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중을 달성했습니다. 작년 같은 경기 수 기준으로 관중이 34%나 늘어난 건데요. 프로야구는 원래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잠시 침체기를 겪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다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18년에는 840만 명의 관중을 기록하며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이후 다시 부침을 겪고, 팬데믹으로 위기도 맞이하였지만, 작년에 다시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희망을 되찾는 과정 중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흥행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했고, 여름에는 야구가 빠진 올림픽이 열리면서 관심이 분산될 거란 예측도 많았거든요. 게다가 올해부터 온라인 중계가 유료화되면서 시청 접근성까지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 수가 200만 명 이상 폭증하면서 천만 관중을 달성하자, 그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습니다. 인기 구단들의 좋은 성적,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치열한 순위 경쟁, 자동 판정 시스템(ABS) 도입 등 여러 이유가 제시되었지만, 가장 설득력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해석은 바로 '프로야구가 가성비 좋은 여가 활동'이라는 분석입니다. 경기 관람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20대 젊은 층이 몰렸다는 거죠.
하지만 저는 단순히 가격만으로 흥행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영화관은 관람료 인상으로 침체를 겪고 있지만, 실제로 야구 경기의 객단가는 더 높습니다. 올해 영화관의 객단가는 9,698원이지만, 야구장은 평균 14,772원이거든요. 그럼에도 야구장은 관객들로 가득 차고, 영화관은 빈 좌석이 많은 건 단순 가격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프로야구 흥행의 핵심은 ‘가격 대비 뛰어난 고객 경험’에 있다고 봐야 하며, 여기서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경험의 탁월함에 있다는 거죠.
이 현상은 최근 KBO가 실시한 ‘야구장을 찾는 이유’ 설문조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야구장을 더 자주 찾는다고 답했거든요. 이유는 응원 문화가 재미있어서(49.3%),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기 위해서(39.2%), 나들이나 데이트 목적으로(31.1%), 그리고 치맥 같은 야구장의 식음 문화가 좋아서(29.4%)라는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응원 문화가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힌 점은 흥미롭습니다. 승패보다는 응원 자체,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시간과 즐기는 먹거리가 주된 이유라는 거죠. 이는 오프라인 경험을 중시하며 이를 찾아다니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야구팬들이 말하는 경기장을 찾는 이유, 결국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은 야구장의 객단가에서도 드러납니다. 올해는 평일 경기나 외야석 관중이 늘면서 평균 객단가는 살짝 하락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매년 상승세였거든요. 이는 구단들이 앞다투어 선보이는 특별석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편안한 테이블석 정도였던 특별석이 이제는 캠핑석, 뷔페석, 가족석 등으로 확장되었고, 그만큼 가격도 일반석보다 훨씬 비쌉니다. 그럼에도 팬들은 더 나은 관람 경험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죠. 이건 영화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기지만, 프리미엄 상영관은 여전히 예매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니까요.
이처럼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그 가격에 걸맞은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면 팬들은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야구가 앞으로도 천만 관중의 열기를 계속 유지하려면, 경기장 밖에서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티빙에게 뉴미디어 중계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40초 이내의 숏폼 콘텐츠는 자유롭게 저작권을 푼 것은 좋은 시도였습니다. 이를 통해 야구 관련 콘텐츠가 소셜 미디어에 더 많이 등장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았죠. 글로벌 밈이 된 ‘삐끼삐끼 춤’ 같은 히트작이 나오는 등, 야구장이 트렌드의 중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티빙 역시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사용자 수를 크게 늘리고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좁히는 등 경영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중계 퀄리티가 예전 무료였던 네이버보다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확실히 문제입니다. 티빙은 중계 이외에도 야구 관련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야구 대표자' 같은 프로그램도 론칭했지만, 완성도에서 비판을 받는 등 아직은 개선할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따라서 결국 프로야구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혁신만큼이나 중계의 품질도 높아져야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가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며 프로야구 열기를 더한 것처럼, 중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양질의 콘텐츠들이 더해진다면 더욱 좋을 겁니다. 그래서 야구대표자 같은 사례들이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시도되어야 할 거고요.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험이 함께 발전한다면, 프로야구의 인기는 더욱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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