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최근 정부, 서울회생법원 등에서 빚을 내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해 손실을 본 2030세대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빚투족’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 법원은 금리 인상 등으로 과도한 빚을 지게 된 저소득 청년층은 구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분석업체 코인마켓캡에 의하면 지난 6월 한 달 간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약 4419억달러(약 571조원)가량 증발했다.
문제는 빛을 내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이른바 ‘빚투(빚을 내어 투자하는 행위)’를 한 사람들은 증시와 암호화폐가 동반 하락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고, 금리가 역시 큰 폭으로 오르며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Big step,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정부는 기준금리가 인상된 다음날인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제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비상민생경제회의를 열고, 취약계측의 빚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조치의 주 목적은 코로나로 대출이 늘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대출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지만, 내용에는 신용회복을 받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이자를 경감해주는 것도 포함돼 있다.
그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서울회생법원 역시 채무자의 변재금 산정 시 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을 제외하겠다는 준칙을 만들어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근래 발생한 루나·테라 사태로 인해 암호화폐 폭락 사태가 일어나며 빚을 내 투자한 2030세대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법원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빚투족’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소득 청년층이 파탄에 빠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
서울회생법원이 이와 같은 지원책을 시행한 배경으로 밝힌 내용은 “물가 급등, 금리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 19 대책으로 실시된 금융기관들의 채무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 채무자들의 경제적 파탄 및 도산 신청 사건을 수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식 또는 암호화폐 투자 실패와 관련한 채무 조정 및 같은 사유로 파탄에 빠진 청년들의 빠른 복귀를 위해 정부부처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실태 점검을 한 끝에 나온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빚을 내 투자한 손실금을 탕감해 주는 것’이라는 오해가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서울회생법원의 조치는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투자손실금을 재산으로 처리했던 것을 법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 뿐이다. 즉 바뀐 것은 투자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 재산으로 처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전 재산이 3억원인 채무자가 투자 손실로 3억원을 모두 잃었을 경우 그의 재산은 0원이 된다. 하지만 그간 법원은 투자손실을 인정하지 않고 재산 3억원을 그대로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투자손실로 3억원은 사라져버린 상태지만, 개인회생 조치를 거치며 이 채무자는 3억원이 재산으로 잡혀 갚아야 할 변제금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경우 재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개인회생 대상 자체가 되지 않거나, 된다 하더라도 월 변제금이 너무 많아 개인회생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법원이 그간 투자손실금을 재산으로 분류한 이유는 ‘투자’ 행위를 부도덕한 투기로 보는 관행 때문이었다. 물론 여전히 사회적으로는 ‘수익을 내려고 빚까지 내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람까지 구제해야 하나’라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급등하는 아파트 가격 등으로 이른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청년층이 마지막으로 택한 자산 형성 수단으로 투자를 택했다는 동정론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펙트체크 1. 빚내서 투자한 손실금을 탕감한다?
서울회생법원의 발표 이후 투자 손실금을 탕감해 준다는 일부 기사나 나오며 오해가 불거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개인회생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재산보다 빚이 많은 상태여야 한다.
기존에는 보증금 5000만원의 월세집에 사는 채무자가 1억원을 빌려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8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경우 재산은 1억5000만원, 빛은 1억원으로 간주돼 회생 대상이 되기 힘들다.
하지만 서울회생법원이 ‘투자손실금’을 재산으로 분류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채무자의 재산은 7000만원으로 줄게 된다. 투자 손실금인 8000만원이 재산에서 빠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산보다 빚이 많아져 개인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빚을 낸 1억원은 재산 대비 변제금 산정 과정을 거쳐 20~30% 정도를 경감 받게 되지만, 나머지는 갚아야 할 돈이다. 개인회생 절차에서는 부양가족수 등을 고려한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 전부를 변제액으로 사용해야 한다.
즉 투자손실금을 탕감해 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보다는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조치는 개인회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폭을 넓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팩트체크 2. 빚 내서 투자해 손실을 본 사람은 모두 혜택 받는다?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조치를 두고 ‘원래 형평성에 맞지 않았던 것을 바로잡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기존 준칙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 손실금의 경우 재산, 즉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창업, 생활비, 질병 등으로 빚을 진 이들과 투자로 손실을 본 이들을 같은 채무자로 봐야 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회생법원의 조치가 빚을 내 투자한 사람들에게 모두 혜택을 준다는 것은 오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투자 목적으로 빌린 돈 비해 재산이나 소득이 많은 채무자는 개인회생 대상이 될 수 없다. 즉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자산이 없는 저소득 2030세대를 위한 것이다.
또 고소득자이면서 빚이 더 많아 개인회생을 받는다 해도 기본 자산과 소득을 고려해 변제금이 산정되기 때문에 이들이 갚아야 할 변제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팩트체크 3. 서울회생법원의 조치, 서울에 거주·근무하는 사람만 혜택 본다?
일단은 맞다. 각 지역별 회생법원의 실무 준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회생법원의 조치는 서울에 거주하거나 근무지가 서울인 채무자에게만 해당된다.
서울회생법원 측은 청산가치를 반영해 변제금을 산정할 때 각 법원마다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청산가치에 ‘배우자의 재산’ 반영 여부가 대표적이다. 서울회생법원의 경우 배우자의 재산을 청산가치에 포함시키지 않지만, 다른 지방 법원의 경우는 포함시키는 곳이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투자손실로 개인회생이 필요한 타 지역 사람들이 서울로 이사를 가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지침을 노리고 ‘위장전입’ 등의 부정한 방식으로 택한다고 해도, 법원은 통신내역 조회 등을 통해 실거주, 근무지를 파악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서울회생법원의 실무준칙 변경 이후 정부 차원에서 오는 9월 하순까지 신용회복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식, 암호화폐 등 ‘빚투’에 나섰다가 과도한 빚을 지게 된 청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한 ‘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이 계획돼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서울 이외 지역 2030세대로도 혜택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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