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폭스바겐의 아르고AI 포기···현실적 이유와 파장

지난 10여년 간의 노력 끝에 자율주행차가 우리에게 오고 있고 많은 차들이 그 근처까지 왔지만 아직 “세상을 바꿀” 수준까지는 오지 못한 것 같다. 세계적 자동차 업체 포드와 폭스바겐(VW) 그룹이 지난 5년 이상 수십억달러(수조원)를 투자해 만든 ‘핸들조작 없이 가는’ 자율주행차(무인자동차) 개발 조인트벤처를 하루아침에 문 닫아 버렸다. 충격적인 것은 이 회사가 자율주행차 개발 회사 가운데에서는 선두그룹이었다는 점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거대 자동차회사는 이 자율차로 기반 로봇택시로는 수년 내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아르고AI가 약속한 2021년에 자율주행차를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유로 꼽았다. ‘돈먹는 하마’여서 무작정 기다리다간 본사까지 거덜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SF에 나오던 그런 수준(레벨4,5)의 자율주행차 완성이 그만큼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두 거대 자동차회사의 고급 자율주행차 개발 포기는 무인자동차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상징적 사건일 뿐이다. 여전히 로봇버스나 로봇열차는 꽤 유용하다. 포드와 VW가 자율주행차 조인트벤처인 아르고AI를 포기한 현실적 이유와 향배, 그리고 된서리를 맞은 자율주행차 개발 및 배치 열기 상황을 더버지, 아스테크니카, 테크크런치, 로이터를 참고해 짚어봤다.

갑작스런 아르고 AI의 폐업···포드 “규모에 맞는 대규모 완전자율주행차량 요원하다”

포드와 폴크스바겐이 함께 투자한 조인트벤처 아르고 AI가 지난달 26일부로 문을 닫았다. (사진=포드)

지난달 26일 전세계 자동차업계가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아르고 AI가 문을 닫는다는 발표였다.

사실 아르고 AI는 포드와 폴크스바겐(VW)이라는 두 개의 든든한 주요 자동차 회사로부터 지난 2017년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 왔다. 그리고 마이애미, 오스틴, 워싱턴 DC에서 무인차량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이 시장은 아르고의 궁극적인 로봇택시와 자율주행 트럭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포드는 지난 2017년 아르고의 지배권을 인수하면서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투입했다. 지난달 26일 이 회사는 27억 달러(약 3조 8000억 원)의 손상 차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산의 진부화 및 시장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인해 유·무형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중요하게 미달하게 되는 경우 장부금액은 회수가능액 차액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한다. 2019년 VW의 아르고에 대한 초기 투자 규모는 26억 달러(약 3조 7000억원)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현금 10억 달러(약 1조 40200억원)와 아르고에 흡수된 VW의 유럽 자율주행 사업부의 가치 16억 달러(약 2조 2700억원)가 포함된다. VW은 또한 포드로부터 아르고 주식을 5억 달러(약 7억1000억원)에 매입했다.)

게다가 아르고 AI는 실력좋은 자율주행차 회사들 중 하나로 여겨졌다. 그 회사의 리더들이 안전 및 첨단 케이스와 같은 것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과 규제 측면에서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 있고 두 개의 매우 강력한 자동차 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르고는 결국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충분히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정도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인식의 희생양이 됐다.

결국 사업성이 발목을 잡았다.

포드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서 “규모에 맞는 완전 자율 주행 차량은 요원하다”고 인정하며 많은 말을 했다.

존 롤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6일 “수익성이 높고 완전 자율적인 규모의 차량 배치가 아직 멀었다는 것이 매우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더버지는 포드로선 아르고에 대한 투자가 회사의 나머지 자금 조달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저녁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포드는 아르고 AI에 대한 투자에 27억 달러의 “비현금, 세금 전 손상”을 기록했고, 8억 2700만 달러의 분기 순손실을 냈다고 보고했다.

이번 조치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궁지에 몰리는 것보다 지금 당장 관계를 끊는 것이 낫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아르고는 처음 넘어진 도미노일 뿐, 다른 업체들도 뒤따를 것”···이미 발생중

한 여성이 포드와 아르고AI가 운영한 자율배달차량으로부터 월마트 온라인쇼핑배달 식품을 꺼내고 있다. (사진=포드)

문제는 이것이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고 이는 전세계 자율주행차 개발업체들에 연쇄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라지 라지쿠마르 카네기 멜론 대학교 공학 및 로봇공학 교수는 “사업적인 관점에서 아르고와 같은 회사가 실패하는 것을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버지에 보낸 이메일에서 “불행히도 기본적인 사실은 이 로봇 택시 회사들이 수익을 전혀 내지 않고 엄청난 돈을 써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비즈니스에서 이 상황은 단순히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아르고 AI는 처음으로 넘어진 도미노다. 로봇 택시 분야의 다른 업체들도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에도 이미 나타났다.

아르고는 확실히 그것을 그만두게 된 가장 표면적인 회사지만,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인수, 매각 및 나쁜 사업 움직임이 증가해 왔다.

예를 들자면 죽스는 아마존에 매각됐다. 우버는 사실상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을 오로라에게 공짜로 내줬다. 리프트는 자율주행 사업부를 지난 4월 도요타에 매각했다. 크루즈는 보이지(Voyage)를 샀다. 뉴로(Nuro)는 아이크(Ike)를 인수했다.

우버가 포기한 자율차 사업부를 흡수한 오로라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려고 숙고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 합병해 상장했다가 약 80%의 가치를 잃었다.

아르고AI 폐쇄로 기술업체 ‘부익부 빈익빈’ 되나?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표 위)의 가운데 부분이 ‘환멸의 수렁(Trough of disillusion)’단계다. 이 단계는 실험 및 구현이 결과물을 내놓는 데 실패함에 따라 관심이 시들해지는 단계로서, 제품화를 시도한 주체들은 포기하거나 실패한다. 살아 남은 사업 주체들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제품의 향상에 성공한 경우에만 투자가 지속된다. 가트너의 이 하이프 사이클은 일반적인 기술사이클(표 아래)와 비교된다. (사진=위피키디아)

지난달 26일 제너럴모터스(GM)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일 보그트 크루즈(GM자회사) CEO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업계와 관련, 우리는 회사의 운전자 없는 상용 무인서비스와 여전히 ‘환멸의 수렁(Trough of disillusion)’에 갇혀 있는 서비스 사이의 분리가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크루즈는 지난 7월 세계 첫 상용 무인차 서비스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했다.)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최고의 제품을 가진 회사들이 다른 회사들을 앞서나가고 있고 그것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사는 이미 기술적으로 앞서가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은 기술적 환멸의 수렁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의미의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크루즈는 3분기에 4억97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들어 총 1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또한 올해 안에 피닉스와 오스틴에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웨이모는 로봇택시 서비스를 로스앤젤레스로 가져올 것이다. 느리고 꾸준한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고AI가 자율주행차 사업을 그만 둔 것은 로봇 택시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VC) 열기를 가져온 것 같은 과장광고를 하기 어려워지게 됐고, 이는 이전처럼 자율차 개발에 뛰어든 업체 모두가 엄청난 돈다발을 유치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버지는 포드의 블루크루즈, GM의 슈퍼크루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같은 운전자 보조 기술은 로봇 택시가 계속 하향 추세에 있기 때문에 과도한 광고주가 만든 일부 잉여 광고를 흡수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다.

포드와 폴크스바겐 그룹의 향후 초점은

아르고 AI는 2017년 투자자인 포드에게 5년후인 2021년 운전자없는 자율 로봇택시 호출서비스를 하기로 약속했다. 사진은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를 이용해 만든 아르고AI의 4세대 자율주행차. (사진=아르고 AI)

짐 팔리 포드 CEO는 지난 26일 발표문에서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고, 지금 당장은 포드사가 현대 생활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인 시간을 수백만 명의 고객에게 다시 줄 수 있는 큰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또 “포드는 뛰어난 차별화된 레벨2+(L2+) 및 레벨3(L3)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운송을 더욱 안전하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본 지출을 아르고 AI가 개발 중인 L4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서 일반적으로 첨단 운전자 지원 기술과 관련된 내부 개발 L2+/L3 기술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규모에 맞는 완전 자율 주행 차량은 요원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팔리 CEO는 일부 아르고 엔지니어들이 자동차 회사의 운전자 보조 제품 작업을 위해 포드에서 일자리를 제안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L4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하지만 규모에 맞는 수익성이 있고 완전히 자율적인 차량은 멀리 떨어져 있으며 우리가 반드시 그 기술을 직접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지난달 26일 발표문을 낸 올리베르 블룸 폴크스바겐(VW) CEO도 더 이상 아르고 AI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며 기술회사인 카리아드(Cariad)가 그룹의 승용차 브레이저에 대한 부분적이고 고도로 자동화된 주행 기능(레벨 4까지)을 개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두 회사는 개발 파트너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VW은 또한 카리아드가 개인 이동 분야에서 보쉬와 함께, 그리고 향후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함께 중국에서 고도로 자동화되고 자율적인 주행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카리아드는 보쉬와 손잡고 승용차 그룹 브랜드를 위한 레벨 3 주행 기능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는 VW브랜드 차량 운전자가 가끔 명시적으로 핸들에서 손을 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차량이 운전자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도시·시골·고속도로용인 이른바 레벨 2 시스템,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전체 운전 업무를 인계받는 레벨 3시스템이 있다. 첫 번째 기능은 2023년에 시행된다.

카리아드는 또한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협력해 중국 시장 중 한곳에서 지역 기반 자동 주행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퀄컴과 자동화 구동용 고성능 칩 제휴를 맺었다.

포드와의 다른 모든 협력은 변함이 없다.

자율승용차 시장이 아니라면 어디로?

2017년 당시 포드가 아르고AI에 10억달러 현금투자를 하고 촬영한 사진. 왼쪽부터 피터 랜더 아르고 AI COO,켄 워싱턴 포드 연구 및 첨단기술 담당 부사장, 마크 필즈 포드 사장 겸 CEO, 브라이언 세일즈키 아르고 AI CEO, 라지 네어 포드 제품개발 전무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로라 멀링 포드 스마트모빌리티 자율차량 솔루션 부사장, 세일즈키와 랜더는 카네키 멜론대 국립 로보틱스엔지니어링센터와 동문이자 각각 구글과 우버자율주행팀의 전 책임자였다. (사진=포드)
폴크스바겐의 자율주행차 시험모습. (사진=VW)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곳 어디든 마법처럼 데려가 줄 로봇승용차 시장이 없다면 무엇이 남을까?

자율 건설과 농장 차량을 중심으로 한 로봇자동차 열기가 뜨겁다는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또 자율 창고 장비가 있을 것 같다. 장거리 배송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줄 로봇 세미 트럭은 여전히 생존 가능하다. 특히 복잡성이 크지 않은 고정 선로로 운행할 때 자율 열차와 버스도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우리는 꽤 오랫동안 자가용 무인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심지어 우버 로봇택시를 타는 시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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