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5편이나 이어져 온 007 영화 시리즈는 지난 2021년 10월 상영된 대니얼 크레이그와 라미 말렉 주연의 ‘노타임 투 다이’가 마지막이다.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첫 번째 007 영화인 ‘살인 번호’(Dr No·1962)에서부터 시작됐으니 2~3년에 한편씩 후속작이 나온 셈이다. 따라서 2025년 쯤이면 신작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아직 후속작 얘기는 그리 시원치 않다. 대니얼 크레이그 후임자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타임아웃닷컴은 지난 19일 대니얼 크레이그 후임자 물망에 오른 배우들이 설왕설래 중이라며 이들의 면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007 영화 팬들이 좋아하는 제임스 본드는 정의를 실현하는 임무를 ‘칼같이’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첨단 기술과 무기는 반드시 등장하는 팬서비스이자 ‘밑밥’이다. 이제 서서히 26번째 007 이야기가 나올 시점이 됐는지도 모른다. 제작자 바바라 브로콜리는 차기작에 대해 지난 2022년 6월 “정말 본드의 재창조이기 때문에 대본이 없고, 우리는 다음 영화에 어떻게 접근할지 결정하기 전까지 대본을 생각해 낼 수 없다.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를 재창조하고 있고 그것은 시간이 걸린다. 나는 촬영이 최소한 2년은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때마침 영국 데일리메일은 007 영화 25편에서 등장하는 과학적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에 대한 허와 실을 소개하고 있다. 007 후속작 얘기가 서서히 등장하는 신호탄처럼 읽히기도 한다. 내용은 영국의 과학자 캐슬린 하쿱박사가 2년 전 자신의 책 ‘슈퍼스파이 과학: 제임스본드 세계에서의 과학, 죽음과 기술’에서 소개한 007영화 25편 속의 장면들 중 일부다. 하쿱 박사에 따르면 007은 식중독은 물론 성병으로 여러번 사망했을 것이다. 007 영화 시리즈물 속에 등장한 과학적 진위가 궁금해지는 내용들을 살펴본다.
금색 페인트로 뒤덮여 죽은 여성에서 치명적인 레이저 광선과 나노봇에 이르기까지 제임스 본드 영화들은 확실히 현대 영화에서 가장 화려한 세트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종종 열렬한 본드 팬들조차도 이 블록버스터들의 다양한 스턴트와 줄거리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영국의 화학자이자 작가인 캐스린 하쿱 박사가 영화속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과학적으로 가능한 것과 환상적인 것을 구분해 놓았다. 그녀는 1962년 '닥터 노'를 시작으로 2021년 ‘노 타임 투 다이’까지 이온 프로덕션이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 25편을 모두 연구했다. 하쿱박사는 이 책에서 가상의 스파이와 관련된 가장 이상하고 엉뚱한 세트 작품들 중 일부가 허구라는 것을 드러내는가 하면 다른 것들은 놀랍게도 과학적으로 말이 된다는 것을 밝힌다.
금색 페인트에 의한 질직사가 가능할까
확실히 제임스 본드 영화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골드핑거’(1964)다. 씨넷은 지난해 007 시리즈 중 이 영화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플로리다의 한 호텔에서 본드(숀 코너리 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색 페인트로 코팅된 질 마스터슨(셜리 이튼 분)의 시체를 발견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본드는 MI6의 국장 M에게 “피부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척추 밑부분에 작은 빈(bare) 패치를 남겨두지 않는 한 몸이 칠해지면 사람은 질식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하쿱 박사가 밝혔듯이 본드 팬들의 공통된 가정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과학적으로 전혀 정확하지 않다.
사실 인체에서 산소 공급의 약 2%만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페인트로 이를 막더라도 우리는 숨을 쉴 수 있다. 우리가 페인트로 질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이 우리의 주요 호흡 경로인 입과 코를 막을 경우다.
하쿱 박사는 “매스터슨의 금빛 시신이 호텔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대중문화에 깊이 배어있고 피부 질식사라는 생각이 말도 안되는 일임에도 사실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2008년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본드 영화 ‘퀀텀 오브 솔라스’(2008)에서 이 장면이 재현됐다. 원작 장면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 영화에서 본드는 MI6 에이전트이자 애정 상대인 스트로베리 필즈가 죽어 원유로 뒤덮인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골드핑거에서처럼 단순히 기름이 피부에 묻어있는 게 아니라 기름에 빠져 죽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신빙성이 있다.
죽음의 레이저
영화 ‘골드핑거’에서 본드는 골드핑거의 공장에 침입하다가 들켜 잡히고, 깨어난 그는 테이블에 눕혀져 묶여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골드핑거가 스위치를 누르자 밝은 빨간색 레이저 빔이 본드의 가랑이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한다.
골드핑거의 설명대로 “자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상천외한 빛”을 내뿜는 그의 ‘산업용 레이저’는 '달에 한 점을 투사하거나 근거리에서 고체 금속을 뚫을 수 있다.
하쿱 박사의 지적대로 이 레이저는 비밀 요원을 통과해 절단하는 짧은 작업을 했을 것이며, 결국 그의 신체에서 가장 치명적인 장기에 도달하기 전에 해부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부위 중 하나를 둘로 갈랐을 것이다.
레이저가 살과 금속을 절단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영화속 악당의 장비에서 나오는 것처럼 ‘빨간’ 레이저로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그런 수준의 공업용 레이저라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어야 했지만, 그러면 영화관 관람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가는 “골드핑거의 레이저에서 나오는 ‘붉은 빛’은 금속에 의해 거의 완전히 반사됐을 것이며 본드의 몸을 가르는 힘도 없다”고 말한다.
머리에 총알이 박히고도 살 수 있다?
피어스 브로스넌과 소피 마르소가 출연한 007영화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1999)에서 악당 레너드(로버트 칼라일 분)의 뇌에는 총알이 박혀 있었다. (그는 과거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 대수술을 거쳐 다시 태어난 뒤로 일반인 보다 강해졌다. 뇌에 박힌 총알 때문에, 점점 죽어가고 있고, 감각 또한 전혀 느끼지 못하며 인간성도 고갈된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살아있고, 불쾌한 흉터를 제외한 유일한 부작용은 그의 주요 감각인 촉각, 후각, 그리고 통각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속 MI6 소속 박사에 따르면 총알은 비록 매우 느리긴 하지만 여전히 연수로 불리는 뇌의 부분을 통과해 움직이면서 감각을 죽이고 있다.
영화 스토리 설정상 악당 레너드를 사랑하는 역할을 맡은 소피 마르소는 “그는 어떤 평범한 남자보다 더 강하게, 더 오래 자신을 밀어붙일 수 있다. 총알은 그를 죽일 것이지만, 죽는 날까지 그는 매일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게 과연 가능할까?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하쿱 박사는 이를 “007이라는 판타지 세계를 위한 거대한 과장”이라고 부른다. 총알이 연조직에 박힐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그들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뇌에 ‘깨끗한 작은 터널’을 뚫지 않는다. 게다가 총알의 파괴 경로는 단순한 ‘인격의 극적 변화’와 같은 감각 저하 이상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하쿱 박사는 “(뇌안의)피해는 광범위할 것이며 고통 인식과 관련된 어떤 부위와 함께 다른 중요한 몇몇 기능들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헤드폰 감전 사고
‘포 유어 아이즈 온리’(1981)에서는 영화가 시작될 무렵 MI 6가 헬리콥터를 보내 007(로저 무어 분)을 태우고 긴급 임무를 수행한다.
불행하게도 비행기 조종사의 헤드폰은 악당 블로펠드에 의해 조종사의 비행을 방해할 정도의 치명적 전기 충격을 주도록 조작돼 있었다.
하쿱 박사는 이 충격이 청색 전기 섬광으로 전달되지만 이는 일종의 ‘믿을 만한 감전’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블로펠드가 조종사의 헤드폰을 쉽게 조작해 몇 개의 전선을 노출시켜 고전압 공급장치에 연결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즉, “두 헤드폰 사이의 경로는 뇌를 통해 전류를 흘려보낼 것이고, 그곳에서 호흡을 조절하는 신경 신호를 방해해 그 불행한 조종사를 바로 죽이지는 않더라도 의식을 잃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현실 세계에서는 실제로 충전중인 휴대폰에 꽂혀 있던 헤드폰에 감전된(기기 결함이 초래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비극적인 보고가 여러 번 있었다.
악어를 징검다리 삼아 뛰는 게(크로커다일 런) 가능하다고
‘007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 1973)는 로저 무어 시대의 특징인 통속적이지만 기억에 남는 시퀀스를 담고 있다.
본드는 뉴올리언즈 카리브해 연안 지역의 악어농장을 살피러 갔다가 악당 ‘카낭가’에게 속아 악어연못 한가운데 있는 돌위에 남겨지지만 결국 악어들의 등을 밟으면서 안전한 곳으로 탈출한다.
이것은 정말로 가능하다. 물론 하쿱 박사는 이것을 시도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묘기는 실제로 진짜 악어들과 함께 그대로 촬영됐다. 다만 악어등을 밟고 달린 사람은 로저 무어가 아니라 이 악어 농장의 주인이자 스턴트맨인 악어 조련사 로스 ‘카낭가’였다.
이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악어가 카낭가의 발뒤꿈치를 낚아채 그의 바지가 찢어지고 여러 개의 부상을 입히면서 총 다섯 번의 촬영이 필요했다. 카낭가의 부상 가운데 하나는 찢긴 부위를 193 바늘이나 꿰매야 하는 중상이었다.
로저 무어는 나중에 “악어들 중 하나가 머리를 휘둘러서 실제로 그의 신발 뒤꿈치를 물었다”고 회상하면서 “그게 나였다면 아마도 내 다리 전체를 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쿱 박사가 지적하듯이, 이와 같은 ‘불가능해 보이는 시나리오’는 용감한 스턴트맨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 제작자들의 전문성과 협업 노력에 의해 살아날 수 있다.
나노봇은 진짜일까
최악의 적 라미 말렉이 등장한 25번째 007 영화 ‘노 타임 투 다이’(2021)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 완성됐지만, 줄거리의 핵심 요소는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와 불가사의할 정도로 유사하다.
영화 속에서 MI6는 적혈구 크기의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봇’으로 불리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미세 장치인 궁극의 생물학적 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 나노봇은 선택된 개체 또는 동일한 유전자 프로파일을 가진 개체 그룹의 DNA 프로파일을 인식하고, 그들을 죽이도록 프로그래밍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노봇에 감염된 사람들은 가족을 죽이지 않고는 껴안거나 손도 대지 못한다.
하지만 캐슬린 하쿱에 따르면 다행히도 영화에 등장하는 이 고약한 작은 나노봇들은 실생활에 존재하지 않으며 곧 존재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나노봇은 피부를 통과해 누군가를 감염시킬 수 없는 것 외에도 몸 안으로 들어가면 신체적으로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인간 작업자에 의해 또는 자동화된 프로세스에 의해 그처럼 작은 장치를 조립하는 것은 오늘날의 기술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참고로 소개하자면 영국 타임아웃닷컴이 지난 19일자로 보도한 차기 007 물망에 오른 9명의 배우의 순위와 출연 영화, 낙점 확률은 다음과 같다. ▲1.애런 테일러-존슨(33)=‘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서 퀵실버 역. 1/2 ▲2.헨리 카빌(40)=‘맨 오브 스틸’(2013) 주인공. 4/5 ▲3.레제장 페이지(35)=올여름 개봉될 ‘던전앤드래곤:아너어멍 씨브즈’와 ‘스타트랙’의 크리스 파인 역. 2/11 ▲4.제임스 노튼(38)=현재 BBC의 범죄 시리즈물 ‘해피 밸리’ 출연중. 1/7 ▲5.톰 하디(46)=‘베놈’(2018) 주연, ‘인셉션’(2010)에서 세련된 스파이 역. 1/7 ▲6.치웨텔 에지오포(46)=‘노예 12년(2014)’의 주인공 흑인 배우. 1/9 ▲7.댄 스티븐스(41)=‘박물관이 살아있다’(2015)에서 랜슬롯 경. ‘더 게스트’(2014) 1/14 ▲8.이드리스 엘바(51)=16/1 ▲7.에이단 터너(39)=007을 맡게 되면 피어스 브로스넌 이후 두 번째 아일랜드인.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