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 네이버 등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네이버 검색 서비스 등 그동안 불거졌던 시장 독과점 논란과 함께, 골목상권 침해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이에 따라 금융위, 공정위 등 규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실질적인 압박은 금융당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5차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상황 점검반 회의를 통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금소법은 사전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금융상품의 판매 및 판매 대리와 중개, 자문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 즉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등록 업체이기 때문에 관련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측은 “그간 금융 상품 중개 서비스를 ‘단순 광고 대행’으로 보고 영업해 온 일부 플랫폼의 상황을 검토한 결과 미등록 중개 행위로 판단해 시정을 요구했다”며 “금소법 계도 기간이 종료되는 이달 24일 이후 해당 플랫폼 및 관련 업체에게 조속히 위법 소지를 해소해 줄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시작하자, 바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를 압박했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제출한 최근 5년 간 제출 자료에 누락 및 허위 보고 정황을 포착해 지난 13일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를 찾아 현장 조사했다.
카카오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매년 공정위에 계열사·주주·친족 현황을 담은 지정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제출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공정위가 사안에 따라 고발할 수 있다. 공정위는 조사 후 공정거래법에 따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압박의 효과는 빨랐다. 공정위가 조사한 지 하루만에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꽃 배달 등 관련 계열사 사업 철수, 파트너 지원 기금 3000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의 업종 전환 등을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결정 과정에서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했던 성장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해 근본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 공정위 압박은 본격적인 규제 전 사전 작업
우선 자세를 낮췄지만 플랫폼 규제를 위한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 규제 3법안’이 올라와 있다. 각각 송갑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통신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전혜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다.
9월 들어 시작된 금융위와 공정위의 압박은 본격적인 규제를 위한 사전 작업인 셈.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카카오의 독과점 남용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 법제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에 입점하려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필수 기재사항을 포함한 중개거래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함께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는 플랫폼이 고의 과실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경우 책임지게 하는 한편, 검색결과·노출순위·맞춤광고 등에 대한 관련 정보를 입점업체에 제공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네이버는 공정위 화살은 피했지만, 향후 추진될 플랫폼 규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디지털시장법, 플랫폼 폐쇄 명령까지 가능해
EU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제를 2014년부터 준비해 지난해 12월 플랫폼 사업자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 Act, DMA),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를 제정했다.
이중 디지털 시장법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게이트키퍼 플랫폼으로 지정하고, 해당 플랫폼에 대해 금지 및 준수사항과 독점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조사 및 시정 권한, 그리고 구속력을 부여했다.
EU의 플랫폼 규제를 현재 상황에 적용한다면, 카카오와 네이버는 게이트 키핑 플랫폼이 된다. 게이트 키핑 플랫폼으로 지정될 경우,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 연계금지, 자사상품 우대금지,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 환경 유지 등 의무를 부여받는다. 게다가 디지털시장법(DMA)은 독점 플랫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는 익명화를 거쳐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플랫폼 내 입점업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연매출의 최대 10%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지속적 위반 시 플랫폼 폐쇄명령도 가능하다. EU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이 게이트 키핑 플랫폼으로 지정돼 규제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공정위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에서 플랫폼에 대한 책임 부과와 데이터 공유 등 유사하다. 플랫폼 폐쇄 명령까지 가능하진 않으나, 입점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한 자와 시정명령을 따르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과징금·과태료 이상의 처벌을 담고 있다.
2021 국정감사 핵심 이슈는 '온라인 플랫폼'
다만, 규제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시장 반응이 좋지 않다. 지난 8~9일 사이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해 약 19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분위기는 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만들기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정치권 역시 올해 국정감사의 주요 안건을 플랫폼 경제로 정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소상공인과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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