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최근 국내 빅테크 트렌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우리나라의 AI 기술은 지난 10여년 간 빠른 속도의 양적 팽창을 이뤄냈다. 그 결과 AI 특허 출원 규모는 세계 4위 수준을 기록했다. 좋아하긴 이르다. 그 특허의 질적 수준이 미국, 캐나다 등 AI 강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KAIST 혁신전략 정책연구센터(CISP)와 클래리베이트가 AI 분야의 기술혁신 및 주요 이슈를 공동으로 분석한 보고서(글로벌 AI 혁신경쟁 : 현재와 미래)에 드러난다.
CISP는 2010~2019년 세계 주요 10개국이 출원한 14만7000여 건의 AI 기술 특허 및 특허 인용지수 등을 분석, AI 발명을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 전개 상황을 파악하고 향후 전략 수립을 위한 시사점 등을 제안했다.
AI 특허, 질적으로는 미국 vs 양적으로는 중국
이 기간 세계 AI 특허 출원 수는 연평균 31.2%씩 증가할 정도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양적인 측면은 중국이 주도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이 단연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출원한 AI 발명 특허는 9만1236건으로 전체 AI 특허 출원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다음은 미국(2만4708건), 일본(6754건), 한국(6317건), 독일(2280건), 대만(1501건), 캐나다(960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허인용지수(CPI)로 특허의 질적 수준을 평가한 결과 10개국 CPI 지수 평균은 14%였고, 각국 특허 중 CPI 상위 10% 특허의 비율은 미국과 캐나다가 각각 43%와 약 26%로 1, 2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CPI 상위 10% 특허 비율이 약 8%로 1, 2위에 크게 못 미쳤다. 특허 출원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은 CPI 상위 10% 특허가 약 5%였고 일본은 약 7%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AI 기술 발명 증가율과 CPI 상위 10% 비율을 동시에 고려할 때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이 AI 기술 선도 그룹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은 양적인 성장 비중이 큰 국가들과는 대비된다고 밝혔다.
김원준 CISP 센터장은 "한국이 전체적인 발명 규모 대비 기술 영향력이 저조한 것은 개선돼야 한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우수한 기술력 기반의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원천기술 등 인재 양성 부문 취약
우리나라는 기초·원천 기술을 연구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부문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AI 특허 출원은 산업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대학이 약 30%,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약 15%를 차지해 산업계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대학은 CPI 상위 10% 특허 비율이 2.8%로 산업계(11.8%)와 출연연(9.5%)보다 훨씬 낮아 국내 AI 특허의 전체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각국 대학의 CPI 상위 10% 특허 비율은 미국이 37.1%, 캐나다 20.7%, 영국 10.1%, 대만 8.3%, 중국 6.0% 등이었다.
한국은 AI 기술 발명의 규모 면에서 세계 4위에 있지만 그 영향력 측면에서는 더 우수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세계적 수준의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혁신을 고려한 '국가 차원의 AI 전략'이 요구된다.
김원준 센터장은 "AI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과 산업적 응용이 가능한 AI 연구 활성화를 위한 긴밀한 산학 협력 체계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며 "대학 혹은 정부 출연연이 인재 양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