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2015)에서 홀로 화성에 남겨진 주인공 마크 위트니는 화성상승선(MAV)을 타고 지상을 이동하면서 화성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플루토늄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를 찾아내 작동시킨다. 이는 플루토늄238 방사성 동위원소 붕괴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장치다. 영화에서 탐사대장 루이스는 방사능 유출 우려 때문에 RTG를 탐사대원 거주지에서 4km 떨어진 곳에 파묻어 놓았고, 추위를 견디기 위해 난방을 해야 하는 주인공에게는 RTG가 꼭 필요했다.
원작 소설에 따르면 RTG는 약 2.6kg의 플루토늄-238로 대략 1500W의 열을 방출해 낸다. 이는 100W의 전기로 전환된다. RTG 속 플루토늄은 펠릿 다발 속에 들어 있고 이 펠릿은 바깥 용기가 깨져도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나씩 격리돼 밀봉돼 있어 우주비행사들에게 방사능 유출이 되지 않게 설계됐다. NASA는 1960년대부터 무인탐사선 동력원으로 원자력을 사용해 왔지만 유인탐사선 동력원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SF영화 속 이야기지만 어쨌든 화성에서의 에너지원은 현재로선 지구에서 가져간 고효율 에너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화성 대기 중에 엄청나게 많은 이산화탄소로 화성은 물론 지구 귀환용 로켓 연료까지 생산하려는 아이디어가 미국의 한 대학 실험에서 점차 성과를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우주식민지 화성 건설시 연료로도 유용하겠지만 지구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화성을 주목한 것은 이 행성의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화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 96%, 아르곤 1.9%, 질소 1.9%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량의 산소와 일산화탄소, 수증기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2003년 화성에서 메탄의 흔적이 발견된 이래 화성의 대기에 관한 관심이 급증했는데, 그 이유는 메탄이 생명체의 존재를 암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메탄이 그저 화성의 화산이나 열수성 활동 등의 지질학적 활동을 통해 생산된 것이라는 추측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미국 신시내티대학(UC) 화학과 연구진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화성에 간 우주 비행사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온실 가스(이산화탄소)를 연료로 전환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W)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기도 한 이 기술로 향후 10년내 이산화탄소 발생 현장에서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이 기술을 상용화할 회사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빠뜨리지 않았다. UC의 연구 성과는 라이스대, 상하이대, 동중국과학기술대의 협력자들과 함께 이룬 것이다.
우징지 UC 공대 응용과학과 조교수와 그의 학생들은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바꾸기 위해 반응로에 있는 탄소 촉매를 사용했다. 이 방식은 고인이 된 프랑스 화학자 폴 사바티에의 이름을 딴 ‘사바티에 반응(Sabatier reaction)’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정은 현재 ISS에 거주하고 있는 우주 비행사들이 호흡하는 공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ISS를 높은 궤도로 유지하기 위한 로켓 연료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징지 교수의 궁극적 목표는 이 기술 과정을 더 확대해 화성의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는 우주 비행사들이 화성에 도착하면 여기서 지구로 귀환하는데 필요한 연료의 절반을 만듦으로써 필요한 연료의 절반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화성의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는 주유소 같다. 이 반응로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쉽게 흡수해 로켓용 메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전기자동차 연료전지를 연구하면서 화학공학 연구를 시작했지만 10년 전쯤부터 화학공학 연구실에서 이산화탄소 전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온실가스가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나라들은 이산화탄소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큰 이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탄소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오염물질 50% 감축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경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것은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수석 저자이자 UC 박사과정생인 타이아뉴 장을 포함한 유징지 교수팀은 메탄의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나노미터 두께에 불과한 탄소층인 그래핀 양자점 같은 다른 촉매제들을 실험하고 있다.
우 교수는 그 과정이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미래를 보장하며, 동시에 이산화탄소 부산물로 연료를 생산하는 큰 상업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공정은 10년 전에 비해 100배 더 생산성이 향상됐다. 그래서 우리는 진보가 점점 더 빨리 올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향후 10년 안에, 우리는 이 기술을 상용화할 많은 신생 회사들이 생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메탄은 물론 에틸렌까지 생산하기 위해 다른 촉매제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에틸렌은 플라스틱, 고무, 합성 의류 및 기타 제품 제조에 사용된다.
메탄은 충분한 양의 산소와 결합해 연소하면 이산화탄소와 물을 내놓으며, 연소시 엄청난 양의 열을 생산해 연료원으로 매우 유용하지만 온실가스를 내놓는다. 반면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메탄건조재형성(DRM)으로 불리는 반응을 통해 수소와 일산화탄소의 혼합물인 유용한 ‘합성가스’로 전환될 수 있다.
타이아뉴 장은 “녹색 에너지는 매우 중요할 것이다. 미래에는 그것이 거대한 시장을 대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산화탄소로부터 연료를 합성하는 것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결합하면 훨씬 더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그냥 버리는 넘쳐나는 녹색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과잉 재생 에너지를 화학 물질에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은 수 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발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전환시키는 과정은 이산화탄소가 과잉 생성되는 바로 그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우 교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연료 생산의 진보는 인류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화성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화성에서 돌아오고 싶다면, 여러분은 (화성에 가는 데 필요한 양의) 2배의 연료를 싣고 가야 할 것이다. 이는 매우 무겁다. 그리고 미래에는 다른 연료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이산화탄소로부터 메탄올을 생산할 수 있고 그것들을 다른 가공용 또는 직접 판매용 물질(다운스트림 물질)들의 생산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화성에서 이 연료를 사용하며 거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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