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LG전자는 과거 '싸이언' 브랜드 시절부터 제법 괜찮은 휴대폰을 출시해 왔습니다. 이 회사의 스마트폰 역시 좋은 스펙에 독창적인 스타일의 제품을 꾸준히 내놓았죠. 최근 공개했던 시제품 'LG 롤러블' 또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며 기대작 반열에 올랐었죠.
그러나 여기까지였습니다. LG전자는 올해 1월 스마트폰 사업(MC사업본부) 철수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베트남 빈그룹과의 매각 진행을 추진하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에 나선 이유는 '흥행 실패'입니다. 무려 23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내 총 누적 적자 규모가 5조원 수준입니다. 2015년 이후 6년 가량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죠. 주식에서 말하는 손절 타이밍을 놓친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러나 아직 LG전자는 매도 버튼에 손가락만 얹어 놓고, 선뜻 손절매를 못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왜 스마트폰 손절매를 못할까?
과거의 영광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너무 큰 손해에 손절 선언 자체가 LG전자 브랜드를 휘청이게 해서 일까요. 둘 다 맞을 겁니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의 시작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 들으면 매우 기괴한 브랜드명인 '화통'이 첫 브랜드였죠. 이후 브랜드를 싸이언으로 변경하고 삼성전자의 '애니콜'과 시장을 양분하며 성공시대를 이어갑니다.
감성적으로는 삼성전자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고, 화려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매니아층도 상당했죠. LG 가전과 마찬가지로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롤리팝폰' 등의 히트작이 즐비합니다. 2007년에는 상반기에는 누적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며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문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시류를 제 때 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전성기를 구사하던 2007년 미국에서는 애플이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놓았습니다. 2009년 국내에도 아이폰이 KT를 통해 출시되고,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습니다. 삼성전자는 당시 말도 안되게 저급한 품질의 스마트폰 '옴니아'로 소비자들의 호된 질책을 받았지만, 절차탁마 끝에 '갤럭시' 시리즈로 우뚝 일어섰습니다.
LG전자는 이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만 봤습니다. 실제로는 '옵티머스'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고 나섰지만, 시장 대응에 몇 발자국씩 늦어 도무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마케팅에만 집중했을 뿐, 정작 필요했던 기술개발에 소홀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패착의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때부터 LG전자 스마트폰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밑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폰생(生)의 영광과 좌절, 환희와 실의를 돌면서 하향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죠.
다만 지난 10여년 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상품성' 만큼은 과거 싸이언 브랜드 시절 만큼 개선됐습니다.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제품들이 나왔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 1%대의 인지도에서 마케팅의 한계는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결과는 23분기 연속 적자로 이어집니다.
마케팅에 승부 걸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진짜 마케팅에 실패하다
아이러니하게도 LG 스마트폰의 판매 포인트는 마케팅입니다. 상품성도 나쁘지 않았고 마케팅 전략도 세련됐습니다만... 제품 경쟁력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시장의 반응에서 알 수 있습니다.
천연가죽을 뒷 커버로 활용한 'G4' 스마트폰을 보면, 얇고 세련된 디자인에 출시 전에 이미 화제가 됐었죠. 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은 스마트폰이라는 마케팅에는 성공했지만, 막상 가죽 커버의 발열 문제가 판매에 악영향을 줬습니다.
뒤 이어 등장한 세계 최초의 모듈형 'G5' 스마트폰은 어땠나요? 제품의 유격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V50S 듀얼 스크린'이나 가로 화면으로 돌아가는 'LG 윙' 등 대부분 제품이 마케팅적으로는 눈에 확 띄지만, 본질적인 제품 경쟁력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 혁신을 담는 것 보다, 독특한 마케팅에 집중한 결과는 결국 '진짜 소비자의 니즈'를 외면한 마케팅 실패를 불러왔습니다.
삼성·애플 아래 단계의 제품군 형성...가격은 착하지 않았다
LG의 자부심과는 다르게, 삼성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 보다 한 단계 밑에 있는 제품군으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그런데 제품의 가격은 삼성이나 애플과 엇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하는 실책까지 범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LG의 플래그십 폰이 나올 때 마다, 한결 같이 높은 가격 책정에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가격만 저렴하다면 한번 써볼텐데..."라는 반응이 많았죠.
26일 LG '벨벳' 스마트폰이 알뜰폰 사업자인 SK세븐모바일이 내놓은지 하루만에 완판이 됐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 스마트폰 역시 괜찮은 스펙의 제품이었지만 출시 이후 판매는 부진했습니다. 프리미엄폰은 아니었지만 준 프리미엄급 폰으로, 알뜰폰 사업자가 기기값 0원 '공짜폰'으로 내놓자 마자 완판이 돼 버린 겁니다.
LG전자 스마트폰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업을 계속했다면 취했어야 할 LG전자 스마트폰의 생존전략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는 것을 중론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독특한 마케팅으로 기대를 모았던 LG 롤러블 또한 상용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보는 재미도 사라질 듯 합니다.
지난 2015년 '스카이' 브랜드로 매니아층을 확보했던 팬택이 사라졌습니다. 독특한 감성과 쓸만한 제품성으로 한때 LG 스마트폰을 앞섰던 제품이었지만, 삼성이나 애플의 아성을 넘지 못한채 청산 절차를 밟았습니다.
LG전자 스마트폰도 팬택 만큼이나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기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팬택과는 달리, LG전자는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연구개발 경쟁력과 꽤 많은 특허도 갖고 있으니,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자로 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LG전자는 세계 최고의 가전 브랜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자동차 전장 사업 등에서 한걸음 앞서 달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사업 철수 외에는 딱히 선택권이 없어 보입니다.
스마트폰을 털어내고 미래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LG전자 운명의 수레바퀴를 희망으로 돌리는 조타수의 손에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