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전파의 세 가지 법칙
포켓몬빵이 16년 만에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에는 포켓몬빵이 입고되자마자 팔리고, 대형마트에서는 문을 열기 2시간 전부터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장사진을 칠 정도라고 하죠. 포켓몬빵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언론과 사람들이 레트로 마케팅과 수집 욕구를 포켓몬빵의 성공 요인으로 꼽습니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폭발적인 인기의 이면을 다 말해주진 못해요. 포켓몬빵의 대박 비결을 서울대 김난도 교수님의 Cyclic model(순환 모델)을 이용해 분석했습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고객 피드백 반영
이번에 부활한 포켓몬빵은 완전히 새 제품은 아니에요. 과거 코딱지들의 사랑을 받았던 제품을 바탕으로 조금 변화를 준 건데요. 맛은 기본으로 하고 품질을 향상시켰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지 않나요. 포켓몬 캐릭터들을 활용해 신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SPC삼립이 기존 포켓몬빵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은 이유가 다 있습니다. 이건 소비자들의 의견 때문인데요.
지난 2017년 포켓몬고 유행 당시 SPC삼립에서는 포켓몬빵 신제품 3종을 출시했지만 예전처럼 인기를 끌진 못했어요. 당시 과거 포켓몬빵을 그대로 재출시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많았다고 해요. SPC삼립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허투루 듣지 않았죠. 결국 오랜 준비 끝에 2022년 2월 추억 소비에 방점을 두고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가장 많았던 제품인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 등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결과는 재출시 일주일 만에 150만 개를 판매할 정도로 히트를 쳤죠. 결국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제품은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해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인플루언서가 끌고, 매스미디어는 밀어 주고
패션이든 스마트폰이든 스낵이든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오피니언 리더나 인플루언서라고 부르죠. 이들은 일반인으로 특정 분야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유행에 민감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요. 이번 포켓몬빵 유행에도 인플루언서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포켓몬빵 구매 인증샷을 올리면서 유행을 주도한 거죠. 이들이 없었다면 포켓몬빵 인기를 보도하는 매스 미디어의 뉴스도 나오지 않았겠죠.
실제 인스타그램에 포켓몬빵 인증샷을 올린 125명을 무작위로 조사했더니, 평균 팔로워 수가 7,261명으로 나타났어요. 즉 인플루언서들이 포켓몬빵 유행을 이끈다는 게 입증된 셈이죠. 덧붙여 가장 많은 팔로워 수는 18.1만 명, 가장 적은 팔로워 수는 339명이었고, 최고 및 최저값을 제외한 평균 팔로워 수는 5,905명이었어요. 이 수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상위 30% 이내에 드는 거라고 해요.* 물론 수십 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셀럽보단 적지만요. 정리하면, 팔로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특정 상품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단 겁니다.
*조사대상: 인스타그램에서 포켓몬빵 해시태그를 한 사용자 125명/ 조사방법: 무작위로 125명을 추출한 후 계정별 팔로워 수 확인/ 조사일시 2022.3.26.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46.6%는 1,000명 미만, 33.5%가 1,000~1만 명의 팔로워 보유
동조 성향이 유행 확산 가속화
소비자들은 왜 인플루언서들을 비롯해 다수의 선택에 따를까요. 일반적으로 사람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려고 해요. 그래서 다수의 선택에 따르거나 집단에 소속되려고 하죠. 이걸 가리켜 각각 동조 성향, 소속 성향이라고 불러요. 포켓몬빵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동조 성향이 깔려 있어요. 다수의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들의 구매 인증샷이나 이런 유행을 보도하는 매스 미디어를 보고 포켓몬빵 구입 유행에 편승하는 거죠.
2014년 허니버터칩과 2011년 꼬꼬면 유행의 이면에도 사람들의 동조 성향이 있었죠. 이런 동조 성향은 상품 구입뿐 아니라 행동을 결정할 때에도 나타나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애쉬의 엘리베이터 동조성 실험인데요. 보통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을 마주보고 서죠. 하지만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문을 등지고 섰어요. 그랬더니 나중에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이 실험 참가자들을 따라 문을 등지고 서더라는 겁니다. 흥미롭죠.
소속 성향이 특정 상품의 유행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2011년 10대 사이에 노스페이스 패딩이 대유행했죠. 2019년에는 일명 김밥말이 롱패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요. 두 현상에서 집단에서 소외될까 두려워 유행을 따르는 소속 성향을 볼 수 있죠. 특히 같은 교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소속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요. 한 번 상상해 보세요. 같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검정 롱패딩을 입는데 혼자서 떡볶이 코트를 입는 상황을요.
NO! 라고 말할 순 없을까?
이 글을 마무리하며 드는 궁금증 하나. 다수의 선택을 따르지 않을 순 없을까요. 모두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라고 말할 순 없느냐는 거죠. 사실 이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노라고 말하는 건 말 그대로 혼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죠.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DNA에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깊이 새겨져 있거든요.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집단생활을 통해 먹이사슬의 최상위로 수직 상승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런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혼자가 되는 것이었죠. 무리에서 쫓겨나는 건 짐승의 먹이가 되거나 유전자를 남길 배우자를 만날 수 없다는 뜻이니까요.
현대 인류에게도 사회적 고립은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사회적 고립이 심장질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각각 29%, 32% 높인다고 경고했죠. 실제로 집단에서 혼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알 수 있겠죠. 결국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또 행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해요. 이건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운명인 거죠.
*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기사
포켓몬 빵, 왜 다시 열광할까..‘빵’ 외길만 걸어온 SPC삼립의 선물, 한국정경신문, 2022.02.24
How social isolation is killing us, Newyorktimes, 2016.12.22
SPC삼립, 돌아온 포켓몬빵 출시, SPC삼립 홈페이지, 2022.02.23
샤넬도 아닌데 '오픈런' 뛴다…"포켓몬빵, 이 시간에 사러 오세요", 중앙일보, 2022.03.15
[마켓관찰] 포켓몬빵과 수집욕구, 그리고 소비, 매일경제, 2022.03.19
“포켓몬 빵 팔아요?”…BTS RM이 밤마다 편의점 돌아다니는 이유, 조선일보, 2022.03.11
16년 만에 돌아온 그 빵…'어른이들' 열광 왜?, JTBC 뉴스룸,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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