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DM (Direct Message)라고 말하는 문자나 카카오톡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다. 특히 이 DM은 할인 등 프로모션을 할 때 꼭 필요한 마케팅 수단이다. 고객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프로모션 내용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로모션 안내 외에도 고객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CRM 마케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도하다.
모든 마케팅이 그렇듯 DM 역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할인 내용을 알려주는 프로모션 DM의 경우, 더욱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프로모션의 최우선 목적은 직접적인 혜택(할인, 사은품 증정 등)을 알려주며, 직접적으로 고객들의 구매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직접적인 구매 전환 이외에도 한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바로 고객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 최소화를 고려해야 한다.
특정 제품을 사고 났더니, 특정 제품에 대한 할인 문자를 받아본 적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아마 대부분은 "아 어제 샀는데, 오늘부터 할인하네. 좀만 기다렸다 살걸", "짜증나, 돈 아깝네" 등등의 생각을 했을 것이다.
즉, 기존 구매 고객이 자신이 받을 수 없는 혜택에 대한 내용을 알아버리면, 특히 구매를 진행한 후 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만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거나, 자신이 받지 못한 혜택이 정말 컸다면? 아마 브랜드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며 등을 돌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모션 DM을 보낼 때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만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 세분화(세그멘테이션)를 통한 타겟팅이다.
일반적으로 프로모션 DM의 타겟팅은 어렵고 복잡한 수준의 타겟팅을 요하지 않는다. 커머스에서 자주 하는 '첫 구매 시 특정 제품 100원!' 프로모션을 생각해보면 쉽다. 이 프로모션을 문자로 고객들에게 보낸다고 하면 어느 고객들에게 보내야 할까? "가입은 했으나 구매를 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가 높을 것이다.
이미 구매를 한 번 이상 해서 첫 구매 100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해당 프로모션 문자를 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자신이 구매할 때는 이런 게 없었는데, 왜 이제 와서 이런 혜택이 생기냐고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프로모션 직전에 구매한 고객일수록 불만의 정도가 높아질 것이다.
얼마 전 베어유라는 온라인 클래스 제공 업체에서 '첫 구매 엑셀 990원' 프로모션 카톡을 받았다. 프로모션 내용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문제는 내가 이미 베어유에서 클래스를 구매한 적이 있는 고객이라는 점이다. 다른 클래스도 아니고 엑셀 클래스를 구매한 고객이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한 10만 원 정도에 구매를 했던 것 같다.
나는 첫 구매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저 프로모션 혜택의 대상자가 아니다. 프로모션 혜택의 대상자가 아닌 내가 저 프로모션 DM을 받았다는 것은, 타겟팅(고객 세분화)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프로모션 DM의 핵심이 타겟팅인데, 타겟팅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은 결과물의 퀄리티 측면에서 볼 때 완성도가 낮은 프로모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프로모션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체 고객들에게 프로모션 DM을 발송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들에게만 발송했어야 했다. 즉, 1회라도 클래스를 구매한 고객들은 제외하고 발송했어야 했다. 전혀 어려운 타겟팅이 아니다. 엑셀을 사용하면 클래스 구매 횟수 기준으로 필터 한 번만 걸어도 기존 구매 고객들을 발송 대상에서 전부 제외할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을 못했든, 생각은 했지만 실행을 못했든 간에 이는 담당자의 실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격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없는데, 마케터 입장에서 타겟팅 제대로 안된 프로모션 DM을 받아 보니 타산지석으로 삼기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어유 뿐 아니라 퍼블리에서도 프로모션 문자를 받았다. 바로 퍼블리 이탈 고객들(멤버십을 이용하다가 해지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이었다. 문자 내용을 보니 전체 고객 중 나 같은 이탈 고객을 정확히 세분화해서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블리를 잘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멤버십 해지 때 ~"라는 내용을 보내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근데, 이 프로모션 문자에서 아쉬운 점은 바로 '문자의 길이'였다. 전체 문자 내용이 한 화면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근데 고객들은 정말 자신들이 관심 있는 브랜드가 아니면, 문자를 자세히 보지 않는다. 문자가 길면 스크롤을 전혀 올리지도 않는 경우가 정말 많다. 아마 스크롤 올려도 자세히 안볼 것이다.
특히 이번 문자는 이탈 고객들, 즉 퍼블리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내는 문자였기 때문에 문자의 전체 내용과 베네핏이 한 화면에 전부 들어오도록 작성했어야 한다. 문자 내용을 보면 1, 2번은 퍼블리의 변화, 3번은 이탈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문자에는 3번만 언급해 전체 프로모션 내용을 한눈에 보이게 만들고, 고객들이 시크릿 링크를 클릭했을 때 1, 2번에 언급한 변화로 고객들을 설득하는 게 더 나은 방안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3번에 '매월 만 원이 안 되는 가격'이라는 베네핏을 언급하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저 문구를 처음 봤다. 처음 봤을 때부터 퍼블리가 할인 링크 보냈구나 정도만 확인하고, 그 외의 내용은 거의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차라리 숫자를 이용해 "월 0,000원" 이런 식으로 적는데 '매월 만 원이 안 되는 가격'을 더 강조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문자 길이와 관련해 한 가지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미리 보기'다. 고객들은 DM을 받으면 미리보기로 자신이 관심 있는 내용인지를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관심이 가면 미리보기를 클릭해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한다. 관심이 안 가면 미리 보기 알람을 삭제하거나 굳이 곧바로 클릭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모션 DM을 보낼 때는 고객들의 미리 보기 클릭을 유도할 수 있도록 베네핏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고객들의 시선을 후킹해야 한다. 즉 프로모션 문자는 미리보기에서 고객들의 시선을 후킹할 수 있도록 앞부분을 작성하고, 내용 전체는 한 화면에 전부 들어오게 작성해야 한다.
결국 프로모션 DM을 보낼 때는 정확한 타겟팅, 후킹할 수 있는 미리보기와 한 화면에 들어오는 베네핏 이 3가지 요소를 가장 신경 써야 한다. 그중에서도 정확한 타겟팅이 제일 중요하다. 프로모션을 통해 단기적인 구매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단기적인 매출 상승에만 집착하고 기존 구매 고객들을 놓치면 안 된다. 신규 고객 획득도 중요하지만, 기존 구매 고객 유지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엑셀 첫 구매 990원 프로모션 문자를 받은 이후로, 동일한 내용의 DM을 두 번이나 더 받았다. 프로모션을 받는 고객 입장에서 또 프로모션을 보내는 마케터 입장에서 이 세 번의 프로모션 문자를 볼 때, '담당자의 프로모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블리에서 프로모션 마지막 날에 한눈에 들어오는 길이의 리마인드 문자를 받았다. 아마 첫 문자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베네핏을 자세히 보여주기 위해 장문으로 보낸 것 같다. 다만 첫 문자에서의 1, 2번 내용이 이탈 고객들을 다시 부활시킬만한 베네핏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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