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사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 플러스를 개편한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11월부터 구독 사용자에게 무료로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이용권을 제공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티빙 무제한 방송, 네이버 웹툰·시리즈 쿠키 49개, 시리즈온 영화 무제한 감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요. 이제 시리즈온 혜택을 종료하고 넷플릭스로 대체한 겁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넷플릭스 간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넷플릭스는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제휴를 확대해 왔습니다. 지난 8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결합한 연간 약정 상품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넷플릭스의 적극적인 행보는 최근 티빙 등 경쟁자들이 선전하면서 격차가 좁혀진 데 대한 대응책으로 해석됩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500만 명을 넘었던 넷플릭스와 티빙 간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격차가 최근 300만 명 선까지 줄어들며 곳곳에서 위기설이 제기된 상황이었으니까요.
9월에 넷플릭스의 최대 히트작인 <흑백요리사>가 공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 데이터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INSIGHT의 9월 월간 데이터에 따르면 사용자 수 감소 추세는 멈추고 반등했으나 MAU는 4% 증가에 그쳤고, 결제자 수도 고작 1.6% 성장했거든요. 이처럼 역대급 화제를 모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등장에도 실적 개선이 미미했던 점은 넷플릭스가 절실하게 제휴처를 늘리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왜 콘텐츠의 흥행이 구독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을까요? 흥미롭게도 콘텐츠 흥행과 실적 간의 불일치는 반대의 경우에서도 발견됩니다.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는 3월에 공개된 <피지컬 100 시즌 2> 이후로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지만, 월간 활성 사용자(MAU)나 결제자 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죠.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INSIGHT 데이터에 따르면, MAU는 1,100만 명, 결제자 수는 320만 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간 겁니다.
이제 콘텐츠 흥행 만으로 트래픽이나 결제자 수의 큰 성장을 만들기는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월간 결제자 수는 2022년 1분기 이후 거의 320만 명 내외로 유지되었습니다.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9월,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으로 결제자 수가 357만 명까지 증가했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약 10% 감소한 뒤 그 수준을 계속 유지해 온 것이죠. 이는 많은 사용자들이 특정 콘텐츠와 상관없이 넷플릭스를 꾸준히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로 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OTT 구독료 인상이 전체 시장을 위축시키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졌습니다. 사용자들이 '하나만 남긴다면' 넷플릭스를 유지하려고 하면서, 유료 구독자 수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는데요. 이로 인해, 흥행작이 없어도 구독을 유지하는 사용자가 많은 반면, 새로운 히트작이 나와도 신규 결제자가 급격히 늘지는 않았던 거죠.
그렇다면 MAU는 왜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감소하면서 티빙에게 추격의 여지를 내주었을까요? 사실 넷플릭스의 MAU가 급감한 시점은 올해 2월 이후로, 이는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금지 조치를 모바일까지 확대하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콘텐츠 흥행보다는 계정 공유 금지 같은 정책 변화가 사용자 수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사실 아무리 콘텐츠가 흥행하더라도, 신규 결제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숏폼 영상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내용을 접하며, 어느 정도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고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넷플릭스가 선택한 것이, 앞서 말씀드리기도 했던, 광고형 요금제를 제휴를 통해 확대하면서 구독자 풀을 늘리는 전략이었습니다. 결제 전환 자체가 어려워지자, 구독의 문턱을 대폭 낮춰버린 거죠. 물론 이로 인해 구독자당 평균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광고 매출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맞춰 넷플릭스는 대작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대신, 가성비 있는 맞춤형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영화 부문의 리더를 교체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었는데요. 2017년부터 넷플릭스의 영화 전략을 이끌며 <아이리시맨>, <로마> 같은 대작을 만든 스콧 스투버 대신, <레고 무비>, <알라딘> 등으로 알려진 댄 린을 기용했습니다. 이제 영화제 수상보다는, 명확한 타깃을 겨냥한 실용적인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고요.
이와 함께 경쟁사들이 스트리밍 독립을 포기하면서 넷플릭스는 이들의 콘텐츠를 다시 라이선싱하여 콘텐츠 풀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JTBC 계열 제작사인 스튜디오 슬램은 <흑백요리사>를 비롯해 인기 시리즈인 <크라임씬>의 다음 시즌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시리즈 제작은 물론, 기존 인기 IP마저 넷플릭스를 선택하면서, 넷플릭스는 구독자들의 시청 시간을 더욱 확보하고 있고, 반면 티빙은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유튜브에게 상당 부분 광고 시장을 내준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면, 방송사들이 점점 더 매체가 아닌 제작사로 변화해 가는 속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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