를 마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엑소더스(Exodus, 투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현상)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에서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원화거래를 할 수 없다. ISMS조차 획득하지 못한 거래소의 경우는 영업 종료 외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 금융 당국의 고지에 따르면 영업종료일로부터 최소 일주일 전 영업종료 예정일과 이용자산 환급방법을 밝혀야 한다. 사실상 폐업을 앞둔 가상자산 거래소의 운명은 오는 17일로 끝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ISMS 인증과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을 준비하고도 문을 닫게 생긴 거래소가 적지 않다”며 “이용자 안전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 등도 문제지만 성실하게 운영을 해 온 거래소까지 도매급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있는 시점을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투자자 피해에 대한 대책은 위법행위 단속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부 부실 거래소의 ‘먹튀’ 상황이다.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받은 자산을 환급하지 않고 문을 닫을 시 경찰과 금융당국은 전담반을 통해 단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발생하는 투자자 피해는 막을 방법이 없다.
법조계 전문가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 폐쇄로 인해 피해를 받는 투자자가 소송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한국핀테크학회 등은 ‘가산자산거래소 줄폐업 피해진단과 투자자 보호 대안’ 포럼을 통해 특금법으로 인한 중소 거래소 줄폐업 시 투자자들이 입을 잠재적 피해 규모가 최소 3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포스트 특금법 시대, 왕좌는 업비트로?
사실상 가장자산 거래소의 대대적인 정리가 예고된 상황에서 업비트를 비롯한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는 이동하는 투자자를 확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실명계좌 발급에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고 자체 트레블룰과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고팍스, 보라비트 등 일부 특금법 막차를 탈 가능성이 있는 중견 거래소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4대 대형 거래소와 경쟁은 규모 자체에서 불가능한 상황이다.
4대 거래소 사이에서도 불균형은 존재한다. 이용자 예치금 수준에서 비교했을 때 업비트의 규모는 과점 수준을 넘는다. 나머지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의 예치금을 합해도 업비트 예치금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업비트 독주 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특금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정부 기준에 미달해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형 거래소 고객들이 업비트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이후 3개월 간 업비트 신규가입자 수는 177만 5561명에 달한다. 나머지 세 곳의 거래소 합산보다 2.7배가 많은 수준이다.
업비트와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해외 거래소 역시 국내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려면 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이미 지난 8월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서 원화 현물 거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가 중단을 밝힌 서비스는 원화 거래 페어, 원화 결제 옵션, P2P(개인대 개인) 거래 신청, 한국어 지원 등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달 바이낸스를 비롯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27개사에 서한을 보냈다. 특금법이 적용되는 25일 이후 해외 거래소가 신고 없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할 경우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금융당국이 업비트가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형국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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