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마트폰용 메모리 반도체 ‘낙동강 오리알’ 신세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절치부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외국 반도체 업체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해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에 큰 타격을 주는 조치를 내놨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반도체 생산 공장이 없어 대부분의 제품 생산을 대만 TSMC에 맡겨왔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화웨이 내민 손길에 TSMC, 삼성 잇따라 ‘거절’

중국 화웨이가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금수 조치 발표 직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에 5·7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기반 반도체 7억 달러(약 8600억원) 어치를 긴급 발주했지만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올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P40 시리즈는 TSMC에서 생산하는 기린990 물량에 의존하고 있다. 시리즈 중 P40와 P40프로는 지난달 출시했지만 ‘P40프로 플러스’는 다음달 출시 예정이어서 기린990 생산이 어려워질 경우 출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가 퀄컴, 삼성에 앞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5G 통합칩 '기린 990',
화웨이가 퀄컴, 삼성에 앞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5G 통합칩 '기린 990',

최근 외신은 대만 TSMC가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에 따라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끊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 조치는 향후 주문에만 영향을 미치며 이미 주문한 물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수주를 받은 물량은 9월 중순까지 정상적으로 출하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미국 정부의 허가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비메모리 반도체의 위탁 생산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칩과 통신을 담당하는 5G모뎀을 합친 통합칩을 자체 개발해 대만의 TSMC에 위탁생산을 맡겨왔다. 하지만 TSMC가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빌미로 화웨이의 위탁생산을 추가 수주하지 않자 삼성전자에 생산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은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의 위탁생산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IT매체 테크레이더는 "화웨이는 삼성이 자신들의 요청을 받아줄 경우 삼성과 경쟁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일부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의 1위인 TSMC와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강경 제재 방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화웨이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앞길 첩첩산중

화웨이는 TSMC와 삼성전자 모두한테 위탁 생산을 맡기지 못하면 자체 개발한 '기린' 칩셋을 만들기 어렵고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것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자회사로 반도체 설계회사인 하이실리콘과 중국 내 파운드리업체로 SMIC를 두고 있지만 기린칩을 생산하려면 7㎚ 공정기술이 필요한데 이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 뿐이다. 

SMIC의 공정기술 수준은 현재 14㎚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 IT매체 테크레이더는 "화웨이가 기린 대신 미국 퀄컴이 만든 AP칩(스냅드래곤)을 쓸 수 밖에 없도록 내몰리고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퀄컴과 화웨이의 AP칩 거래를 승인할지도 불투명하다. 
 
현재 화웨이를 제외한 비보·오포·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업체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AP칩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화웨이와 달리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해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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