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다른 이커머스는 안전할까?

티메프 사건으로 휘몰아친지 어느새 2주가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로 학습효과없이 저 또한 물려버리고 말았네요. 물론 티메프에 물린 건 아니고, 티메프를 통해 유통하던 해피머니의 자금경색으로 인해 상품권 자금이 묶였으니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셈이죠. 

 한때 티몬, 위메프, 쿠팡 커머스 삼대장으로 꼽히기도 했던 이들이 어쩌다가 수렁에 빠지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을 일으키게 되었는지 살펴보려고....했지만 이미 많은 언론 매체에서 다뤄주신 분들이 많아, 이번에는 티메프 이후 다른 이커머스들의 상황을 살펴보고 위험군에 있는 플랫폼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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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만 대세였던 티몬?

일단 제가 해피머니 묶여본 입장에서 보면, 소위 상테크(상품권 재테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티몬이 매우 훌륭한 꿀통이었습니다. 해피머니상품권을 티메프에서는 8%할인해서 팔았고, 소비자들은 항공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카드나 추가 할인되는 카드로 이 상품권을 구매했고요. 구매한 해피머니 상품권(컬쳐랜드 포함)을 다시 8%수준으로 할인 현금화하여 항공마일리지만큼, 카드 구매혜택금액만큼 이득을 봤었습니다. 

 저같은 일반사람들도 한달에 50~200만원씩 했는데, 전문적으로 하는 업자들은 오죽했을까요? 그리고 티메프는 이를 적극활용하여 거래액 규모를 키우는데 큰 몫했습니다. 상품권 자체가 평균 단가가 높다보니 조금만 구매가 일어나도 거래 규모는 빠르게 커졌고, 최근에는 티몬 자체 충전금을 할인해서 팔기까지 했습니다. 

티몬, 고객 충전금 역대 최고치…"큐텐그룹 인수 효과, 제2 전성기"

 실제 큐텐 인수 이후 티몬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66% 상승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E쿠폰 거래액이 170% 늘었고, 여행·레저 70%, 가전·디지털 55%가량 거래 규모가 상승했다.

실제로 E쿠폰 거래액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자료를 냈던것을 보면 거래액의 진실에는 이와같은 배경이 있었던 것이죠. 

 문제는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거래액, MAU로는 티몬이 꾸준하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게 꾸몄다는 것입니다.

거래액, MAU가 만능이었던 시대는 가고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티몬, 위메프 뿐만아니라 다른 이커머스들도 거래액이 늘고 MAU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가 투자를 받고 높은 밸류를 인정받아온것이 지난 10여년의 이커머스, 그리고 플랫폼 기업들의 역사입니다.

 특히나 MAU같은 경우에는 2010년대 중반이후 높은 마케팅비용을 태우며 급성장하고 다시 이를 기반으로 투자받아 또 비용을 지출하는 순환과정의 핵심 키였습니다. MAU가 얼마냐가 곧 기업가치를 대변해주기도 했는데요. 커머스의 경우 거래액이 또 MAU만큼 중요한 지표였고요.

워런버핏의 명언 중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고 일갈한게 있는데요. 실제로 시장의 유동성이 빠지면서 누가 발가벗고 영업을 해왔는지 짐작케하는 지표들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재무건전성이겠죠.

 제가 결국 묶여버렸다고하는 해피머니나 티몬, 위메프 역시 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처럼 '자본잠식'이 이뤄지고 있는 회사들이 있었죠. 그럼 하나하나 그런 회사들의 요즘 상황을 살펴보시죠. 

명품 커머스는 괜찮을까?

한창 주가를 올리던 대세기업이 있었습니다. 명품 커머스 '발란'이었죠. 당시에는 김혜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광범위하게 광고를 집행하기도 했기 때문에 스타트업계 아닌 분들도 이름은 꽤나 익숙할 법한데요. MAU 1위라거나 역대 다운로드 누적 1위라는 등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 2022년에는 발란이 정말 대세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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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으며 '계속기업가치 불확실'지적을 받으며 자본잠식상태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누적 결손금 784억 8300만원에 이미 총부채가 총자산을 77억 3200만원 초과한 자본잠식 상태인데요.

발란은 4분기 연속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추가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여전히 자금운영 정상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어 과거의 영광 MAU1위 다운로드 1위라는 수치도 빛을 바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명품 커머스로 나왔던 머스트잇이나 트렌비도 크게 다르지는 않죠. 이미 2022년에 손실폭이 커졌던 머트발 명품 삼형제의 현재 상황도 녹록치만은 않다고 하죠. 브랜디, 퀸잇과 크림 역시 자본잠식상태라고 하죠. 유동성 축소가 일어난 2022년부터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MZ 대세 명품 커머스들의 사세 축소는 예견된 바이기도 합니다.

내 주변이 평균이라는 착각 혹은 환상

명품 커머스 말고 패션 커머스 전반은?

구매력이 줄어든 명품 커머스만 이런 상황일까요? 에이블리, 무신사, 지그재그 등 일반 패션 커머스로 확장하면 상황이 괜찮을지도 살펴봤습니다. 에이블리의 최근 대세감은 여전합니다. 이제는 쿠팡에 이어 통합 커머스 2위까지 오른 상태인데요.

에이블리, C커머스 제치고 MAU 통합 2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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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무건전성이겠죠. 에이블리는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2022년까지 7년 연속 적자에 자본 잠식 상태로 누적 결손금만 2천억에 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셀러들의 정산계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공지한 바 있지만, 앞에서 밝힌 것 처럼 대세감, 거래액, MAU등이 정말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제는 더이상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되었죠.

최근에는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에 접촉했다가 거절받은 알리바바의 투자제안을 에이블리만이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섰다는 분위기로 보아 역시나 재무건전성에 대해서 에이블리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그재그나 W컨셉역시 적자경영을 이어나가고는 있어 여성 커머스앱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나마 다행인것은 지그재그는 카카오가, W컨셉은 신세계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 대외 신인도를 고려해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까지 고려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네이버, 쿠팡, 무신사 등 돈버는 회사로 재편

결국 사업도 돈이고, 이제 돈을 버는 회사만 살아남습니다. 분명 여전히 쿠팡과 네이버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네이버는 '빠른 정산'을 내세워 셀러들을 모으고 있고, 티메프와 유사한 오픈마켓구조이기 때문에 그 수혜를 더 받겠죠. 이미 1분기 영업이익 4393억에 달할만큼 훌륭한 현금흐름에 기반한 재무건전성도 확보되고 있고요.

쿠팡은 7분기만에 영업손실 4천만 달러를 일으키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전히 분기매출 10조에(상품권 없이)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만 7조일 정도로 재무건전성에 대해서 더이상 걱정할 단계는 지나갔다는게 중론이죠. 거기에 최근 쿠팡와우 멤버십비용도 20%이상 높인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수익성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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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무신사가 의외입니다. 스타트업 출신 유니콘 기업이라는 꼬리표만 떼고 보면 대기업 수준에 버금가는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죠. 작년 영업이익은 86억 손실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RSU보상등의 일회성 비용인 점을 감안하면 꾸준히 영업이익 100억원대를 달성할만큼 흑자구조를 만들었죠. 작년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만 420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무신사 역시 돈버는 회사로서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결국은 돈버는 회사로 거듭나야할 때

간단히 영업이익, 손실, 현금성 자산, 자본잠식 유무등만 살펴봐도 이제는 커머스 업계가 건강함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여 다행입니다. 쿠팡을 제외하고 보면 그동안 투자받고, 마케팅 비용을 태워 규모를 키우고, 다시 고밸류를 받아 유입한 돈으로 대세감을 만들어 나갔던 커머스 스타트업들에 대한 시선이 회의적이었죠.

모두가 쿠팡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오늘 다뤘던 커머스 업계의 경우 돈이 돌아야 하는 업계에서 유동성이 축소되는 시기에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쌓아놓은 현금이 없고, 돈을 못벌고 있다면 이번 티메프 사태처럼 소비자와 셀러 모두가 피해를 입는 풍경이 연출될 것입니다.

회사는 결국 돈을 벌어야 회사고, 그 돈은 투자사로 부터 들어오는 투자금이 아니라, 영업마진을 통해 만들어내는 건전한 수익이어야만이 소비자와 플랫폼, 셀러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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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워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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