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혹한기에도 기회는 있다지만…’

[AI요약] ‘혹한기’로 불리는 현재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상황은 해를 넘어 지속되며 ‘빙하기’ 수준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시작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VC(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투자 전략의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복기하며,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하반기 투자 시장의 상황을 전망해 봤다.

이전까지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성장성, 파운더들의 역량을 보고 진행됐던 투자는 최근 시장검증, 실질적인 매출을 통한 자력 생존 가능성, 재무적인 건전성 등을 따지기 시작했고 AI 등 미래기술 등의 특정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도 이어졌다. 투자의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더욱 강화된 셈이다. (이미지=픽사베이)

‘혹한기’로 불리는 현재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상황은 해를 넘어 지속되며 ‘빙하기’ 수준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시작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였다. 세계를 혼돈에 몰아넣었던 팬데믹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지출을 늘렸고, 이는 엔데믹, 보복 소비 분위기와 맞물리며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됐다.

특히 소비자 물가 상승율이 90%를 넘어서며 위기에 빠진 미국은 고물가 상황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탓에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은 잡히지 않았다. 결국 금리 인상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발 금리인상의 여파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다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위축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VC(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투자 전략의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성장성, 파운더들의 역량을 보고 진행됐던 투자는 시장검증, 실질적인 매출을 통한 자력 생존 가능성, 재무적인 건전성 등을 따지기 시작했고 AI 등 미래기술 등의 특정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도 이어졌다. 투자의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더욱 강화된 셈이다.

이는 실제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다르지 않았다.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고 매출 구조까지 확립해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의 경우 시드 단계에서도 수억 내지는 수십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가 하면 매출은 커녕 아직 PMF(Product Market Fit, 제품 시장 적합성)를 찾는 스타트업의 경우 하루에도 몇 개의 IR 일정을 소화하며 힘겨워 하고 있었다.

이에 테크42는 올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복기하며,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하반기 투자 시장의 상황을 전망해 봤다.

스타트업 데스벨리, 극복해도 산 넘어 산

최근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가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 벤처투자 정보 업체 더 브이씨 등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 1098곳의 데이터를 수집해 투자 생테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 스타트업의 51%에 해당하는 564곳은 시리즈A 단계를 통과했고, 다시 그 중 53%인 297곳은 시리즈B 투자 유치까지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시리즈 C 이상 성공한 스타트업은 전체 11%에 해당하는 120개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보통 시리즈 A가 제품의 정식 출시 전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 시장성을 검증 받고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투자 유치 단계라면 시리즈 B는 빠른 성장을 위한 사업 확장과 고도화,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유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시리즈 B 혹은 시리즈 A 단계에서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좀 더 구색을 갖춘 사무실을 확보하고, 연구 개발 인력을 증원하는 등의 시도를 이어간다. 문제는 사업의 규모화를 모색하는 시리즈 B 이후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투자금을 방만하게 집행했거나, 기대하는 수준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스타트업의 상황은 극도로 나빠질 수 있다.

최근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가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 벤처투자 정보 업체 더 브이씨 등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 1098곳의 데이터를 수집해 투자 생테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리즈 C 이상 성공한 스타트업은 전체 11%에 해당하는 120개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출처=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 )

특히 이때부터는 투자를 했던 투자사들의 성과 요구도 커지기 시작한다. 실제 기자가 만난 스타트업 중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중 큰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가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되며 성과 압박이 커졌다는 속내를 털어 놓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개중에는 과감한 피보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이 있기도 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뚜렷한 수익화 모델을 찾지 못해 자본 잠식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심심지 않다.

데스밸리는 초기 사업계획 등으로 시드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이를 검증하기 위한 투자를 받는 시리즈 A를 유치하는 사이의 기간을 뜻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데스밸리를 버티지 못하고 사업화 단계에서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해 사업을 중단하곤 한다. 하지만 위 조사 결과처럼 시리즈 규모가 커지는 각 단계별로 직면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해 위기에 빠진 스타트업 역시 적지 않다.

한편 최근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첫 관문인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율이 높은 분야는 금융·결제, 미디어, 자산공유 플랫폼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금융·결제 플랫폼의 경우 시드에서 시리즈 A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비율이 70%에 달했다.

스타트업 투자 정점은 2021년, 이후 지속 내리막

VC 업계에서 바라보는 스타트업의 투자 정점은 2021년이었다. 고위험 고수익 영역의 스타트업 투자가 이어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2년의 스타트업 투자 감소폭은 10% 정도다. 다만 이는 VC 투자금에 한정된 것으로 2021년 7조7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7조원 규모로 준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투자 업계에서 보는 시각과 큰 차이가 있다. 해외 VC를 비롯해 프라이빗 에쿼티(PEF, 사모투자펀드) 등 각 부문의 투자를 모두 합칠 경우 올 상반기까지 ‘반토막’ 이상 줄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다만 2021년의 투자 규모가 평년을 넘어서는 특이한 증가세를 보인 터라, 이 시기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전반적인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우상향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투자가 움츠러든 상황은 최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올 1월부터 6월까지 투자동향을 분석한 ‘2023년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통해서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올 1월부터 6월까지 투자동향을 분석한 ‘2023년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동향’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 결과를 보면 올 상반기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584건으로 금액으로는 약 2조3226억원 규모다(투자금액 비공개 건의 경우 0원으로 처리).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414건이 감소한 상황이다. 금액으로 보면 약 4조 9973억원에 달한다. 이렇듯 투자 건수와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1000억 이상 대규모 투자가 3건에 불과한 반면 10억 미만의 투자가 348건에 달한다는 점이다. 시리즈 B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준 것은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투자사들이 매출 성과나 BEP(손익분기점) 달성 등을 새로운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혹독한 투자 환경 속에서도 올 상반기 근근이 대규모 투자 소식이 들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디지털 디자인 전문기업 디스트릭트가 1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음원 IP 전문 투자 및 매니지먼트 기업 비욘드뮤직이 약 2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를 했다. 그 외에도 매출 2조원을 넘긴 컬리가 1200억원, 전기차 충전 서비스 스타트업 대영채비가 1200억원, 무신사가 20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1000억원 이하의 경우 세미파이브가 680억원, 레브잇과 뮤직카우가 600억원,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500억원(벤처대출형식)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시리즈 A, B 투자 유치한 스타트업 “일단 버텨라”

위 스타트업들의 선전으로 지난 5월 이후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지난해 이후 처음으로 8000억원대를 회복하고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VC 업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올 하반기에 투자 혹한기 상황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2024년) 정도면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위기 의식을 가지고 (스타트업 투자 관련) 예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상황 등 불확실성 요인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시 역시 여전히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 한 VC 대표는 “증시상황을 보면 투자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우선 VC들이 살피는 매출을 챙기며 하반기를 버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또 다른 VC 관계자는 “시리즈 A, B 정도 단계의 역량이 있는 스타트업이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붕괴돼 버릴까 걱정”이라며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스타트업 팀들이 많이 나서지 않아,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근 VC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 가까이가 투자환경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90%가 넘는 응답자가 현재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답을 하기도 했다. 즉 2021년 정점을 찍은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여전히 과하게 부풀려져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투자업계가 투자를 보류하고 ‘관망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스타트업계에서는 “우선 VC들이 살피는 매출을 챙기며 하반기를 버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벤처 활성화 3법 개정 추진… 효과는 미지수

VC업계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스타트업계의 시선은 정부 지원 정책을 향하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벤처·스타트업을 위한 벤처 활성화 3법 개정 추진 및 팁스(TIPS) 프로세스 개선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일반지주회사의 창업 기획자 보유 허용 추진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이다. 또 일반지주회사의 CVC(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 외부출자 요건을 현 개별펀드 40% 이내 제한을 완화하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그간 우리나라는 재벌 대기업의 세습에 악용될 소지 때문에 엄격했던 CVC를 대상 규제가 완화되는 셈이다. 장점도 있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이에 스타트업계에서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치는 환영하지만, 대기업 계열 CVC의 기술탈취 문제에도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적잖은 도움을 받아온 팁스(TIPS) 프로그램 역시 프로세스가 개선됐다. 그간 선정일이 빠른 일부 기업만 연초 필요액 전부를 지급하는 방식을 변경해 모든 대상 기업에게 최소 한 달 치 필요액을 연초에 우선 지급한다는 것이다. VC 투자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이와 같은 조치는 팁스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의 자금 수요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기술 침해 분쟁 내용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사례에서 투자 제안 시 공유한 기술, 사업 내용이 문제가 됐다. (이미지=픽사베이)

그 외에도 국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정책도 강화된다. 그간 해외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던 것을 개선해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해외 인재 유입을 위한 창업 및 취업비자 제도도 개선될 예정이다.

스타트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M&A(인수합병) 활성화 지원도 이어진다. 금융 및 컨설팅 지원을 비롯해 M&A 기업과 주주 간 이익 균형을 위한 상법 개정이 추진되는 점도 눈에 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벤처기업 전용 M&A 플랫폼을 개설을 추진한다.  

한편 이와 같은 정부 정책에 맞춰 최근 두산그룹은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3년만에 벤처투자를 재개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관건은 이와 같은 정책이 현장에 빠르게 도입·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위 언급된 우려점도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하반기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여부는 그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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