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과 KT의 행보를 보면 통신사라기 보다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연상된다.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통신 인프라를 갖춘 이통사가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 확장됐기에 자연스러운 진화다. 이미 수년 전부터 '탈통신'을 외쳤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탈통신 사업에 불을 당겼다.
그러나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유독 조용했었다. SK텔레콤과 KT가 클라우드, 반도체, 인공지능, 모빌리티, VR·AR, 콘텐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담금질을 시작했지만, LG유플러스는 최소한의 대응만 하는 듯이 보였다. 디지털 혁신이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시기에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지난달 30일 황현식 CEO 취임 이후 첫 간담회를 열고 '드디어' 디지털 혁신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황 대표는 SK텔레콤의 박정호, KT의 구현모에 비해 CEO 인지도 측면에서도 이미 경쟁력을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보여준 소극적인 기업 홍보와 전략의 부재 탓이다.
황 대표는 이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황 대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한다"며 "현재 전체 매출의 20% 수준인 비통신 사업 매출을 2025년까지 3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비통신 사업은 미디어(콘텐츠)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기타 신사업 등을 의미한다.
"경쟁사 비교 보다는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할 것"
LG유플러스가 디지털 혁신기업으로의 진화를 위해 B2C 분야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고, B2B 분야에서는 스마트팩토리와 모빌리티에 집중한다고 알렸다. 이들 사업은 이미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가 전력을 다해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경쟁사에 비해 사업 노하우와 기술 경쟁력, 플랫폼 인프라 등에서 경쟁이 버거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타사와의 비교 보다는 자사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황 대표는 "B2C에서는 저희가 잘하고 있는 U+아이들나라, 아이돌라이브, AR·VR, 프로야구·골프 등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을 넘어서 플랫폼화하는 수준까지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잘 하는 영역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콘텐츠 부분에서는 SM과 같은 연예기획사와의 제휴로 IP를 확보하고 제작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의 웨이브나 KT의 시즌 같은 OTT 사업 보다는, 기존 자사의 키즈, 아이돌, 스포테인먼트, 예능 분야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 이어 "그룹사인 LG전자와 LG화학을 비롯한 부품업체 등과 함께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2B 사업 영역에 대해서는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는 SK텔레콤이 추진하고 있는 B2C 분야가 아닌 자동차 전장 사업영역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비통신 분야 사업의 강화를 위한 인재 등 핵심 역량 확충안도 내놓았다. 황 대표는 AI·빅데이터·클라우드·보안·B2B솔루션·콘텐츠 등 핵심역량 확보를 위해 전문 인력 채용하고 내부 인재를 등용해 2025년까지 4000명 수준의 인재 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필요시 전략적인 투자와 인수합병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LG유플러스의 전체 임직원수가 1만명을 살짝 상회하는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임직원의 40% 수준의 전문인력 확보는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작업이다.
컨슈머-B2B-신사업 위주 조직개편...디즈니플러스 협상 '긍정'
황 대표는 LG유플러스의 컨슈머사업부문장 출신이다. 황 대표가 CEO로 선임 된 이후 해당 부문장은 공석이었는데, 여기에 LG전자의 해외마케팅영업 출신인 정수헌 부사장을 임명했다. 정 부사장과 함께 최택진 부사장은 기업(B2B) 부문을 이끌게 된다. 그리고 황 대표는 비통신 분야 매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신사업부문은 아이들나라 사업단, 콘텐츠·플랫폼 사업단, 광고 사업단 등 3개로 편제하고 외부에서 리더를 영입할 계획이다. CEO 직속으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고 활용하는 조직도 설치할 예정이다.
한편, LG유플러스는 하반기에 통신업계의 핫 이슈 중 하나인 디즈니플러스와의 OTT 협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디즈니에서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과 품질 기준이 엄격하지만 경쟁사 대비 협상에 유리한 부분이 여럿 있다면서 "안드로이드 기반 IPTV 셋톱을 가지고 있어 디즈니플러스를 서비스 하기에 좋은 구조다. 또한 LG유플러스의 타깃 고객층이 디즈니에서 지향하는 고객층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하반기에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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