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혁명과 전기혁명, 그리고 정보화혁명으로 대변된다. 이제 인간의 외양은 물론 제조현장에 필요한 충분한 자율성과 지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이 새로운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로봇과 달리 두발로 걸으며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은 융통성까지 갖추면서 그야말로 온전히 사람을 대체할 제조 및 물류 혁명의 핵심으로 떠 올랐다. 최근 2~3년 새 전세계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열풍에 휩싸였고 누가 최고의 로봇을 먼저 산업 현장에서 상용화할지 경쟁하고 있다. 이미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아마존 물류창고에 이족보행 로봇인 ‘디지트’로 제품을 나르고 있다.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테슬라 등 귀에 익은 업체들을 필두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의 업체들까지 합류해 산업현장에 투입될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선두 주자인 미국은 지난 2015년 미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이 주최한 세계 재난 발생시 투입될 최고의 기능을 가진 인간형 로봇을 뽑는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이후 엄청나게 발전을 보이며 전세계 휴머노이드 열풍을 불러왔다. 이에 중국정부는 지난해 국가정책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 지원책(지도 의견)을 공식채택해 2025년까지 완성품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27년까지 자국내에서 안정적으로 파괴적 산업 혁명을 가져올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망까지 구축할 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에 유럽 업체까지 유력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업체 대열에 가세했다. 그러나 2015년 DRC에서 카이스트팀의 ‘DRC 휴보’로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 평가를 받은 강국 대한민국은 9년이 지난 지금 이 세계적 경쟁 소식 속에서도 불안할 만큼 조용하다. 지난 2000년 전세계를 놀라게 한 2족 보행 로봇 ‘아시모’를 내놓은 이후 산업현장에 투입될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 대열에 전혀 끼지 못하고 잠잠하다. 전세계가 인구절벽, 3D 업종 기피 등의 여파로 인력부족을 겪고 이에 임금 상승률이 기업 수입 증가율을 앞서가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는 로봇, 특히 인간을 대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압박이 점점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체크 극작가 카렐 차펙이 자신의 희곡 ‘R.U.R.’(1920)에 제조공장 휴머노이드 로봇을 등장시킨 이후 일본 혼다의 아시모가 등장하는 2000년까지 등장한 주목할 휴머노이드 로봇들, 이후 DRC2015를 계기로 다시 불붙기 시작한 훨씬 개선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 상황, 그리고 향후 1~2년 내 산업현장에 본격 투입돼 휴머노이드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된 휴머노이드들을 3회에 걸쳐 함께 알아본다.
②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경쟁 가열···우리는
③급부상 중인 주목할 만한 10대 휴머노이드
2000년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는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로봇이 두발로 걷고 뛰고 인간에게 인사하고 악수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전세계는 일본의 로봇 기술력을 다시 보게 됐다. 하지만 이후 아시모는 2011년 퇴역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미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 다르파) 로봇챌린지(DRC)로 이어지면서 잠잠하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촉진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어진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최근 엄청난 기술 발전과 성과로 후끈 달아올랐다. 주목받는 휴머노이드에 미국, 중국, 그리고 몇몇 유럽업체도 있지만 이 명단에 한국은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현대차 그룹이 2년 전 품은 세계 로봇 선두주자 반열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품었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의 로봇,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현대차그룹이 품은 미국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것으로 족한 걸까. 야스카와, 화낙 등을 앞세운 산업용 로봇 기업들이 스위스 ABB 등과 함께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을 주름잡는 일본이라면 다소 여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들과도 또 다르다. 세계 최고의 로봇침투율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 국가의 산업용 로봇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미 미래 산업 전후방 영향력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시작됐지만 DRC 로봇대회에서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뽑힌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은 어느새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 휴보의 뒤를 잇는 이렇다 할 만한 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 가격의 경계선이라 할 2만달러조차 이미 깨진 마당이다. 게다가 이달 들어 중국 국영 자동차 공장에 자국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적용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결국 제조업 현장과 다양한 시설, 그리고 각 가정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전세계가 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으로 열 올리고 있다.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략과 기술 경쟁력, 그리고 관련 산업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거대 재난현장에 속수무책인 인간을 대신해서
카이스트 휴보는 9년 전인 2015년 6월 6일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전세계 재난로봇 대회 시연결과 가장 우수한 로봇으로 뽑혔다. 2013년 휴보(왼쪽)와 변화한 2015년 DRC 휴보의 모습 비교. (사진=스프링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 확산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은 아시모 등장 11년째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재난 사태였다. 당시 원자로 안정화를 위해 사람이 위험수위의 방사능 유출지역을 목숨걸고 들어가야 할 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미국방부 산하 국방고등계획국(DARPA)은 2015년 대형 재난현장에 목숨걸고 들어가야하는 인간을 대체할 최고 성능의 휴머노이드 로봇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에게는 8가지 미션이 주어졌다. 인간처럼 해당지역으로 운전해 가서 거친 땅을 판단해서 넘어가고 각목 더미를 판단해 치우고, 미는 문과 당기는 문 등을 불문하고 열고 들어가고, 사다리를 올라가며, 근처의 장비를 직접 찾아서 벽을 뚫고 직접 소방호스를 연결하고 시계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는 밸브를 잠그기까지 해야 했다. 사람 작업자를 대신해 재난 현장에서 임무를 완수할 제대로 된 휴모노이드 로봇을 뽑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는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작업자 기능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카이스트팀이 DRC휴보를 가지고 이 경진대회에 참여해 우승한다.
하지만 아시모에 이어 세계를 놀래킨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도 이후 미,중 로봇기업의 잇단 성과 발표에도 주목할 만한 상품화단계의 휴머노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DRC에서 2등을 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포함한 여타 팀들이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품화단계에 와 있거나 심지어 당시엔 전혀 존재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업체들이 대거 등장해 엄청난 성능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놓고 브랜드화에 열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잠재력 확인하며 앞서 나가다
휴머노이드 로봇 바람을 일으킨 것은 다르파였다.
하지만 이후 로봇이 할수 없을 것 같은 춤추기 줄타기 떠밀려도 균형잡기, 물건을 던져서 건네기 등의 기능을 끊임없이 더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각인시키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열풍을 이끌어 낸 공(功)의 상당부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게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 회사는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에 집중해 2족 보행 휴머노이드의 난제인 서서 균형잡는 기술적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한 업체로 꼽힌다. 눈덮인 언덕 지형이나 울퉁불퉁한 인공 지형에서도 균형잡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펫맨 시절부터 작업한 로봇을 학대하듯 긴 막대기로 밀어서 압력을 가해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잡는 기능이 아틀라스 기술력에 대한 신뢰감을 더해 주었다.
2022년 10월 현대차그룹이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공연차원에서 BTS와 아틀라스의 공연은 전세계 로봇업계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현대차그룹 자회사로 편입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빠르면서도 정연한 동작의 군무(群舞)를 선보이면서 균형잡기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 있는 가상 건축현장의 사람에게 공구가방을 던져 전달해 주는 실력을 과시함으로써 산업현장의 보조자로서도 쓸모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실력 과시는 경쟁사들에게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개발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중국업체들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자사 로봇으로 새로운 기능을 선보일 때마다 유사한 기능의 서툰 모방작들을 하나씩 선보였다.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업체들은 범용 로봇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곳에 투입되더라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어야 비용 대비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자사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소개 동영상에서 물건을 나르고 의자에 앉아서 책상위의 레고 블록 색깔을 구별해 분류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그 이유다.
지난 4일 IT즈자,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의 매체는 중국 유비테크가 둥펑 유주 자동차공장에서 자사 워커S를 이용한 제조공장 휴머노이드 로봇 사용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고 전했다. 유비테크는 바이두와 제휴(대형언어모델 ‘어니’를 사용)해 워커S를 만든 회사다. 보도에 따르면 워커S는 전기차 니오의 좌석 벨트 검사, 도어락 테스트, 차체 품질 체크, 기름채우기, 라벨 적용은 물론 전통적 자동화 기계와 통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거치형 로봇보다 훨씬 유연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제조공장 도입사례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을 촉발하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 휴머노이드 도입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제조공장에 투입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테슬라가 자율전기차로 자율 이동성 기술력을 확보하고 자사 전기차 생산공장에 이를 도입하려는 계획은 아주 자연스럽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022년 10월 자사의 휴머노이드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향후 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사 미국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며 로봇가격은 계속 내려가 2만달러(2800만 원)정도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크기로 만들어진 모습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신의 테슬라 전기차 제조공장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돼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을 자신있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그 배경에는 테슬라가 만들어 온 반 자율주행차 제조과정에서 사용된 자율적 이동성에 대한 연구를 빼놓을 수 없다. 패스트 세컨드인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이를 본받아 자율주행 전기차기술은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까지 함께 개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론 머스크가 옵티머스를 공개할 즈음 중국 샤오미가 독자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기술력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스마트폰에 이어 전기차 사업참여 후 제품을 내놓은 만큼 휴머노이드 사업 참여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이후 반년도 안돼 미국과 중국의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소식이 줄을 이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도 두 회사가 미래를 보고 윈윈하는 방법을 찾은 최적의 조합중 하나였다.
보급의 관건은 가격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전초전의 평가는 향후 1년 정도의 추이를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확실한 것은 현재 여러 회사가 물밑에서 고객사를 대상으로 시험가동을 하고 있어 1년내 현장 도입 및 적용 사례가 잇따르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 전쟁 승리의 관건은 결국 가격과 품질이다. 특히 기능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한 가격이 중요하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스팟’과 중국 유니트리의 개로봇 ‘고2’ 간의 가격전쟁이다.
유니트리의 고2가 최고 기술력의 로봇개인지는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2의 가격만큼은 삼척동자도 알 만큼 저렴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억대에 로봇개를 내놓았지만 중국 유니트리가 이를 모방한 로봇개 고2를 50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출시하면서 로봇개 보급경쟁은 싱거워졌다.
미국이 기술 우위를 앞세운 뛰어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었지만 중국이 추격전을 벌이는 양상도 이와 유사하다.
테슬라의 전기차를 따라잡고 자율주행기술에서도 어느새 그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확보한 중국이 미국을 급추격하고 있다.
미국에 보스턴 다이내믹스, 생추어리AI, 앱트로닉, 어질리티 로보틱스, 피규어 AI 등이 있다면 중국에는 샤오펑 ,유니트리, 퓨리에, 유비테크 등이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유니트리의 로봇개 가격전쟁이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게 됐다.
휴머노이드도 미국 vs 중국...대규모 민간 자본 투입 vs 정부가 아낌없이 투자
2022년 11월에는 지능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 등장 가능성을 보여줄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오픈 AI의 생성형 AI인 챗GPT의 등장이 그것이다. 이어 시청각 인터페이스를 모두 수용해 답을 내는 멀티모드 AI모델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제 로봇에 AI를 심어 더 똑똑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중국정부가 이듬해 11월 초 국가차원에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력을 주도하기 위한 정책 지침을 내놓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홈페이지에 공식 발표한 ‘인간형 로봇의 혁신 및 발전을 위한 지도의견(人形机器人创新发展指导意见)’이었다.
이는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경쟁력을 반도체 버금가는 수준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중 하이테크 전쟁의 여파로 미국 자본의 대 중국 투자가 말라가고 있는 와중에 중국기업들에게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지도의견’은 정책지원 방향의 큰 그림과 함께 완성품 제조, 핵심 부품, 소프트웨어 혁신 등 측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의 중요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지도의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인간형 로봇 혁신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고, 핵심 기술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해 핵심 구성 요소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공급을 확보하게 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완성품의 기술 수준을 조속히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대량 생산을 실현하며 특수·제조·생활서비스 등 분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범 적용하고, 효과적인 거버넌스 메커니즘 및 수단의 형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휴머노이드 전문기업 육성과 클러스터 조성에도 적극 나선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2~3개의 생태형 기업과 다수의 전문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2~3개의 산업 발전 클러스터를 조성해 다수의 사업 모델을 개발 및 육성하기로 했다. 또 2027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혁신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며,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종합적인 역량을 세계 선진 수준에 도달토록 하기로 했다.
지도의견은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제조업 전환 및 업그레이드 기금 등을 주도적으로 활용하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도록 했다. 국가산업금융 협력 플랫폼을 활용해 선도 기업의 상장 및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기술-산업-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 전시회 등을 개최해 각계 각층에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올해 3월에 이와 연계되는 또다른 움직임이 나왔다.
중국로봇망은 중국 정부와 산학연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 산·학·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17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로봇+응용 행동 실시 방안’을 발표하고 ‘로봇 응용 분야 혁신 컨소시엄’을 발족했다. 이 컨소시엄은 중국기전일체화기술응용협회 지능로봇분과가 주도한다. 이의 일환으로 국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공동 사무실을 설립했다. 중국기전일체화기술응용협회 지능로봇분과가 일상적 업무를 담당한다. 컨소시엄은 비알로봇(BR·OBOT, 江苏北人), 케플러(KEPLER, 开普勒机器人), 러쥐로봇(LEJU ROBOT, 乐聚机器人), 리얼맨인텔리전트테크놀로지(realman, 睿尔曼智能), 티엘아이봇(TLIBOT, 天链机器人), 에이지아이봇(AGIBOT, 智元机器人), 티티봇(TTBOT, 天太机器人), 유니트리로보틱스(Unitree Robotics, 宇树科技), 아이플라이텍(iFlyTek, 科大讯飞), 팍시니테크놀로지(PaXini, 帕西尼感知), 에이에스디(ASD, 爱仕达), 니오(NIO, 蔚来汽车), 상하이대학, 쑤저우대학, 난징항공우주대학 등이 참여하며, 산업 생태계 기업 및 기관들과 협력한다.
미국역시 미국과학재단(NSF)가 주관하는 연방정부차원의 국가로봇구상(NRI)라는 큰틀아래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민간 분야의 큰손들이 유망 기술을 가진 로봇업체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미국 정부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친정인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위치한 보스턴, 카네기 멜론대가 있는 피츠버그, 그리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산학연 민간 로봇 생태계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다양한 민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로봇개발에 엄청난 힘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에서 이뤄진 로봇 투자는 2021년 기준 200억달러 규모로 전 세계 투자의 60%를 차지한다. 국가로봇구상(NRI)을 통해 산학연, 비영리 조직, 스타트업 등 민간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로봇산업의 진정한 저력은 지난 1년간 민간 투자자들의 로봇 분야 투자가 한달에 12억대 수준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도 잘 읽힌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피규어AI가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1’의 모습을 선보였는데 설립된 지 2년째인 이 회사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아마존, 인텔 등으로부터 우리돈 1조원에 가까운 6억7500만달러(약 9200억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초부터 오픈AI와 협력해 온 피규어 휴머노이드 로봇엔 오픈AI와 MS의 AI 기술이 접목됐다.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강해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화 및 향후 보급 확산의 마지막 걸림돌은 로봇을 똑똑하게 만들어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기술이었다. 문제를 해결한 것이 지난 해 11월 미국 오픈AI가 공개한 챗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기술이다. 이는 AI시대의 개화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특히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손꼽힌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결합하면 로봇은 여러 적용 현장에서 명령받은 임무 수행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을 스스로 판단해 작업할 수 있게 된다.
로봇이 자율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면서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면 산업현장, 재난구조현장, 위험한 작업공간, 요양원이나 병원, 그리고 각 가정에서 인간을 도와주는 일도 훨씬 편리해진다. 생성형 AI라는 파괴적 혁신 기술의 등장으로 그런 시대가 예상보다 앞당겨지게 됐다.
이제 미국은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첨단 AI훈련용 반도체칩(가속기)과 엔비디아의 그루트같은 로봇을 훈련시킬 AI 기초모델, 오픈 AI, 앤스로픽, 구글, MS, 메타 등으로 대표되는 수두룩한 AI기술업체들을 확보하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엔비디아 AI반도체 대중수출금지와 함께 막대한 지원금을 줘가며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반도체 공장을 잇따라 미국에 유치했다. 이제 반도체와 배터리까지 갖게 됐다.
남은 것은 정밀부품과 보급형 로봇 부품 확보일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의 승자는?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10개 정도의 기업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시대의 숨은 엔진이자 진정한 승자는 엔비디아일 것이다.
이미 엔비디아가 AI시대의 패권을 쥔 기업이란 점은 현재 진행형인 AI 훈련용 가속기 칩셋 구득난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AI모델을 훈련시켜야 할 오픈AI를 비롯, 경쟁사인 구글,메타, MS 등이 엔비디아의 반도체 칩셋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자 칩셋 가격이 배로 뛰는 현상이 일어났다. GPU칩셋 가격 급등과 구득난은 우리나라 차기 슈퍼컴 도입에도 영향을 미쳐 연산 용량을 줄여야 할 상황으로 몰리게 만들었다.
이제 엔디비아는 다가오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의 패권자가 되려하고 있다.
1980년대 시작된 PC시대의 MS(PC OS),인텔(CPU), 1990년 중반이후 시작된 인터넷시대,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스마트폰 시대의 구글(OS, 검색)과 퀄컴(휴대폰 응용칩)에 버금가는 패권자가 될 잠재력은 GPU칩과 AI 기초모델이다.
엔비디아는 그 기술과 능력을 지난 3월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한 자사 GTC 2024 행사에서 공개했다. 이 행사에서 엔비디아는 전세계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가 될 젯슨 토르 칩셋(SoC)을 소개했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훈련시킬 AI 기초 모델인 그루트(GR00T)도 발표하고 이를 지금까지 나온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제휴사 로봇에 탑재해 선보였다.
미국정부가 대중 수출 통제 목록에 엔비디아칩을 포함시킨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대만 출신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대만 컴퓨텍스 행사 참석차 방문해서 대만을 국가(country)라고 불러도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중국 관영매체의 침묵은 이 회사의 영향력을 조용하면서도 웅변적으로 대변한다.
이제 이 회사의 영향력은 PC 전성기의 MS(윈도 OS)나 인텔(CPU), 이어진 구글(휴대폰용 OS 안드로이드), 퀄컴(휴대폰용 응용칩), 그리고 오픈AI와 비견될 정도다. 아니 이미 그 이상이 되기 시작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파도가 밀려온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옵티머스 시제품을 소개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이 일반 승용차 수준인 2만달러(약 2800만원) 짜리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 리서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지난해 제조 비용은 대당 약 5만 달러(보급형 모델)~25만 달러(최첨단 버전)(6800만~3억400만원)에 이르렀지만 올해 들어 현재 3만~15만 달러(약 4000만~2억원) 사이로 떨어졌다고 지난 2월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예상한 가격과 시장조사회사의 지난해 평균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비용조사결과를 모든 무너뜨린 휴머노이드가 등장했다. 지난달 13일 중국 유비테크가 발표한 G1 휴머노이드 가격은 기능상 제한이 있지만 1만6000달러(약 2200만원)로 발표됐다. 일론 머스크가 공언한 2만달러 (약 2800만원)선이 이미 깨졌다. 보급 확산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부품 가격 급락세가 있다. 골드만 삭스리서치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연간 15~2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부품가격이 40% 하락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동차, PC, 휴대폰이 그렇듯이 1가구 1휴머노이드, 아니 그 이상으로 급속히 확산하게 될 것이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광범위한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를 가지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에 대비한 강력한 무기는 AI, 반도체, 배터리, 모터 및 정밀 제어 기기가 될 것이다. 이는 이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가 인력부족 및 임금상승과 이에 따른 기업매출 하락이 돌파구를 열면서 미래 산업 강국이 될 것임을 말해준다. 중국이 국가 주도로 이 산업을 밀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휴머노이드 강국이 되려고 기를 쓰는 이유가 충분하다.
휴머노이드 경쟁대열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듯한 한국
이 강력한 전후방 연관효과를 가진 종합산업 성격의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서 뒤처지면 선진국 대열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휴머노이드 로봇업체들은 이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결합 단계에 들어서기까지 했다. 로봇에 AI를 사용함으로써 프로그래밍할 필요성이 거의 사라지는 것이다.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은 하드웨어의 우수성과 함께 얼마나 뛰어난 AI기술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될 것이다. 향후 내장 AI가 지원하는 업무(지원 서비스 기능)의 범위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2015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 정상에 오른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는 한국의 휴보노이드 로봇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가 휴보 개발 주역 주축의 회사인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대주주로 참여하게 된 것은 반길일이지만 최근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의 움직임을 보면 시간이 촉박하다. 미국 어질리티의 디지트가 아마존 물류창고 센터에 물건을 나른 지 한참 됐고, 이달 들어 중국 현지와 서방 언론들은 중국 유비테크의 워커S가 둥펑 유주 자동차 공장(东风柳州汽车)의 니오 제조라인에서 인간을 대신한 여러 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4월 중순 새로운 전동식 올뉴아틀라스를 선보이면서 이 로봇을 내년에 현대차그룹 제조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로봇연맹(IFR)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인구 1만명 당 로봇 사용 비율이 1012대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는 산업현장용이다.
현재 진행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피규어 AI의 로봇에서 보듯 산업 현장은 물론 다양한 시설과 가정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갈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들이 인간을 위한 공간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로봇을 산업현장에만 보급할 리 만무하다. 궁극적으로 ‘1가정 1 휴머노이드’ 시대를 꿈꿀 것이다. 과거 자동차가 그랬고, PC가 그랬듯이.
이미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업체들이 자사 로봇을 공장에 이어 노인 돌봄용으로 각 시설에, 그리고 각 가정에 침투시킬 그날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거추장스럽고 돈많이 드는 가정내 노인 편의 시설 마련보다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가 훨씬 효율성 높은 도우미가 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우선 대규모 시설, 즉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실버타운 등 대규모 시설에 먼저 투입된 후 각 가정으로 확산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이미 현장에 배치해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아직’이다. 우리나라가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중국산 가정용 청소로봇이 국내시장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는 현상이 재발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일본, 독일, 스위스 같은 나라가 지금 숨죽이고 있지만 산업용 로봇 지배력을 바탕으로 언제 저력을 발휘할지 모른다.
우리나라 휴머노이드 로봇 정책,기술 및 산업은 이대로 안녕할 수 있을까.
지난 2월 골드만 삭스 리서치 보고서는 9년 후인 오는 2035년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규모를 당초예상보다 6배이상 큰 38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수정 전망치를 내놨다. 10년내 산업용 휴머노이드와 가정용 휴머노이드가 각각 100만대에 이르리라는 수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