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시작된 카카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카카오는 그간 무분별하게 확장해왔던 사업들, 특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던 분야는 서둘러 철수를 선언하고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성난 여론을 달래기에는 부족한 듯 보인다. 한편으로 카카오의 지난 시간들을 복기하며 어떻게 위기가 커지게 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시작된 카카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주가는 폭락했고, 공정위는 창업자 김범수 의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예정돼 있는 국정감사에서는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이 더욱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카카오는 그간 무분별하게 확장해왔던 사업들, 특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던 분야는 서둘러 철수를 선언하고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성난 여론을 달래기에는 부족한 듯 보인다.
상생안에 따르면 카카오는 국내외 158개에 달하는 계열사의 사업 통·폐합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전까지 시총 3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카카오가 현재와 같은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혁신 기업으로 대표되던 카카오가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 카카오의 지난 시간들을 복기하며 어떻게 위기가 커지게 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카카오만의 잘못인가?
카카오 규제의 선봉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 지금 카카오에게 공정위는 서슬퍼런 저승사자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과거로 돌아가 보면 전혀 다른 공정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조사가 들어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가족회사 케이큐브홀딩스와 관련한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은 공정위로 알려지고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공정위는 카카오 관련 44건의 기업결합을 모두 승인했다.
당시 공정위 측은 “시장 확장 과정에서의 M&A의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승인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다.
90%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무리한 수익화를 시도하다가 역풍을 맞은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의 최근 ‘스마트 호출 요금 인상’ 해프닝은 사실상 이번 카카오 위기의 단초가 됐다.
하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렇게 갑작스레 스마트 호출 요금을 인상할 수 있었던 것은 올해 4월 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덕분이었다.
개정안에 신설된 운송플랫폼 사업 부문은 플랫폼운송사업(플랫폼사업자가 직접 운송), 플랫폼가맹사업(택시와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운송), 플랫폼중개사업(플랫폼을 통해 승객과 차량을 연결) 등 3개로 나눠진다.
개정안에 따르면 카카오T 스마트 호출은 플랫폼중개사업에 해당한다. 의아한 부분은 플랫폼중개사업자에게 플랫폼 이용 요금을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굳이 꼽자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신고 하는 것 외에 별도 제한은 없다. 즉 카카오모빌리티 요금제 변경은 지난 6월 플랫폼중개사업자 등록을 마친 뒤 국토부에 변경된 요금제 신고만으로 적용된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용자의 선택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기를 방치한 내부자들은?
이번 사태가 불거지며 그간 ‘꿈의 직장’으로 인식되던 카카오에 대한 실망감은 내부 직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통해 이러한 위기는 이미 예견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익명의 카카오 직원은 “카카오가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의 닉네임)과 그 라인을 잡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됐다”며 현재 158개에 달하는 계열사에 대해 “마일스톤 없이 회사를 사들이고 전략 없이 카카오 브랜드를 붙여주는 식으로 확장한 것”이라 비판했다.
또 게시글에는 “경영진 중심으로 스톡옵션을 뿌렸고, 김범수 의장이 임명한 진골(경영진)과 그들이 투척한 낙하산들이 회사 문화를 망쳐놨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글에는 경영진과 그들이 임명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직장내 괴롭힘 문제가 연이어 발생했음을 암시하는 내용과 함께 카카오뱅크 상장 전날 임원회의실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며 와인파티를 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실제 카카오는 올해 초 직원 유서로 추정되는 글이 블라인드에 게시되며 논란이 있었고 이후 일부 직원들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청원해 근로기준법 등 위반사항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게시글에서는 “임신한 직원에게 초과근무를 시키고 야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간 부사장 통해서 근로감독 넣은 사람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내용도 있어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익명의 직원은 케이큐브홀딩스를 “카카오를 지배하는 모회사”라고 칭하며 “회사 임원들이 모두 김범수 의장의 자식과 가족들”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까지 카카오는 우량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며 블록체인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선언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블라인드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은 성공의 이면에 커지고 있는 위기 현상은 방치됐고 과소평가돼 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가 보여준 디지털 혁신과 새로운 방향성은 여전히 많은 기업들에게 영감이 되고 있다.
현재 상황은 크게 보면 곪았던 상처가 터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카카오가 현재 불거진 문제를 솔직한 자세로 수습하고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카카오에게는 혹독한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터진 상처가 썩어갈 것인지, 새살이 돋을 지는 카카오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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