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까지 총 76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한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미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일부 부처는 한국판 뉴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자체 전담조직을 꾸리고 나선 상황이다. 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 내에 뉴딜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 춘천시 남산면 더존비즈온 강촌캠퍼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디지털경제 현장방문'에 참석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에 대해 미국 대공황 때의 실시한 '뉴딜'에 빗대어 개념을 정리했다. 대공황 시기에 뉴딜 정책으로 세워진 후버댐처럼 '데이터댐'을 만들어 이를 활용해 디지털 경제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존비즈온은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IT 중견기업이다. 기업 데이터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해 기업 신용을 평가하고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서비스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뉴딜의 한 축은 대규모 공공 토목사업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고, 대표적인 게 후버댐"이라며 "완공되고 나면 물을 활용하는 관련 산업이 생겨나고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했다. 댐을 짓는 데서 일자리 창출이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 인공호수를 활용한 관광과 숙박, 카지노 산업이 발전하는 선순환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한국판 뉴딜 어떻게 추진하나
정부는 3차 추경 등을 통해 2022년까지 디지털 뉴딜에 13조4000억원을 투자해 3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오는 7월에 디지털 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기획재정부 아래 한국판뉴딜추진기획단(가칭)을 둘 계획이다. 이는 개별 부처 사업을 중앙집권적으로 조율해 추진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 사업을 따내려는 지역 민원까지 더해져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이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은 디지털과 그린이다. 벌써 몇몇 부처가 사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장관들 간 ‘쟁탈전’ 분위기까지 연출되고 있다. 한국판 뉴딜에 오는 2025년까지 76조원(디지털 36조원, 그린 27조원, 고용안정 13조원)이 투입될 예정인 만큼 주도권을 쥐게 되면 향후 부처 예산 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양대 축으로 삼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된 사업들을 보면 한국판 뉴딜의 큰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
먼저 디지털 뉴딜은 ▲ 데이터·네트워크·AI(인공지능) 등 'DNA' 생태계 강화 ▲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 교육·의료 등 비대면 산업 육성 ▲ 농어촌·공공장소·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등 4대 분야와 추진 과제들이 제시됐다.
그린 뉴딜은 ▲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3대 분야와 추진 과제들이 설정됐다. 이를 위한 '고용안전망 토대'를 갖추기 위해 ▲ 전 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 ▲ 고용보험 사각지대 생활·고용안정 지원 ▲ 고용시장 신규 진입·전환 지원 등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2년 반 동안 총 31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자해 지속 가능하면서도 질 좋은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뉴딜에 13조4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33만개를 만들고, 그린 뉴딜에 12조9000억원을 들여 일자리 13만3000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