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휴대폰 불똥맞자 반도체 전공정 확보···5G칩 생산

화웨이가 내년부터 우한 반도체 공장(팹) 가동에 들어간다.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운영한다. 45나노~28나노미터 공정 칩 생산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최첨단 5G칩 생산까지 노린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지난 25일 소식통을 인용, 화웨이가 내년부터 우한 팹에서 칩셋을 자체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화웨이 반도체 육성 움직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즈모차이나, 니케이 아시아 등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화웨이의 반도체 생산력 확보를 위한 물밑 움직임을 간간이 보도해 왔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이미 세계최고 수준의 최첨단 5나노 기린900 칩 설계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생산공장이 없어 대만 TSMC에 위탁 생산을 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 보안 위협을 들어 본격적 제재에 들어가면서 첨단 스마트폰용 반도체 위탁 생산 길도 막혔고, 이는 스마트폰 사업 추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은인자중하며 반도체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내년부터 칩 양산에 직접 나설 것으로 알려져 추이가 주목된다.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최근 화웨이 고위관계자가 매출실적 급락에도 하이실리콘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밝힌 점은 의미심장하다.

화웨이의 반도체 생산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요약해 본다.

▲ 지난해 12월 준공한 우한 화웨이 반도체 공장 조감도. 화웨이가 내년부터 반도체 생산에 직접 뛰어든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반도체 공급 중단 제재 이후 칩 조달 어려움 속에 잠잠한 듯 보였지만 권토중래를 노리면서 꾸준히 생산기술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팹리스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강점인 설계능력에 이어 생산기술까지 갖추게 된다. 45나노~28나노급 칩 생산부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화웨이)

총 3300억원 투입, 스마트폰 및 IoT용 칩셋 생산부터

디지타임스는 최근 중국 업계 관계자들이 화웨이에 우한 화웨이 반도체 생산공장(팹) 가동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웨이는 우한 하이실리콘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에 총 19억 위안(약 3321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용 칩셋 등을 단계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화웨이는 이 공장에서 초기에는 자체 광통신 기기용 기린칩과 모듈을 생산해 많은 양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세계 1위 통신 장비 공급업체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현재 우한에 위치한 연구소는 광통신 장비, 하이실리콘칩, 심지어 자동차용 라이다까지 주력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약 1만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일관된 광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로 여겨진다. 광 칩 적용 분야는 전기차부터 자율주행, 첨단 안면인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화웨이는 이같은 디지타임스의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 우한의 하이실리콘 반도체 공장에 대해 어떤 공식 발표나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지난해 화웨이가 휴대폰 자회사 아너를 매각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화웨이 휴대폰 사업 추락에 신경쓰면서 하이실리콘 사업부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달초 니케이 아시아가 보도한 내용을 되짚어 보면 화웨이가 그동안 숨죽이며 우한연구소에서 반도체 제조 기술을 포함한 첨단 기술력 개발에 집중해 왔다는 정황이 읽힌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세계 스마트폰 공급량 1위 야심을 펼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신장비 제재, 반도체 제재의 불똥을 맞았다. 그동안 스마트폰 세계 2위를 뒷받침한 원동력 중 하나는 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세계 최고 수준(5나노급)의 자체 칩셋 설계 능력이었다. 내년부터 45나노~28나노급 자체 칩 생산에 들어간다. (사진=화웨이)

화웨이 부사장, “하이실리콘 직원 해고 않고 계속 유지”

캐서린 첸(천리팡·陳黎芳) 첸 화웨이 이사회 수석부사장 겸 이사는 니케이아시아의 지난 12일자 인터뷰 기사에서 화웨이가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얼마나 중요시하며 기술개발을 뒷받침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첸 부사장에 따르면 “화웨이 테크놀로지는 미국의 강화된 제재에 따라 반도체 외주 생산 계약을 할 수 없는 가운데에서도 세계를 뒤흔드는 반도체 개발에 단호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화웨이는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 직원을 구조조정할 생각이 없다”고 털어놨다.

하이실리콘이 지난해 고용한 직원은 7000명이 넘으며, 이들이 수익에 기여하지 않고서는 유지하기 힘든 상황인데도 이런 기조를 밝힌 것이다.

첸 부사장은 “화웨이는 개인 회사이며 외부 영향을 받지 않으며 경영진은 하이실리콘을 유지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하이실리콘 매출 못내도 2~3년 내 잘 될 것”···사업 다각화까지

지난 2004년에 설립된 팹리스 반도체 회사인 하이실리콘은 화웨이가 지분을 100% 소유한 자회사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개발력을 가진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화웨이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용 칩 등을 개발해 왔으며, 스마트 비전,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디스플레이 인터랙션, 모바일 칩셋, 데이터 센터, 광 송수신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 추락으로 실적이 동반하락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폰 칩셋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스마트폰 프로세서(AP)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다. 관련 시장 매출은 68억 달러(약 7조 6962억 원)에 달했다. 영국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올해 1분기에 3억8500만 달러(약 43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이실리콘은 회사 매출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4~6월에 비해 88% 감소한 실적이다. TSMC가 하이실리콘의 핵심 외주생산 계약 업체였던 만큼 계약 생산을 통해 칩을 만들어 공급하지 못하면 하이실리콘 매출이 ‘0’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화웨이가 내년부터 자체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최고급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셋과는 거리가 있지만 칩생산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반도체 설계 능력은 세계최고이기 때문이다. (사진=화웨이)

이런 가운데 화웨이가 자회사 하이실리콘 구조조정 및 감원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지만 화웨이 측이 이에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첸 부사장은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앞으로도 연구 및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이 인터뷰에서 “하이실리콘이 반도체 기술과 새로운 칩을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칩을 만들지 않더라도 직원이나 프로젝트를 개편하거나 없앨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하이실리콘이 2, 3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계속 개발하고 있으며 그럭저럭 꾸려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나라들이 자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이는 하이실리콘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공급망 파트너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것이 몇 년 안에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이뿐 아니다. 하이실리콘은 다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8K 초고화질(UHD) TV 보급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화웨이는 언제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에 눈을 돌렸을까. 지난해 말 반도체 준공소식이 전해졌으니 최소한 화웨이가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지난 2019년 5월 이후부터일 수 있다.

화웨이 지난해 말 우한공장 준공이어 상하이에도 공장건설 계획

기즈모차이나는 지난해 12월 7일자로 화웨이의 반도체 공장 준공소식을 알렸다.

이 매체는 화웨이가 자사 최초로 중국내 반도체 제조 공장인 우한화웨이 광학공장 프로젝트(Wuhan Huawei Optical Factory Project (Phase II))를 공식 준공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는 화웨이가 칩셋 제조 자급자족과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방향에 한 획을 그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화웨이가 내년에 우한에서 반도체 양산에 나선다. 사진은 우한 화웨이 연구개발센터. 화웨이는 세계 1위 통신 장비 공급업체다. 현재 우한에 위치한 화웨이연구소는 광통신 장비, 하이실리콘칩, 심지어 자동차용 라이다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며 약 1만명의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인니드)

보도에 따르면 우한 반도체 공장은 우한 광학 밸리 센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20만8900㎡(약 6만3200평)에 걸쳐 있다. 이는 중국 중부지역에 있는 화웨이 최대 연구개발 기지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반도체 생산공장, CUB 발전소, PMD 소프트웨어 공장 및 기타 일부 지원 시설이 포함된다. 또한 회사 내부 광학 능력 센터, 스마트 터미널 연구개발(R&D) 센터, 그리고 다른 첨단 기술도 포함된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중국내 화웨이 첫 칩 제조공장으로서 생산 작업에 들어간다. 이로써 화웨이는 칩 설계에서 제조, 테스트 및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반도체 산업 체인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 시설만이 화웨이의 유일한 반도체 생산 시설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상하이에 또 다른 칩셋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며 상하이 소재 연구개발(R&D) 업체가 화웨이를 대신해 운영할 예정이다.

기즈모차이나는 비록 화웨이가 칩셋 공장을 세우고 있긴 하지만 당장 현재의 선두 반도체 업체들과 경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 보도는 화웨이가 2021년 45나노미터급 반도체 생산을 시작해 2022년까지 28나노미터 칩셋 생산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 생산 기술 수준은 최근 출시되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용 5나노미터급 칩셋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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