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망상 리더 빌 게이츠는 '악몽 메모'를 작성한다

생산적 피해망상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세계적인 경영전략가, 짐 콜린스(Jim Collins)가 저서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에서 언급한 말입니다. 피해망상은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는 일종의 정신질환인데요. 이를 경영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지금 봐서는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위기가 언젠가 찾아올 수 있다고 불안에 떠는 것입니다. 심지어 회사가 엄청나게 잘 나가고 있을 때에도 하루아침에 쫄딱 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는 건데요. 이게 어떻게 ‘생산적’일 수 있냐고요? 불안에 떠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빌 게이츠는 ‘피해망상에 가까운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데요. 회사가 승승장구 할 때도 그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그는 “두려움이 나를 이끌어가도록 하면서도 이는 숨기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주기적으로 실패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악몽 메모’를 작성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에는 경쟁사의 급격한 성장, 기술 경쟁이나 지적 재산권 분쟁, 핵심 직원의 이탈과 같은 내용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대신 그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누구보다 빨리 소프트웨어를 출시하려고 했고, 자사의 핵심기술을 지켜내려 사전대비를 철저히 했으며, 직원들에게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하려고 계속 신경을 썼었죠.

사우스웨스트항공 창업자 허브 켈러

허브 켈러도 “맑은 날, 비 올 때를 대비하자”는 소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45년 이상 흑자를 기록하는 동안,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죠. 절대 무리하게 노선을 확장하지 않았고 많은 돈을 들여 새 항공기를 사지도 않았습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차곡차곡 현금도 모아 두었고요. 

이런 방침이 빛을 발한 때는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항공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 바로 ‘9.11 테러’가 터졌을 때였습니다. 항공사를 찾는 승객의 발길은 뚝 끊겼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전심사비용과 보험료는 어마어마하게 올랐지요. 항공사들은 저마다 비상대책을 세우느라 난리였습니다. 미국 컨티넨탈 항공은 직원을 1만명 이상 감축했으며 노스웨스트 항공, 아메리칸 항공 등은 운항편수를 20% 이상 줄였지요. 반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어땠을까요? 그간 앞날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마음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단 하나의 일자리나 비행기도 줄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이 기업의 수중에는 무려 1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은 잡념 없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결과 2001년 미국 전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도리어 시장 점유율을 대폭 늘렸습니다. 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혼자 꿋꿋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맑은 날 비 올 때를 걱정하고 미리 준비한 덕분이었습니다. 


어려움과 불확실성 속에서 희망을 품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잘 나가는 순간 리더라면, 생산적 피해망상이라는 날카로운 촉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극도의 경계심으로 최악의 순간까지도 준비하는 일, 리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본 기사의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IGM세계경영연구원

insightlab@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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