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불러왔고, 그 기간 동안 이전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기술들이 세계 사람들의 실생활에 들어왔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몇몇 기술과 서비스는 달아오른 냄비가 한순간에 식어버리는 것과 같이 코로나19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그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메티버스’가 아닐까? 새로운 미래를 열 기술로 주목받던 메타버스는 대중들의 기대치를 밑도는 기술적 한계와 최적화된 디바이스의 대중화가 지연되며 2022년 말 선보인 '챗GPT'를 통해 부상한 생성형 AI에 주도권을 잃는 듯했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가진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게임 분야를 넘어 실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을 기술적 고도화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야말로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고, 생태계가 형성된다면 그때가 비로소 메타버스의 전성시대가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생성형 AI의 등장은 메타버스가 가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주관으로 개최된 ‘ITP Tech & Future Insight Concert’에서는 이렇듯 생성형 AI라는 날개를 단 메타버스가 제시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CES 2024에서 주목받은 ‘칼리버스’… 진화된 가상공간으로 게임 굴레 돌파한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연사는 단연 김동규 칼리버스 대표였다. 칼리버스는 롯데정보통신의 자회사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메타버스 사업에 앞다퉈 투자했던 기업들이 최근 사업 축소를 선언한 와중에 지난 CES 2024 현장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공식 론칭했다.
칼리버스가 내세운 차별점은 기존 메티버스 서비스들을 넘어서는 초고화질 VR(가상현실) 촬영 및 그래픽 합성, 리얼타임 랜더링 등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보인 실감형 콘텐츠다. 결과적으로 CES 2024에서 칼리버스 부스의 관람객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 스피커로 나선 김동규 칼리버스 대표는 ‘차세대 메타버스와 AI 기술의 융합’을 주제 발표에 앞서 “세계적인 지식인들이 메타버스가 엄청난 경제 시장 규모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하는 데 주목해 주길 바란다”며 “기로에 서 있는 메타버스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메타버스는 가장 큰 수익원인 이커머스, 게임을 비롯해 교육, 엔터테인먼트, 피트니스, 재택근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고른 성장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다수의 전문 기관과 세계적인 석학들이 엄청난 규모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음에도 문제는 ‘왜 폭발적인 확산이 이뤄지지 않는가’죠. 저는 그 이유가 현재까지 UGC 게임을 중심으로 한 저연령층 대상 메타버스만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인터넷의 진화로 비견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죠. 우리는 그 안에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하고 수많은 비게임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메타버스가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게임 베이스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이제 막 등장한 단계이기 때문이죠.”
김 대표는 “칼리버스는 차세대 인터넷에 적합한 메타버스에 도전하고 있다”며 “기존에 있었던 패러다임과 다른 기능적 구현과 함께 경제적인 매리트가 있는 플랫폼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저희는 저연령층 뿐만 아니라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있는 보다 진화된 그래픽 비주얼을 탑재해 가상현실 내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 전시, 쇼핑 등 지금까지 제한 요소로 인식됐던 부분을 돌파하려 합니다. 또 적극적으로 실제 사물과 사람의 모습을 가상의 공간으로 끌고 들어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죠. 엔터테인먼트 역시도 팬덤이 기대하는 아티스트의 살아 숨쉬는 실제 모습, 쇼핑도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람과 사람이 만나 즐기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주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동일한 경험이 가능한 가상현실, 그간 지적된 ‘메타버스 한계’ 넘어서
이어 김 대표는 지난 CES 2024에서 선보인 칼리버스 플랫폼의 특징을 설명했다. 칼리버스의 세계관은 가상공간으로 진입을 또 하나의 우주로 떠나는 여정으로 설정했다. 로그인 시 실제 우주선을 타고 다른 우주로 건너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와 같은 세계관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가상세계에서의 경험이 현실의 삶에 그대로 투영되는 순환구조를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칼리버스에 진입을 하면 이용자는 이전과 비교해 월등히 디테일한, 실제 사람의 신체와 동일한 ‘사회적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다. 모든 것은 개인의 개성을 투영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특히 강조되는 것은 디지털 트윈을 적용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쇼핑의 느낌이 그대로 재현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현실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제공할 수 없었던 24시간 365일, 나만을 위한 직원이 응대를 하는 등 쇼핑의 혁신을 가져오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칼리버스는 이전에 가상의 공간에서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버추얼 스토어를 만들어 놓고 전시나 PR 등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쇼핑이 이뤄지고 그 결과물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동시에 적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칼리버스에서 물건을 사면 실제 현실에서도 집으로 물건이 배송되고 디지털 트윈에서는 가상 세계에 있는 집안이나 아바타를 꾸밀 수 있게 한 것이죠. 특히 커뮤니티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굉장히 사실적인 도시를 거대하게 구축해 PC는 물론 VR 기기, 3D 디스플레이에도 모두 구현이 가능한 형태로 동시 개발 중입니다.”
즉 칼리버스 플랫폼은 이용자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도 현실과 연계성을 강화한 차세대 메타버스 공간인 셈이다. 특히 칼리버스는 기존 이용자들의 ‘가상의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페인포인트를 반영해 다양한 할 거리들을 퀘스트로 제시한다. 이용자들은 실제 아티스트의 모습과 가상공간이 융합된 콘서트를 즐기고, 스포츠를 즐기고 토론을 하는 등 한 순간도 무료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강조한 것은 ‘웹 3.0(Web 3.0) 정신의 반영이다.
“음악의 경우 저희가 주목한 것은 세계적인 장르인 EDM입니다. 다른 장르는 아티스트와 팬의 구별이 명확한 반면 EDM은 조금만 연습해도 누구나 DJ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웹 3.0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EDM의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투모로우랜드’와 독점 계약을 체결해 그 화려한 무대를 칼리버스에서도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칼리버스 플랫폼의 또 다른 경쟁력은 이렇듯 정교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일반 이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AI 탑재 앱으로도 개발했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 스마트폰 앱을 열어 실제 가방 등의 제품을 360도로 스캔하기만 하면 3분 이내에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가상현실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는 칼리버스 팀이 카이스트 팀과 협업해 만든 기술이다. 이전까지 스캐닝해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시간이 40분 이상 걸린 것에 비하면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생성형 AI 시대=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로블록스가 죽지 않는 이유
메타버스 신드롬이 세계를 강타하던 팬데믹 시기부터 그 열기가 식어버린 현재까지 막강한 이용자 수를 자랑하며 지속성을 유지하는 서비스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것은 ‘로블록스’다.
로블록스 스튜디오-클라이언트-클라우드로 구성된 플랫폼은 일일 활성 이용자 6500만명, 140억 시간에 달하는 총 사용시간, 300만명에 달하는 개발자가 활동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며 지속 성장 중이다. 이러한 로블록스 플랫폼의 경쟁력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가 예고되는 현 시점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몰입형 디지털공간 : 로블록스의 사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대성 로블록스 정책대표(이하 대표)는 “ 로블록스는 자체적으로 만들어 파는 게임이 하나도 없는 플랫폼”이라며 그 특징을 설명했다.
“로블록스를 게임 회사로 아는 분도 있는데, 굳이 비유하자면 구글의 유튜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올리는 것처럼 포블록스에 다양한 콘텐츠는 모두 이용자들이 올리는 것들이죠. 일종의 놀이터와 같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일 핵심적인 요소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지 않더라도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 대표가 꼽는 로블록스의 요소는 세 가지다. 우선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게임’이다. 이는 로블록스의 가장 큰 수익원이다. 앞서 박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좀 더 구체적으로는 게임을 만들지 않으면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게임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소셜’이다. 함께 게임을 하고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라는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엔터테인먼트다. 실제로 로블록스 플랫폼 내에서는 단순히 게임만 존재하지 않고 콘서트나 연극, 영화 촬영, 교육 콘텐츠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로블록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이용자가 곧 개발자가 되는 선 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성형 AI의 등장은 로블록스의 장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용자와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로 토대를 이룬 로블록스가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할 때 원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희는 생성형 AI를 통해 스마트폰, PC,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만드는 콘텐츠의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게 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로블록스 스튜디오는 몰입도 높은 3D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구현 가능하게 해주는 것, 또 누구나 초기 비용 없이 제작할 수 있게 하는 것, 내가 만든 콘텐츠를 디바이스나 언어 상관없이 어디든지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어 박 대표는 올해 베타 서비스로 오픈한 ‘로블록스 어시스턴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로블록스가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생성형 AI 제품이다. 그간 코딩을 몰라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로블록스의 장점에 더해 이제는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 채팅이나 말하는 것 만으로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이러한 방식을 접한 세대들이 나이가 들면서 메타버스는 자연스레 확산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메타버스를 누가 얼마나 쓸까’라는 의문이 적지 않지만, 로블록스 등에서 콘텐츠를 편하게 만드는 경험을 한 세대가 나이가 들면 메타버스는 자연스럽게 확산이 됩니다. 이미 젊은 세대는 문자나 카톡으로 소통하는 것이 전화 통화보다 더 쉽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커뮤니케이션의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이 세대가 중추가 되는 시대가 되면 앞으로는 인터넷이나 전화로 민원 서류를 발급 받는 것보다 메타버스 공간에 들어가서 발급 받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는 시기가 올 수도 있죠.”
한편 이날 ‘ITP Tech & Future Insight Concert’는 허욱 메타 부사장이 키노트 연설을 맡아 AI를 활용해 메타가 준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메타버스 미래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가 생성형 AI 시대를 맞이해 진행되는 변화를 짚었다. 또 박성범 넷마블 AI센터장이 ‘감정표현이 가능한 디지털 휴먼 생성기술’을 발표, 이준우 IITP PM이 지난 CES 2024에서 소개됐던 혁신 기술 들의 트렌드와 주요 동향을 공유하는 시간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