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알뜰폰이라 위치추적 안된다고? …개인정보수집 관련 법적 해결 필요!

[AI요약] 지난 1일 밤 울산에서 30대 여성이 남성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경찰이 위치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 탓에 결국 숨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성이 신고한 휴대전화가 ‘알뜰폰’이라서 경찰의 위치 파악이 늦어졌다는 것이 이유다. 이와 관련 알뜰폰 사용자 위치추적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확인해 봤다.

최근 위급 상황에서 경찰 신고를 했지만, 위치 파악이 늦어져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알뜰폰의 위치추적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지난 1일 밤 울산에서 30대 여성이 남성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데이팅앱에서 만난 두 사람의 다툼 끝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건 당시 이 여성은 남성에게 공격 당하기 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이 위치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 탓에 결국 숨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성이 신고한 휴대전화가 ‘알뜰폰’이라서 경찰의 위치 파악이 늦어졌다는 것이 이유다.

알뜰폰 위치추적 문제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망 사건은 이전에도 발생한 적이 있다. 2017년 경기도 김포의 한 빌라 신축 공사장에서 노동자 2명이 콘크리트 양생 목적으로 피운 갈탄 연기에 중독돼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에도 신고를 한 노동자의 휴대폰이 ‘알뜰폰’이라 소방대원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알뜰폰은 통신사의 비싼 요금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이용자를 늘려왔다. 최근에는 고물가의 영향으로 지난 6월 기준 가입자 1100만명을 돌파한 것을 알려졌다.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상황이 됐지만, 관련 서비스 개선 문제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언급된 사건들이 터지면서 알뜰폰의 위치추적 문제는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넷 상에서는 “통신 3사의 경우 경찰이 전산으로 가입자 신상과 위치를 조회할 수 있지만, 알뜰폰은 가입자 정보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상담사가 상주하지도 않아 야간이나 주말 같은 휴일에 정보를 받을 수 없다”는 식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보도 역시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지는 통신 3사에 유통되는 휴대폰 단말기에는 각 통신사 전용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지만, 타사 망을 임대하는 알뜰폰의 경우 위치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알뜰폰은 가입자 정보나 위치를 확인할 시스템이 없고, 통신 3사 망과 연결된 자회사 망이 아닌 타사 임대 망을 사용할 경우 위치 추적이 더 어렵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알뜰폰 사용자 위치추적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확인해 봤다.

팩트체크 1. 위급상황 신고자의 위치 추적 프로세스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현재 위급상황 발생 시에는 경찰청과 통신사간 협약에 따라 24시간 즉각적인 위치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경찰이나 소방당국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신고자의 신고를 받아 위치를 추적할 때는 위치정보법29조 제2항에 따라 위급한 상황에 한해 신고자의 위치를 통신사로부터 제공 받도록 돼 있다. 이때 각 통신사는 자사 서비스에 가입된 사용자의 단말기에 탑재된 전용 위치 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 위치를 추적해 요청한 기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통신사 종사자의 말은 조금 다르다. 법적으로는 그렇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기관과 통신사 간 협약을 통해 경찰청 등에 통신사들과 업무 공조를 하는 담당자를 지정해 놓고, 위급상황 발생 시 해당 담당자가 바로 통신사의 시스템에 접근해 위치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긴급상황 발생시 기관들이 통신사에 연락해 공문을 보내고 위치 조회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경찰 등이 24시간 즉시 긴급 상황에 처한 휴대폰 사용자의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이후 위치 정보 접근에 대한 내용은 사후 공문을 보내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일부 보도처럼 각 이통사에 24시간 당직 시스템이 운영돼 휴일이나 야간에도 위치 정보 파악이 용이하다는 것은 실상과 맞지 않은 셈이다. 현재 각 통신사는 주말, 공유일 당직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팩트체크 2. 24시간 위치 추적 가능한데 왜 알뜰폰은 안될까?

앞서 팩트체크 1을 통해 기관과 통신사 간 업무 협약으로 24시간 긴급 상황에 처한 휴대폰 사용자의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은 확인이 됐다.

시스템 상의 문제로 언급되는 ‘알뜰폰 사용자 휴대폰에는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 없다’는 부분은 사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요즘은 각 휴대폰 제조사의 기기 업데이트도 무선통신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니 위치 추적 프로그램도 그렇게 설치할 수 있다. 만약 안된다면 사용자가 앱 설치와 같은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통신 3사 망과 연결된 자회사 망이 아닌 타사 임대 망을 사용할 경우 위치 추적이 더 어렵다’는 부분도 사실 알뜰폰 사업자 모두 통신 3사의 망을 임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독 알뜰폰 가입자만 위치 추적이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큰 걸림돌은 통신비밀보호법 상 개인정보제공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인 문제다. 즉 경찰청 등의 기관과 통신 3사는 업무협약을 통해 24시간 위급 상황에 빠진 휴대폰 사용자의 위치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놨지만, 알뜰폰의 경우 계약 주체가 알뜰폰 사업자라는 점, 이로 인해 통신사는 직접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알뜰폰 업체마다 24시간 위급 상황에 대응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놔야 하지만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방통위 등의 정부기관에서는 통신 기기 발달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범죄 피해 예방에 집중하며 치안 공백 상황에 놓인 알뜰폰 사용자 관련 위치 정보 활용 시스템 구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문제는 그간 이러한 치안 공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기관이 알뜰폰 사용자의 개인정보 피해 예방에만 집중해 위급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러한 정책은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다. 이제까지 하나의 자사망을 이용해 왔던 통신 3사와 알뜰폰 자회사 간에도 내년부터는 알뜰폰 사용자의 정보 조회를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통신 3사를 대상으로 망을 임대해 준 각 알뜰폰 업체에 대한 업무 진행을 위해 통신사 별 전산 프로그램을 각각 개별적으로 구축하라는 지침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연말까지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을 내 놓고 있다. 이를테면 경찰청 등에 통신 3사와 같은 방식으로 알뜰폰 가입자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가 20여개가 넘고, 대기업인 통신 3사에 비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표준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별로 상이한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표준화해 어느 서비스를 이용하든 사용자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알뜰폰 사용자의 위치 추적까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알뜰폰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법적 제도적 걸림돌이 해결돼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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