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피코시는 성공할 수 있을까?

티피코시를 (원래) 아는 분이라면 기본적으로 30대 중반 이상일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뉴트로가 잠깐의 유행을 넘어 지속적인 문화 현상으로 진행되다 보니 '티피코시'가 재론칭한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김남주·서태지의 '티피코시' 돌아온다…추억의 패션 재소환

기사에 있는 것처럼 저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나 'Lee' 같은 브랜드들이 백화점에 입점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는데요. 단순히 브랜드뿐 아니라, 운동화 같은 것들도 클래식한 디자인이 유행을 하는 것을 보면 90년 대의 유행은 일시적인 현상은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90년대일까요? 

90년대는 대한민국의 벨에포크일까?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클래식 카에 대한 로망을 종종 볼 수 있죠. 그중 대표적인 영화가 '그란토리노'입니다. 곧 개봉하는 '존 윅'의 경우도 1편에서 조용히 살던 존 윅의 분노를 터트린 뇌관은 강아지와 오래된 머스탱이죠. 

관련해서 예전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이런 현상은 일부 자동차 마니아의 취향이 아니라 미국의 황금기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은 게 제 생각인데요. 오일 쇼크로 인해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일본에서 만든 작은 차가 (강제) 유행하기 전, 배기량과 소음이 엄청난 차들이 그 시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의 상징이 되는 겁니다. 

그란 토리노 : 중형차 라인임에도 최소 4,000cc 이상인,  백인 노동자에게는 미국 황금기의 로망이다..

각 나라별로 이런 시대가 있습니다. 이걸 벨 에포크라 부르죠. 선진국들의 경우 대체로 근대화를 맞아 (다른 나라에서 착취한 것들, 또는 자원 개발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던 때인데, 나라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19세기에서 20세기 초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이때를 다이쇼 로망이라고 칭하며 '귀멸의 칼날'이라는 초대박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기도 했구요. 

하지만 우리의 경우 (또 대부분의 근대화의 후발 주자들이 마찬가지) 근대의 시작이 일제 강점기와 중첩되기 때문에 그때에 대한 '로망'을 가지긴 쉽지 않습니다. 미국을 따라 이때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도 몇 편 등장했지만 그들과는 달리 뭔가 어둡죠. 크게 성공한 영화는 암살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저는 20세기 초 대신 90년대가 우리의 벨 에포크가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젊은 층이 문화의 주도권을 잡게 된 때이기도 하고, 군사정권이 끝나고 본격적인 민주화가 시작되는 시기이며, 88년 올림픽 이후 경제적으로도 풍요롭던 때죠. (딱, 97년 이전까지 입니다만..) 

좀 더 길게 봐서는 고조선 이래 처음으로 평등한 사회와, 독립된 나라와, 직접 대통령을 뽑는.. 그 많은 사람들이 꿈꾸며, 오기만 한다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겠다던 '그날'이 처음으로 우리 앞에 찾아온 순간이죠. 

이걸 반대로 해석하면, 90년 대가 우리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보면야 그때 보다 지금이 훨씬 잘 살고 있고, 대한민국의 위상도 그때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미래에 대해선 불안감이 있거든요. 

일례로 일본재단이라는 곳이 주요 6개국의 18세를 대상으로 자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조사한 게 있는데요. 이 조사에 한국의 18세들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한국의 경우 미래 전망이 밝다고 응답한 결과는 30%를 좀 넘는 수준이었죠. 6개국 중 5위에 해당합니다. 꼴찌는 어디냐구요? 예상하시겠지만 일본입니다. 10%대로..  


90년대가 소환되는 건 이런 현상과 연결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티피코시가 90년대에 유행했던 브랜드인 건 맞지만, 과연 90년대를 상징할 수 있는 브랜드인가? 그리고 클래식한(유행을 타지 않는) 브랜드인가? 하는 것에는 좀 의문이 있습니다. 

LF가 MZ와 코드를 맞추려는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만, 티피코시가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그냥 이벤트 성격으로 끝날 지 한번 지켜봐야겠네요. 

P.S. 만약 티피코시가 성공한다면, 이랜드에서도 브랜따노, 헌트, 언더우드 같은 브랜드를 재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랜드는 90년대보다는 80년대 감성에 가깝지만... 

본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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