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위주의 폐쇄적 ‘비전프로’···애플, 역풍 감당할 수 있나?

애플이 지난 2일 본격 출시한 비전프로. (사진=애플)

“애플의 새로운 헤드셋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건네기에 놀라울 정도로 적합해 보이지만 장애물이 있다···하드웨어가 점점 더 저렴해지고 간소화돼 가고 있음에도···단일 사용자(single-user) 경험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으며 이는 비전프로가 훨씬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볼 때 유감스런 일이다.”

지난달 19일 사전 판매를 시작한 지 12일 만에 애플의 올해 예상 출하량의 3분의 1인 20만여대가 팔리며 히트작을 예감케 했지만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고객의 부정적 제품반응에 이어 판매 보급 확산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차가운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먼저 애플은 비전프로 불과 열흘 만에 구매자들의 ‘착용하기 불편한 제품 반환’ 움직임이라는 돌출악재를 만났다. 그도 그럴 것이 비할 바 없는 기술로 최고급 혼합현실(MR) 기기라는 찬사를 받는 비전 프로는 가격이 3500달러(약 467만원)지만 무게가 파운드케잌(453g)보다도 무거운 620g이나 된다.

뒤이어 유수의 IT매체가 사용자들의 기기 공유사용을 제한하는 비전프로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이에 무관심하던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가족중에서 오직 한사람만 온전히 기기를 쓸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을 지적한 것이다. 소비자 여론을 더욱더 부정적으로 돌아서게 만들 수 있는 뼈아픈 대목이다.

더버지는 16일자 ‘비전 프로 사용기’를 통해 단순히 비전프로 착용감이 너무 나쁜 것에 더해 애플이 비전프로 기기 공유 사용을 어렵게 만든 것이 또다른 돌출 악재가 될 수 있음을 대놓고 질타했다.

애플이 ‘비전프로=프로페셔널 전용’이라는 컨셉을 내세웠지만 이 혼합현실(MR) 헤드셋이 결코 프로들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애플이 공유 사용을 어렵게 만든 것은 분명 불만 요인으로 불거질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제품 구매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을 만한 큰 사안이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지난 2일 3499달러(467만원)라는 높은 가격으로 출시한 비전프로 얘기다. 이 헤드셋은 12개의 카메라,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가 기기에 탑재돼 실시간 촬영된 사용자의 외부환경을 기기내부에 구현해 준다. 이를 통해 상용자는 헤드셋을 쓰고도 마치 현실공간에 있는 것과 같은 시각체험을 할 수 있다. 2월 2일 출시되면서 초기에 불티나게 팔리는가 싶더니 사용해 본 결과 눈이 아프고 얼굴이 불편하다며 반품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헤드셋 경쟁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자사 메타 퀘스트 3가 비전프로보다 훨씬낫다며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 9가지 이유를 게시하며 애플의 심기를 긁었다. 즉, 자사 퀘스트3는 비전프로보다 7배 저렴하다. 비전 프로와 마찬가지로 대화면 고품질 패스스루를 수행한다. 무게가 120g 덜나가서 훨씬 사용하기 편하다. 움직일 때 방해가 되는 전선이 없다. 시야는 더 넓고 화면은 더 밝다. 비전 프로는 움직일 때 모션 블러가 있으며 퀘스트가 훨씬 더 밝다. 정밀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고 핸드 트래킹도 가능하며 퀘스트의 핸드 트래킹이 더 정확하다. 퀘스트의 몰입형 콘텐츠 라이브러리는 훨씬 더 깊다. 퀘스트3는 유튜브를 보거나 X박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https://www.instagram.com/p/C3TkhmivNzt/)

더버지 에디 로버슨 수석기자는 16일(현지시각) 직접 써본 사용기를 통해 비전프로가 단 한사람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쓸 수 없는 기기라며 뼈아픈 일침을 날렸다. 이 내용을 공유한다.

‘비전프로’를 한가정에서 한사람만 제대로 쓴다고?

애플의 비전프로는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첨단기기기만 높은 가격, 무거운 헤드셋에 의한 불편한 착용감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번엔 이에 더해 단일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애플의 기기 컨셉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RJey@X)

“비전 프로 헤드셋 가격은 3499달러(약 467만원)이고 가족 중 한 명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

나는 게스트로서 비전프로를 몇 번 착용하고 놀랍도록 좋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나는 비전 프로의 시선 추적 카메라를 위해 약 1분 동안 교정(Calibration)을 해야 하는 일반적인 게스트 설정을 건너뛰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 나는 비전 프로를 써보았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비전 프로의 카메라들이 누군가의 시선을 기대하고 있는 기기라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헤드셋 속의 카메라 커서는 넓은 영역에서 재빨리 움직이거나 젼혀 움직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다시 설정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헤드셋을 쓰고 싶을 때마다그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 애플기기가 여러 개의 계정을 지원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추가 부품 구매 과정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에 이르기까지 애플이 기기를 공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과 부딪히게 되었다.

이것은 단지 구매자가 ‘혼자 사용’해야 하는 컴퓨터가 아니며 분명 ‘혼자 소유’하는 컴퓨터다.아무리 좋게 보아도 불필요해 보이며, 최악의 경우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전프로, 분명 매력있는 기기지만 공유사용 힘들다

비전프로는 공유 사용하기 힘들게 만든 단점이 시간경과에 따라 구매 희망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전 프로 디스플레이부의 모습. (사진=애플)

외로운 명성에도 불구하고 비전프로는 분명히 여러 사용자가 쓸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비전프로 1세대의 부피 크고, 값비싼 형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하루 종일 착용하고 싶어하거나 들고 다니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의 가장 분명한 용도는 3D 디자인과 같은 작업을 위한 특수 목적 도구, 또는 가상 TV 셋톱 박스 또는 게임 콘솔과 같은 개인용 엔터테인먼트 장치다.

이 장치들은 한번에 한 사람이 종종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 가정이나 직장에서 여러 사람에 의해 소유되고 여러사람 손으로 자주 건네지는 경향이 있는 그런 종류의 제품들이다.

비전프로 하드웨어는 이 기능을 놀라울 정도로 잘 지원한다. 일부 가상현실(VR) 헤드셋과 달리, 이 기기의 솔로 니트 밴드(Solo Knit Band)는 사용하기 쉬운 다이얼 하나로 조정된다. 어색한 벨크로 스트랩을 재조정해 이 사이즈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다면 밴드를 변경하는 것도 쉽다. 헤드셋을 얼굴에 맞춰주는 라이트 실 쿠션(Light Seal Cushion)이 필요하고, 가능한 사이즈가 무려 17가지나 되지만 교환하기 쉬운 자석 스냅이 부착돼 있다. 이 헤드셋에는 간단한 생체 인식 로그인 옵션도 있는데 바로기기 내부에 장착된 얼굴(안면인식) 추적 카메라다.

이는 비전 프로를 더욱 가치 있는 멀티유저 기기로 만들어 줄 세상에 대해 상상하기 쉽게 만든다.

나도 많은 사람들처럼 전자제품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는데, 좋은 엔터테인먼트 기기에 대한 나의 기준에는 남편이 이를 사용할지 여부도 포함된다. 나는 회사에서 하루 종일 비전프로를 착용하지는 않겠지만, 비전프로 하나를 착용한 다음 VR/AR 게임을 즐긴 다음 , 내가 잠이 든 후에 남편이 가상의 큰 화면으로 TV를 볼 수 있도록 헤드셋을 넘겨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전 프로는 항상 그런 환상을 약화시키도록 설계된 것처럼 느껴진다.

가장 명백한 문제는 여러 계정이나 프로필이 없다는 것이다.

비전프로는 한 사람만이 자신의 애플 ID에 연결된 영구 계정을 가질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과 비슷하지만 우리집안에 있는 다른 모든 컴퓨팅장치(안드로이드폰부터 맥북, 내 남편이 가진 초라한 닌텐도 스위치에 이르기까지)와 다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최근 애플 비전 프로를 써보고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사의 퀘스트3가 더 경쟁력있다는 반응을 보인) 메타의 퀘스트 시스템은 몇 년 전 개인 페이스북이나 메타 로그인에 하드웨어를 연결했는데 사용자가 최대 4개의 계정을 교환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와 사용자 지정의 이유로 들어 1인만 사용자 설정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성가시긴 하지만 상당히 일리가 있다. 아이패드에서 여러 명의 사용자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은 훨씬 더 말이 안되지만-사용자들은 수년간 이에 대해 불평해 왔다-적어도 일부 아이패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467만원 짜리를 가족 한명만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메타의 퀘스트3는 비전프로와 비교할 때 성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500g에 500달러이고 사용자 공유도 할 수 있다. 애플 비전프로 가격이 3500달러(467만원)이고 620g으로 더 무거운 데다 사용 공유를 할 수 없게 한점과 비교된다. (사진=메타)

비전 프로 헤드셋 가격은 3499달러(약 467만원)이고 가족 중 한 명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 개인 정보 보호 문제는 기술적으로 말하면 비전 프로에 있는데, 게스트 모드에서 제한을 설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당신의 메시지를 포함해 헤드셋에 있는 모든 것에 액세스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경험이 보여주듯이 그들은 심지어 그렇게 멀리 갈 수 있을 만큼 비전프로를 잘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당신은 비전 프로의 왼쪽 하드웨어 버튼을 4초 동안 눌러 게스트 세션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두 번째 사용자가 다음 번 사용시에 보정 없이 빠르게 로그인할 수 있도록 그의 정보를 저장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가족 중 다른 누군가에게 아이패드를 전달할 때마다 그들이 1분 동안 색이 있는 점을 찌르는 데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고 상상해 보라.

헤드셋 안맞으면 27만원짜리 ‘라이트 실 쿠션’을 또 사야

애플은 애플 서포트를 통해 비전 프로를 착용한 사용자들에게 눈이 디스플레이에 너무 가까우면 더 두꺼운 ‘N+’나 ‘W+’ 라이트실 쿠션을 사용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또 비전프로 착용시 사용자의 눈이 디스플레이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더 얇은 ‘N’이나 ‘ W’ 라이트 실 쿠션을 선택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구매해야 한다. 이 사진은 애플 비전 프로구입자가 상자를 열었을 때 볼 수 있는 라이트 실 쿠션이다.
라이트 실 쿠션을 디스플레이 가까운 쪽으로 착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그림. (사진-애플)

그리고 나서도 당신은 추가로 여분의 라이트 실 쿠션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내게 맞지 않는 비전 프로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느꼈지만 다른 사람들은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더버지 제품 매니저인 파커 오토라니는 닐레이가 구매한 비전프로의 제품을 써보고 비전 프로의 ‘라이트 실 쿠션’이 너무 작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의 눈으로 비전프로의 빛이 새어 들어간다고 말했다.

추가로 라이트 실 쿠션을 구입할 경우 그 가격만도 199달러(약 27만원)이고 구매 방법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다. 즉,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페이스ID가 장착된 iOS 기기로 얼굴을 스캔하거나 애플 스토어로 가서 직접 얼굴을 스캔하는 방식이다.

더버지의 비디오 감독인 오웬 그로브는 후자를 시도해 보았지만 그의 경험은 훌륭하지 않았다. 오웬은 내게 “나는 추가 라이트 실 쿠션을 사기 위해 원치 않았던 시연 약속을 잡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리 전화를 걸었지만, 30분 동안 진행된 시연 후에야 자신의 사이즈를 포함한 대부분의 라이트실 쿠션이 매진된 것을 발견했고, 매장에서는 대신 온라인으로 구매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간단하게 몇 가지 다른 사이즈를 구매하고 가장 효과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다면 이는 본질적으로 한 명의 사용자에게 제한을 두는 것이며, 가족이나 직장에 있는 몇 명의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잠재적 사용자가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비전 프로기기 사용)상황이 훨씬 복잡해지지만 이것은 의도적인 장애물이라기보다는 본질적인 불편함으로 느껴진다. 비전 프로는 자이스사에서 만든 안과처방 렌즈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애플의 헬스 앱이나 실제 (물리적)카드에 저장된 비밀번호로 초기 페어링을 해야 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인터페이스를 통해 여러 개의 렌즈 페어링을 저장할 수 있으므로 매번 이렇게 해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비전프로, 불편함 개선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애플의 비전프로의 여러지적에도 이 첫 버전의 사용자 공유 불가방침이 바뀌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은 자사의 기기들이 단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사진=애플)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다른 어색한 비전 프로 디자인의 단점들을 제거함에 따라 이러한 성가신 것들 중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수도 있다.

이 회사는 분명히 사람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컴퓨터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 그것은 가능한 한 가까이에서 경험을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비전 프로가 어떤 수준의 성공이라도 보인다면, 시연 요구사항과 같은 것들은 사라질 수 있다. 애플은 특별히 기업이나 교육기관 고객들을 위한 더 많은 옵션들을 출시할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일부 다중 사용자 지원을 허용하는 공유 아이패드(Shared iPad) 기능같은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자사의 기기들이 단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으며,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그러한 생각을 시행할 수 있다.

하드웨어가 점점 더 저렴해지고 간소화돼 가고 있음에도 애플은 근본적으로 비전프로 사용자들에게 손쉽게 단일 사용자(single-user) 경험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으며, 이(여러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없다는 점)는 비전프로가 훨씬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볼 때 유감스런 일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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