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NA는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의 약자로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을 의미합니다. BATNA가 없다면 협상을 강하게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죠.
협상의 대가라고 불리는 하버드 대학교의 로저 피셔(Roger Fisher)교수는 어떻게 협상을 진행하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로저 피셔 교수가 도요타의 코롤라를 사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였는데요. 어떻게 하면 자동차 딜러들로부터 좋은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보스턴의 자동차 딜러들을 찾아 다니며 이렇게 말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도요타 코롤라를 한 대 사려고 합니다. 다음 세 가지 조건만 만족하면 다른 건 상관없습니다.
첫째, 에어컨이 있어야 하고요.
둘째, CD플레이어가 있어야 하며,
셋째, 자주색이 아니어야 합니다.이 조건에 맞는 차를 당신이 나에게 넘길 수 있는 가장 낮은 가격을 적어서 이 봉투에 넣어주세요.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보스턴 시내에 있는 모든 도요타 딜러를 찾아가서 똑같이 제안하고, 그 중에서 가장 싼 값을 적어준 딜러에게서 차를 살 겁니다.
피셔 교수는 실제로 7명의 도요타 딜러를 방문해서 견적을 받은 뒤, 봉투를 열어봤습니다. 과연 그의 전략이 먹혔을까요? 네, 모든 딜러가 제시한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피셔 교수에게 차를 판매한 딜러의 제시가격은 심지어 공장도 가격에도 미치지 않을 만큼 파격적이었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의 유명한 농구선수 B씨.
그는 한국 농구계에서는 흔치 않게 미국 NBA에 직접 도전했을 만큼 능력이 좋은 선수입니다.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 S프로농구구단의 선수로 뛰면서 기량을 인정받았죠.하지만 다른 선수에 비해 부상이 잦은 편이었는데요.
드디어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되었을 때. 그는 ㄴ구단에서 제공하던 4억원의 연봉보다 자신의 기량에 맞는 더 높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는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붙잡고 싶으면 5억 7천만원의 연봉을 달라고 한 거죠.
하지만 구단은 B 선수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5억 2천만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결과 B 선수는 구단에 결별을 선언하고 다른 구단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다른 구단에서는 자신의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일 거라고 믿었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어떤 구단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에게 고액연봉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프로농구 하부리그인 D리그에도 접촉해 보았으나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죠. 결국 B 선수는 원래 소속구단과 다시 협상을 벌여야 했는데요. 하지만 그때 구단에서는 샐러리 캡에 묶여 B 선수에게 1억 3천만원밖에 제시할 수밖에 없었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B 선수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처음보다 훨씬 낮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B 선수는 어떻게 협상에 임해야 했을까요?
일단 소속팀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최선의 방법으로 다른 구단에서 제시할 연봉을 먼저 확인했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연봉보다 높게 제시한 구단이 있다면 그 제안을 바탕으로 소속팀에 높은 연봉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고요. 원래 소속구단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구단이 없다면 당연히 소속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에게 최선의 선택이 되었겠죠.
여러분도 지금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다른 협상상대는 나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해보세요. 그리고 나의 협상상대와 다른 협상상대의 수치를 저울질해보세요. BATNA를 준비하고 활용한 여러분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