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리추얼(Ritual)만으로도,
당신이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더 좋아 보이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모티베이션 연구소 부소장인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Heidi Grant Halvorson)은 이렇게 말합니다. 보통 ‘리추얼’이라고 하면 종교적인 의식절차나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을 뜻하는데요. 그런데 이걸 비즈니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바로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떤 ‘의식’을 치르게 하는 겁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냐고요? 미네소타대 칼슨 스쿨의 캐슬린 보스 연구진은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당근을 주고 먹기 전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심호흡을 한 후, 눈을 감고 당근을 먹도록’ 하는 간단한 ‘의식’을 치르게 한 건데요. 그랬더니 참가자들은 이렇게 먹는 당근이 그냥 먹는 당근보다 더 맛있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어떤 ‘의식’, 즉 리추얼이 먹는 경험 자체를 더 즐거운 것으로 만든 거죠.
기네스의 마스터 브루어 ‘퍼갤 머레이(Fergal Murray)’는 기네스 맥주의 맛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요. 머레이는 여기에 또 하나의 비법을 더했습니다. 바로 기네스만의 음주법 “퍼펙트 파인트 (자막. Perfect Pint : 완벽한 한잔)” 를 만들어 알린 건데요.
1) 먼저 기네스 전용잔을 준비합니다.
2) 잔을 45도로 기울여 3/4지점까지 기네스를 채우죠.
3) 그 다음 맥주를 따를 때 생긴 거품이 가라앉기를 2분 정도 기다립니다.
4) 그러고 나서 맥주를 마저 끝까지 채워 크림을 만들고, 마시는 겁니다.
기네스 완벽하게 따르는 법 (출처: 기네스 공식 홈페이지)
이 리추얼은 실제로 맥주 맛을 더 좋게 만든다고 하죠. 하지만 그보다 강력한 것은 바로 이렇게 맥주를 따라 마시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이것이 기네스 맥주 한잔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어 주는 거죠. 기네스 매니아들은 이 리추얼을 열렬히 신봉하는데요. 덕분에 기네스는 100여개 국에 매년 20억파운드의 맥주를 팔아 치우며, 흑맥주 시장 세계 1위를 당당히 지키고 있습니다.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는 브랜드 딥티크도 고객들에게 꽤 까다로운 사용법을 요구합니다.
일단, 초에 불을 붙인 후에는 고르게 녹을 수 있도록 두 시간 이상 태워주라고 합니다.
또, 사용 후 불을 끌 때는 절대 입으로 불어 끄지 말라고 하는데요. 대신 스누퍼(suffer)라는 기구를 사용해 심지 타는 냄새를 줄이고 재가 초에 떨어지는 걸 막으라고 하죠.
타다만 심지는 그을음이 생기지 않게 가위처럼 생긴 윅트리머(wick trimmer)로 깔끔하게 잘라주고요.
그리고 다음 사용할 때까지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캔들리드(candle rid)를 덮어 보관하라고 하죠.
딥티크 향초 (출처: 딥티크 공식몰)
이거 원, 어렵고 복잡해서 따라 하겠냐고요? 오히려 그래서 더 인기입니다. 뭔가 특별한 의식을 하는 것 같아 딥티크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는 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딥티크의 리추얼을 보면 마치 의식을 치를 때 쓰는 제기처럼 스누퍼, 윅트리머 같은 낯선 도구들이 등장하죠. 딥티크는 향초에 이런 도구들까지 덧붙여 팔아 ‘리추얼 생태계’를 만들었는데요. 덕분에 부가적인 매출을 올리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딥티크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기네스와 딥티크처럼 제품에 리추얼을 덧붙여보세요. 어디에나 적용해볼 수 있는데요. 운동화라면 끈을 묶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을 만들 수도 있을 거고, 만년필은 사용 전에 어떤 의식을 하도록 만들어 볼 수도 있겠죠? '우리 제품/브랜드를 활용하는 특별한 경험'이 사람들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