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가상자산사업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범부처 특별단속 중간실적 결과'를 살펴보면 기준에 미달하는 거래소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가겠다는 금융 당국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미 거래소 살생부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4대 거래소로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중 제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확인서 발급을 받은 곳은 업비트가 유일하다.
오는 9월 25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까지 25일을 앞둔 시점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접수를 완료하지 못하고 있어 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범부처 특별단속 중간실적 결과’를 살펴보면 기준에 미달하는 거래소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미 거래소 살생부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존폐를 결정 짓는 이슈는 실명계좌 확인서다. 4대 거래소로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중 제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확인서 발급을 받은 곳은 업비트가 유일하다.
실명계좌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한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은 제휴 은행으로부터 트래블 룰(가상자산 송·수신자 정보 파악 의무) 도입을 요구 받고 있다. 제휴 은행에서는 이것이 해결 되야 실명계좌확인서를 발급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레블 룰(Travel rule, 자금이동규칙)이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거래소 간 가상자산을 주고 받을 때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가 파악되도록 하는 국제기준이다. 특금법에 따라 국내 모든 거래소는 늦어도 2022년 3월까지 이를 도입해야 한다.
이에 업비트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의 거래소는 30일 트래블 룰 체계 구축을 위해 차명훈 코인원 대표를 대표이사로 하는 합작법인을 출범시키고 제휴 은행에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이들 3사와 업비트는 함께 합작법인을 구성해 트래블 룰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지만, 업비트가 입장을 바꿔 독자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합작법인은 향후 개발한 서비스를 가산자산사업자 인가를 받은 거래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업비트의 독자 행보, 이유 있다
업비트가 빗썸, 코인원, 코빗 등과 합작사 설립에 참여했다가 입장을 바꾼 데는 이유가 있다. 결과적으로 3사에 비해 독자 시스템 구축이 가능했고, 이를 통해 문제가 되는 실명계좌확인서 발급을 유일하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사실상 체급 면에서 업비트와 나머지 세 곳의 거래소를 4대 거래소로 통칭하기에는 이미 그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태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준 업비트의 이용자 예치금은 5조 2678억원으로 2위를 기록한 빗썸의 1조 349억원의 5배를 넘고 있다.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코인원과 코빗의 예치금을 합한다고 해도 업비트 예치금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업비트의 경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바이낸스와 비교 가능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6일 기준 24시간 거래량은 글로벌 1위 바이낸스가 31조원가량이며 업비트가 14조 7000억원가량이다. 빗썸은 1조 4000억원이다. 역시 나머지 코인원과 코빗의 거래양을 모두 더해도 업비트의 10~15%에 불과하다.
이러한 업비트 독주 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특금법 시행을 앞둔 최근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정부 기준에 미달해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형 거래소 고객들이 업비트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이후 3개월 간 업비트 신규가입자 수는 177만 5561명에 달한다. 나머지 세 곳의 거래소 합산보다 2.7배가 많은 수준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업비트 독주 체제가 불과 1년 사이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초만 해도 업비트와 빗썸은 업계 1위를 오락가락하며 경쟁하던 관계였다. 2019년 11월 당시에는 업비트에서 1260억원어치 암호화폐가 유출되는 해킹 사건이 터지며 지난해 초까지 1위를 유지하 곳은 빗썸이었다.
업비트와 빗썸의 운명이 극적으로 갈린 이유는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는 공동창업자인 송치형 의장과 김형년 부사장이 각각 25.4%, 1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사업 초기부터 카카오와 그 계열사들이 총 21.3%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에 취임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는 전 카카오 대표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최근 블록체인을 자사 제 2의 먹거리로 삼아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정비에 나섰다. 두나무 역시 이석우 대표 취임 후인 2018년 3월 향후 3년동안 1000억원을 블록체인 관련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산업 생태계 조성과 기술의 육성이 그 목적이었다. 이는 최근 블록체인 사업 재편을 단행한 카카오의 행보와 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빗썸은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일이 잦아지며 ‘사업을 주도할 오너’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실 거래소 퇴출이 우선, 정부 입장은 확고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가상자산사업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범부처 특별단속’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4월 16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되는 특별단속의 최근 중간 보고 결과를 보면 7월까지 단속 실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사기 등 총 141건 및 520명을 수사·검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관 별 실적을 보면 먼저 금융위원회는 3503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가상자산사업자의 집금계좌를 전수조사해 11개 사업자가 운영 중인 14개 위장계좌를 발견해 거래 중단 및 수사기관에 제공했다.
이어 경찰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사기·유사수신 사건을 수사해 총 141건, 520명을 수사·검거하고 범죄수익 2556억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사이버침해 모니터링을 통해 가상자산 관련 피싱사이트 113건을 차단 조치 후 경찰청과 함께 정보통신망형 침해 범죄에 공동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가상자산사업자 8개사의 이용약관을 조사해 15개 불공정약관 유형에 대해 시정권고 후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가상자산 투자사기 관련 정보(사이트) 총 16건에 대해 심의 및 시정요구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단속과 별개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 신고 준비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3일 기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획득한 거래소는 21개다. ISMS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3년마다 갱신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ISMS 인증을 받지 못한 거래소가 전체의 40%가량이다. 문제는 이 인증을 획득을 위해서는 신청 후 3~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즉 40%에 달하는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가 특금법이 적용되는 9월 25일까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ISMS를 획득한 중소형 거래소라고 해도 더 높은 허들이 가로막고 있다. 바로 실명계좌 발급이다. 이제까지 실명계좌를 발급 받은 곳은 업비트를 비롯해 빗썸, 코인원, 코빗 등 3개사 뿐이다. 더구나 업비트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은 대형 거래사임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브래블 룰을 단서로 확인서 발급을 해주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수리하려면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 임기가 시작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앞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야당과 업계가 요구하는 특금법 적용 6개월 연장이 불가하며 예정된 일정대로 9월 24일까지 신고를 마친 거래소만 영업을 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절차를 은행과 가상자산 사업자 간의 사적 계약으로 각 은핼별 절차에 따라 진행 되는 것”이라며 금융위 소관이 아님을 명백히 했다.
정부 및 금융당국의 완고한 기준이 업비트에 유리하게 적용돼 독과점 체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고 위원장은 “법률이 정한 요건에 맞춰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시장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밝히며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국제적인 동향을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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