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장은 디지털 측면에서 보면 로우 테크 산업일까? 데이터 경제 시대에는 아니다.
최근 식품 업계의 화두는 ‘기후 친화(Climate Friendly)’ 상품이다. 식품 분야의 스타트업 중 많은 기업이 탄소 중립의 가치를 내세운다. 식품 제조와 판매에 있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앞세운 브랜드들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식품 업계가 탄소 배출 절감에 앞장서는 ‘기후 친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의 25%가 식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산업화 시대 몸집을 키운 농업, 축산업, 어업 부문의 대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먹거리 재료의 대량 생산은 곧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최근 이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은 뉴스로 기후 친화인 식품 스타트업인 문샷 스낵(Moonshot Snacks)과 파타고니아를 꼽을 수 있다.
문샷 스낵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유기농 재료로 만든 과자류를 판매한다. 전통적인 식품 산업으로 보면 작은 제조 설비를 갖춘 중소기업이다. 중소 규모 식품 제조사는 보통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보다 OEM(주문자위탁 생산), ODM(제조업자개발 생산) 방식 납품을 선호한다. 문샷 스낵은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공급망 혁신을 통해 유기농 농가와 협력부터 제조, 판매까지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한다. 탄소 제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탄소 중립이란 새로운 가치에 투자자들이 모였고 문샷 스낵 2020년 12월까지 총 52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였다.
친환경을 외치는 아웃도어 브랜드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는 지난해부터 ‘파타고니아 프로비전(Patagonia provisions)’로 식품 분야의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문샷 스낵과 마찬가지로 파타고니아 프로비전도 식품 공급망 혁신을 통해 화학 소재의 비료와 농약을 대량 사용하고, 유전자 조작을 심심찮게 일삼는 재료를 사용하는 식품 제작과 공급 방식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문샷 스낵과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을 푸드 테크 기업으로 볼 수 있을까? 데이터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볼 수 있다. 스마트 공장, 스마트 농장,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혁신같이 거창한 기술을 써야 푸드 테크 기업이라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문샷 스낵과 파타고니아 프로비전 같이 식품 공급망 혁신을 위해 지금껏 간과하던 제조, 포장, 유통 등이 기후 변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와 유기농 재료 생산 관련 데이터까지 관심을 두고 이에 대한 투명한 관리를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삼는 경우 데이터 경제 시대의 흐름을 잘 따르는 푸드 테크 기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유행에 빠른 한국 시장 특성상 유기농, 친환경 마크가 범람한 것처럼 기후 친화를 앞세운 기업과 상품이 유행처럼 퍼질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남들이 하니 우리도 하자 식이 아니라 문샷 스낵과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처럼 확실한 소신과 비전을 갖고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