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가 독자 개발한 전(全)고체 배터리를 독일 폭스바겐 차량에 적용한 결과 95% 이상의 용량을 유지하면서 1000회 이상의 충전 주기를 달성했다. 주행거리가 500~600km인 전기차인 경우 이 차량의 총 주행 거리가 50만km 이상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폭스바겐 그룹은 자사 전기차 모델에 이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주행 테스트 결과 이같이 확인했으며, 이 과정에서 뚜렷한 거리 손실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폭스바겐 그룹 산하 배터리회사인 파워코(PowerCo)의 테스트 결과로 확인됐다. 퀀텀스케이프 투자사이기도 한 폭스바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회사를 후원해 나갈 것이라고 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전고체(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의 액상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덴드라이트(수지상·樹枝狀)가 형성되지 않아 단락이나 발열 화재의 우려를 크게 낮추며, 충전 시간이 훨씬 빨라지는 데다(15분 만에 0~80%),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장점까지 갖춰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폭스바겐 발표와 자동차 전문매체 일렉트렉 보도, 그리고 지난해 말 퀀텀 스케이프 발표 등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전무후무하다는 퀀텀스케이프의 이 놀라운 성과를 소개한다.
퀀텀스케이프, 폭스바겐 차량으로 주행거리 손실없이 50만km
미국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가 폭스바겐 차량을 이용한 최신 전고체 배터리 주행테스트를 통과했다. 이 회사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주행거리 손실없이 50만km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
일렉트렉에 따르면 이는 퀀텀스케이프가 자동차 협력업체인 폭스바겐에 자사의 초기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납품한 지 1년 만의 개가다.
파워코는 보고서를 통해 독일 잘츠기터에 있는 연구소에서 몇 달에 걸쳐 진행된 내구성 테스트 프로세스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앞서 퀀텀스케이프가 공유한 성능 지표를 공식 확인해 더 긴 주행거리의 전기차를 더욱더 확장해 구현하는 데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밝혔다. 테스트 결과 폭스바겐 전기차에 적용된 퀀텀스케이프 전고체 배터리가 1000회 이상 충전주기를 거치고도 배터리는 원래 용량의 95% 이상을 유지했다. 파워코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퀀텀스케이프 셀이 장착된 WLTP 범위가 500~600km인 전기차는 현저한 총 주행거리 손실없이 약 50만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 Test Procedure)는 경량 차량 배기 가스 및 연료 소비를 결정하기 위한 섀시 동력계 테스트 주기다.
이 고밀도 에너지 배터리는 급속 충전 기능, 안전성 및 자가 방전과 같은 다른 테스트 기준을 충족하거나 초과했다.
파워코는 자사 주주들에게 보낸 3분기 보고서에서 “배터리 업계의 전고체 배터리 산업표준 목표는 700회 충전 주기와 최대 용량 손실 20%지만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가 이러한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퀀텀스케이프는 더 안전하고, 더 빠르게 충전하고,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셀을 개발하기 위해 10년 이상 노력해 온 회사다.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이 회사에 투자해 왔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그룹은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기간 중에서 초기부터 파트너였으며, 이 신생 기업의 최대 투자자 중 한 명으로 남아 있다. 빌 게이츠도 이 회사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세라믹 재료 과학자 윌리엄 힉스는 “2009년경부터 퀀텀스케이프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당시 언론에서 그들의 작업에 대해 언급했던 것을 기억해 본다면 그게 무엇이든 간에 전자배터리라고 불렀다. 이 회사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는 배터리에 대한 모든 추세에 대해 따라잡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이 회사에 주목했다. 그들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에 의해 합병된 이후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나는 세라믹 가공 전문 재료 과학자로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이 그들을 독특하게 만드는지 한 번 짚어보고 싶다. 리튬이온전지를 처음 만든 과학자는 만일 그들이 리튬의 일부 화합물 대신 순수한 리튬으로 음극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배터리는 훨씬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것을 충전하려고 시도할 때, 그러한 배터리는 항상 덴드라이트(수지상·樹枝狀)의 형성에 의해 방전된다. 그들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젖은 전해질 사용을 시도했다. 고체 전해질이 최고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은 사소한 작업이 아니다. 이상적 전해질은 리튬 이온이 산화(방전) 및 환원(충전) 과정에서 통과하도록 허용해 수지상의 형성을 막는 고체(세라믹)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수년 동안 모든 종류의 리튬으로 도핑된 란타늄계 산화물 세라믹 막에 대해 연구해 왔다. 나는 1990년대 초부터 세라믹 학회에서 그들의 논문을 봐 왔다. 바이어스 하에서 에너지 장벽을 통과하는 이온의 이러한 운반은 ‘양자 터널링’으로 불린다. (*미시의 세계에서 낮은 에너지를 가진 이온입자가 자신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고체 세라믹 장벽을 통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잘 알려진 현상이지만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물질을 설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썼다.
폭스바겐 그룹, 퀀텀스케이프 전고체 배터리 제품군에 만족
프랑크 블로메 파워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테스트 결과에 대해 “이들은 전고체 배터리의 잠재력을 인상적으로 뒷받침하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이 개발의 최종 결과물은 긴 주행거리를 가능케 하고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며 실질적으로 노화되지 않는 배터리 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확신하고 있으며 일련의 생산을 위해 파트너인 퀀텀스케이프와 전속력으로 계속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워코는 폭스바겐 그룹을 위해 개발된 통합 셀 개념 설계가 이미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배터리 셀 기술을 수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기이동성의 성배로 여겨지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 확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음 단계는 전고체 배터리 제조 공정을 완벽하게 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퀀텀스케이프는 실행 가능하고 확장된 생산을 하기까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폭스바겐은 언젠가는 장거리 전고체배터리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자그딥 싱 퀀텀스케이프 창업자이자 CEO는 “폭스바겐 그룹 자회사 파워코의 이 테스트 결과는 퀀텀스케이프의 음극이 없는 전고체 리튬-금속 셀이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 기술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지만, 유사한 조건에서 비슷한 사이클 수에 걸쳐 이렇게 높은 방전 에너지 유지율을 보이는 다른 자동차용 리튬-금속 배터리에 대해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 기술을 산업화하고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내놓기 위해 폭스바겐 그룹 및 파워코와 긴밀히 협력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퀀텀스케이프 지난해말 자사 ‘A0’ 전고체 배터리를 폭스바겐에
퀀텀스케이프는 지난 2022년 12월 20일 공식 자료를 통해 자사 최초의 24층 전고체 배터리를 고객 전기차업체에 테스트용으로 납품했다고 발표했다.
퀀텀스케이프는 자사의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전지들이 내부적으로 ‘A0’ 샘플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테스트를 위해 전기차 제조사에 전달된 ‘A0’ 샘플이 24층으로 된 자사 1세대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의 일부이며, 각각의 층은 고체 분리막, 양극 및 제자리에 형성된 리튬-금속 음극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퀀텀 스케이프는 자사의 배터리 셀이 각형 셀과 파우치 셀의 하이브리드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향후 몇 년 동안 자사 전고체 배터리 후속 세대(B 및 C)가 더 많은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리튬 덴드라이트(lithium dendrite)란
덴드라이트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리튬 결정이 맺히고 이것이 핵이 되어 점점 쌓이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뾰족한 나뭇가지모양(수지상·樹枝狀)으로 자라난다. 배터리 안에 리튬 덴드라이트가 생기면 무엇보다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리튬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야 하는데 이 전해액이 결정화되면서 고정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어 덴드라이트가 자라면서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주는 분리막을 뚫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단락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올라갈수록 같은 공간 내 리튬 함량이 올라가기 때문에 덴드라이트가 생길 위험도 더욱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들은 음극재로 흑연을 사용하면서 가열이나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험은 여전하다.
고체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메탈 배터리의 경우 리튬이온이 바로 환원돼 리튬메탈로 전환되면서 상대적 반응성이 커져 기존 전기차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충전속도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수지상 형성 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에 전세계 배터리 업계가 덴드라이트 형성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대체한 이른바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퀀텀스케이프와 폭스바겐이 이번에 이 전고체배터리 상용화를 눈앞에 두게 된 위업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 협력사인 대만 프로로지움이 올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공언한 바 있어 폭스바겐-퀀텀스케이프의 이번 성과는 올해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본격 경쟁의 원년으로 만들어 줄 신호탄으로 읽힌다.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회사로는 이스라엘 스토어닷, 미국 솔리드 파워, 우리나라 삼성 SDI, 메르세데스벤츠와 손잡은 대만 프로로지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