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자사몰) 등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그 다음이 정확한 분석이다. 데이터의 정합성이 떨어지게 되면 아무리 정교한 분석 툴을 돌린다고 해도 무용지물일 뿐이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고객들의 구매 여정 사이에 존재하는 데이터들을 획득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또 쇼핑몰의 접근 방식을 비롯해 결제 방식 등이 다양해지며 설령 쇼핑몰을 방문한 고객이라고 해도 실제 구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데이터를 획득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중 최근까지 가장 수집하기 어려웠던 데이터로 꼽혔던 것이 다름 아닌 ‘간편결제 데이터’였다. 이유인 즉, 고객이 쇼핑몰에 방문에 취하는 다양한 행동데이터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몰 내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상세페이지를 누르고, 장바구니에 담는 과정의 데이터는 행동데이터에 해당한다. 하지만 결제 단계에서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보편화된 ‘간편결제’ 시스템은 고객이 결제를 누르는 순간 쇼핑몰 사이트를 이탈해 간편결제사의 결제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회원 가입 후 사이트 내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결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지만 간편결제가 등장한 이후 그런 불편함을 선택하는 고객이 있으리 만무하다.
결과적으로 고객이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넘어간 이후 과정은 쇼핑몰 입장에서는 추적 불가능 상태가 되는 셈이다. 특히 고객이 반복적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거나, 중도에 결제를 포기하고 구매를 완료하지 않거나 환불하는 등의 행위는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즉 허수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데이터 정합성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이유가 돼 왔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마케터들이 쇼핑몰 내에서 수집된 고객 행동데이터를 기반으로 구글 애널리틱스(GA) 등을 통해 아무리 분석을 한다 한들 제대로 된 광고 전략과 성과 도출이 불가능해 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 스타트업이 선보인 솔루션으로 인해 획기적으로 해결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서울핀테크랩 입주사인 파인데이터랩이다. 지난 2021년 3월 엔지니어 출신의 하현수 대표가 창업한 파인데이터랩은 인큐베이팅 단계에서부터 삼성, LG, 기아, 현대카드를 비롯한 금융권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검증했다. 이후 NHN고도, 카페24 등과 제휴계약을 통해 행동데이터에 더해 간편결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GA와 연동하는 기술을 개발, 특허 기반 솔루션을 선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파인데이터랩의 하현수 대표를 만나 지난 창업 스토리와 더불어 남다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스케일업 전략을 들어봤다.
‘쇼핑몰 GA간편결제연동솔루션’에 더해 ‘AI마케팅제안솔루션’ 개발 중
하현수 대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개발사를 비롯해 호텔, 금융권을 거쳐 카카오, 메타넷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23년차 특급 엔지니어 출신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경험들은 고스란히 파인데이터랩에 투영되고 있다.
스스로 “어느 하나에 빠지면 엄청나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털어 놓은 하 대표는 중학교 때 시작한 해동검도로 한미문화사절단이 돼 미국과 캐나다 18개주를 돌아다니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적잖은 팔로워를 보유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분야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던 것이 벌써 3년 전이다. 하 대표는 “간편결제 시스템에 의해 발생하는 이커머스 업계의 페인포인트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며 첫 시작을 돌이켰다. 가령 고도몰이나 카페24 등을 통해 독립몰 형태의 쇼핑몰이 만들어졌을 때 보통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로그분석툴을 적용하면 쇼핑몰 내 대부분의 고객 행동데이터는 다 수집이 된다. 문제는 환불과 간편결제 분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파인데이터랩이 고민한 것은 자사몰에서 이 두 가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었다.
“2020년 즈음에 간편결제 기업들로부터 로그분석툴로 분석이 되지 않아 고객들의 불만사항이 접수가 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문의가 왔어요.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빌드업을 하기 시작하게 됐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운영자의 고충과 니즈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개발을 진행했죠. 이후 초기솔루션을 가지고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며 확신을 가지고 범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고요. 그 결과 창업한 첫해인 2021년에 NHN고도와 카페24에 제휴계약을 맺고 특허출원, 기술자료임치를 하며 ‘쇼핑몰 GA 간편결제 연동 솔루션’을 완성시켰죠.”
‘쇼핑몰 GA 간편결제 연동 솔루션’에 이어 파인데이터랩은 지난해부터 ‘AI마케팅제안솔루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이다. 창업 이후 축적된 충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산업 전분야에 본격 접목·상용화되고 있는 생성 AI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이다. 하 대표는 “AI 기술 적용 시 전제가 되는 것 역시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고객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광고 효율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두 번째로는 이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서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광고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타겟팅인데, 이 부분에서 AI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며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 대표가 이야기하는 ‘정확한 데이터’는 쇼핑몰이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획득한 행동데이터에 더해 이제는 일반화되고 있는 ‘간편결제 데이터’를 포함한 것이다. 파인데이터랩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쇼핑몰의 간편 결제 비율은 전체 결제 방식의 70%를 넘어가고 있다. 문제는 파인데이터랩이 간편결제연동솔루션을 개발하기 전까지 많은 쇼핑몰들이 이 간편결제 데이터가 누락된 채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를 한번 이용하게 되면 다른 결제 방식은 이용할 수가 없어요. 회원가입 등의 절차가 없어 편리하기도 하고 포인트 등의 혜택도 많으니까요. 문제는 쇼핑몰에서 주로 사용하는 구글애널리틱스와 같은 로그분석툴로 분석을 하려면 데이터 추적이 돼야 하는데, 간편결제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고객이 쇼핑몰 사이트를 나간 것으로 체크가 되며 더 이상 추적이 되지 않는다는 거였죠. 최초 간편결제 업체에서 간편결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업체에 문의를 했지만, 솔루션을 개발한 것은 저희가 유일했어요. 예를 들어 네이버 광고를 통해 들어온 30대 남성 고객이 몇 분간 머물며 스크롤을 몇 분 하고 어떤 제품을 봤고, 결제를 눌러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넘어가면 끝이었어요. 그런데 간편결제 데이터를 연결하면 결제 시스템으로 넘어가 정작 결제를 안 하거나 결제를 하고 나서도 주문 취소를 하거나 하는 데이터까지도 파악이 되는 거죠. 이를 통해 이전에는 200%까지 허수로 잡혔던 결제 데이터를 지금은 최대 97%까지 정합성을 보이는 데이터로 바꿔 놓은 거죠. 그렇게 간편결제까지 모두 수집·분석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데이터를 쌓아 놨기 때문에 AI를 적용하는 단계에서도 문제가 없죠.”
격변의 디지털 마케팅 시장, 무한경쟁 시대에 파인데이터랩이 나아갈 길은?
창업 초기 기반을 다지는 과정을 거치며 하 대표는 단지 솔루션 개발을 넘어 솔루션을 제대로 이용하고 최적의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한다. “저변이 넓어지지 않으면 파인데이터랩의 사업도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후 하 대표는 파인데이터랩의 사업 분야를 솔루션 개발 외에도 데이터 분석 컨설팅, 교육, IP, 캐릭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하 대표는 “대부분의 업체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로그분석툴인 구글애널리틱스를 통해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지만 실제적인 인사이트를 확인하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말을 이어갔다.
“대형업체들이 고객 정보를 내재화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구글애널리틱스 같은 경우 구글이 지난해 7월부로 유니버셜 애널리틱스 수집을 중단하는 강수를 띄우며 새로운 버전인 ‘GA4’로 강제 전환을 실시했어요. 저희는 기업들이 내재화한 데이터를 각종 API를 통해 수집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또 GA4로 변환을 돕거나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집하던 데이터를 디지털 전환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특히 GA4에 대한 정보력과 쇼핑몰에 특화된 많은 분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 컨설팅에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죠.”
하 대표가 언급한 유니버셜 애널리틱스의 GA4 강제 전환은 지난해 마케팅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기업들에게 큰 이슈였다. 유니버셜 애널리틱스가 업계 사람들에게 익숙한 세션 기반의 데이터 수집 방식이었다면, GA4는 이벤트 중심의 데이터 수집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변화였다. 문제는 기존 애널리틱스 사용자들 중 GA4를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파인데이터랩은 GA4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업종에 맞춰 커스텀을 진행하는 한편, 핸드북과 보고서를 통해 업체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파인데이터랩의 올해는 이제까지와 다르다
지난 3년 가까이 파인데이터랩은 여느 초기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며 원만한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하 대표에 따르면 간편결제 같은 것은 분석되지 않는다는 시장의 편견을 불식시키며 기틀을 만들고, 기술력을 알리며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 사이 연구개발전담부서를 설립하고, NIPA 글로벌 DNA 엑셀러레이팅 기업에도 선정이 되는가 하면, 지난해 말에는 기술보호선도기업에 선정, 3년 연속 데이터바우처 공급기업 선정, 클라우드바우처 공급기업 선정 등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런 파인데이터랩에게 올해는 이전과 다른 큰 폭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해가 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카페24 전용 간편결제연동솔루션과 AI마케팅제안솔루션을 연내 개발 완료하게 되면 고객과 매출 등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고객사의 매출 증가 성과 등을 통해 파인데이터랩 솔루션의 품질은 대내외적으로 입증이 된 상황이다.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하 대표의 표정에서 이유 있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해 사업 역량을 높이고 있습니다. AI마케팅지원솔루션은 올 3분기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카페24 전용 간편결제연동솔루션의 경우 이미 저희 솔루션을 기다리고 계시는 고객사도 있죠. 그 밖에도 성과에 따른 시너지가 난다면 내년에는 최대 100억원 매출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 대표의 이와 같은 목표가 불가능해 보이지 않은 이유는 파인데이터랩의 수익모델 때문이다. 파인데이터랩의 솔루션을 활용하는 고객사가 늘어날수록 또 고객사의 결제 건수가 늘어날수록 파인데이터랩으로 돌아오는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데이터 수집량에 따라 이용료가 달라지는 셈이다. 더구나 파인데이터랩의 솔루션은 국내는 물론 알리페이와 같은 해외 간편결제 데이터 수집·분석도 가능하다. 하 대표에 따르면 해외 간편결제 데이터까지 수집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파인데이터랩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는 2025년 싱가포르 지사 설립을 통해 중국과 동남아 시장 진출 또한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미국 등에서 시장 진출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미국보다 동남아, 중국 시장에서 간편결제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간편결제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장 기반을 마련 한 뒤 해외로 진출해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어요. 그에 따라 중국 특허 출원은 이미 지난해 해 놓은 상황이죠. 그 외에도 베트남 등 아직 온라인 쇼핑이 간편결제 생태계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들을 살펴보며 시기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기술과 관련된 특징에 집중해 있던 하 대표의 이야기는 막바지에 접어들며 사람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기술도 사람이 만드는 만큼 처음 팀을 세팅할 때부터 사람에 중심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하 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엔지니어 분야의 악습을 근절시키는 노력도 병행해 왔다.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데이터로 사람이 이어지는 세상을 만들자’ 생각을 파인데이터랩의 모토로 삼고 있는 이상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저희는 야근을 절대 안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요. 일·생활 균형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하기도 하고요. 사실 제가 일을 시작할 때는 이런 회사 생활을 생각하지 못했죠. 어떻게 보면 사람을 갈아 넣는 방식의 개발 업무를 없애기 위해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것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파인데이터랩은 사람을 중심에 두고 끊임없는 혁신과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을 이어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