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 시간 기준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인터넷 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막는 '게임 블랙리스트제'는 법적으로 청소년의 게임 접근을 차단하는 제도인데, 이 제도는 국제적으로도 드물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는 국내 게임 심의 등급상 '12세 이용가'로 초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인기 게임이기 때문이고, 게임중독을 조장한다는 등의 논란이 되면서 게임 셧다운제 폐지 입법 추진의 동력이 됐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게임법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수년간 지속돼 온 ‘게임 셧다운제’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최근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법은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조승래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는 게임산업이 발달한 주요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지 않은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정책”이라고 지적하며 “도입 시부터 부모의 자녀교육권, 청소년의 행복추구권 및 국내 인터넷게임 제공자들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게임 셧다운제는 현행법인 게임시간 선택제와 중복돼 과잉규제로도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는 그간 게임 셧다운제의 입법화 동력이 됐던 ‘청소년 수면시간 부족’ 등에 대해 ‘게임 이용시간과 수면 시간은 유의미한 상관성이 없다는 분석이 담겨 있어, 법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폐지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에 최근 들어 강제적 셧다운제를 개선하거나 폐지하려는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5건이 연이어 발의됐지만, 이와 관련해 해당 내용이 함께 수정되어야 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아직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조승래 의원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류 일부 개정법률안을 통해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강제적 셧다운제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게임시간 선택제(제12조의3 제 1항 제3호 등)로 일원화하면서 게임과몰입·중독 예방 조치에서 중독이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 의원은 “최근 많은 동료 의원들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기 위한 법안을 내는 것은 우리나라 게임산업 진흥과 학부모의 자율적인 자녀교육권 보장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며 “청소년 보호법 상의 강제적 셧다운제 내용이 삭제될 경우 이 법안을 통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상의 해당 내용도 함께 정비함으로써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안 제정도 힘들었지만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게임 셧다운제는 최근 ‘마인크래프트 19금 변경’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과 맞물리며 다시금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2011년 실행된 ‘게임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 시간 기준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인터넷 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막는 제도다. 법이 실행되기까지 청소년 수면권 보장, 게임중독 이슈 등 사회적인 논란이 심했고, 게임이 미성년자의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등의 의견이 입법 추진에 동력이 됐다.
문제는 이렇게 법적으로 청소년의 게임 접근을 차단하는 제도가 국제적으로도 드물다는 점이다. 더구나 게임 환경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 간지 오래됐음에도 제도는 여전히 10년 전 그대로라 실효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을거치며 논란에 불을 지쳤다. 게임 개발사인 모장스튜디오 계정과 MS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 둘로 나눠져 있던 것을 보안 문제로 통합한 것인데, 엑스박스 라이브가 우리나라에서만 19세 이하 이용자의 계정 등록을 막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셈이다.
이유인 즉, 마인크래프트는 국내 게임 심의 등급상 ‘12세 이용가’로 초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인기 게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레고 같은 블록을 쌓아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꾸미기도 하고, 코딩 등 교육적인 요소도 있어 학부모 사이에서도 ‘건전한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어린이날에는 청와대조차 행사를 위해 이 게임 내에서 ‘청와대 마인크래프트 맵’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초등학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으며 ‘초통령 게임’이라고도 불리던 것이 하루 아침에 19금 게임이 된 것을 두고 비판의 화살은 ‘게임 셧다운제’로, 다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로 향한 것이다.
이는 더구나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언급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공교롭게도 지난 13일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이 주최한 ‘셧다운제 폐지 세미나’에 참석해 한 발언과 연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이준석 대표는 “나도 학창시절에 게임을 하면서 학습을 했고, 게임이 도움 됐다”며 “셧다운제는 게임의 부정적 측면만을 확대해 학부모들 대상으로 입법 홍보를 했다”고 말하며 폐지 의견을 숨기지 않았다.
마인크래프트를 19금 게임으로 만들어 버린 MS사의 행위에 대해 일부에서는 의도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셧다운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기존 게임에 ‘접속 차단’ 등의 기능을 새로 넣거나 별도의 서버를 만들어야 한다.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의미다. MS는 굳이 어려운 기능 추가를 하기보다 아예 미성년자의 접속을 막는 손쉬운 선택을 했다. 더구나 그로 인해 ‘셧다운제’ 논란은 격화됐으니 의도야 어찌됐든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셧다운제 폐지’ 논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 물살을 타고 있다. 여야를 떠나 ‘셧다운제 폐지’ 내용을 담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년 동안 법이 시행되는 요인이 됐던 ‘청소년의 수면권 보호’ ‘게임 중독 방지’ 등은 이후 각종 연구를 통해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며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세미나’에서는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가 “기업은 셧다운제만을 위한 시스템 구현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아예 만 16세 미만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폐지 의견을 밝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역시 “셧다운제는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 시행하고 있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제도”며 “글로벌 게임 산업 관점에서 오로지 한국만을 위해 서버를 이중으로 만들거나 연령 제한에 맞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MS의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경우가 또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찬반 양론은 학부모단체, 개별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팽팽한 상황이다. 유지하자는 의견을 가진 학부모의 경우 “그나마 셧다운제로 인해 어린이들이 게임에 과몰입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 제도를 PC게임에만 국한하지 말고 모바일 게임에도 적용해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폐지 의견을 가진 학부모의 입장은 “이미 대부분의 게임이 모바일화 된 상황에서 아이들이 부모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며 “유명무실한 법을 유지하기 보다는 현 상황에 적용 가능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떨까? 확실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게임 중독 등 부작용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 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처럼 법제화해 규제를 했던 나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우리나라와 같이 유명무실해지거나 해당 법을 폐지한 국가들도 있다. 중국을 비롯한 태국,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이다.
미국과 영국은 규제 보다는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자율적인 ‘청소년 게임 과몰입 방지 캠페인’을 벌이거나 ‘인터넷 및 게임 중독 예방과 해소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제까지 흐름으로 볼 때 ‘게임 셧다운제’는 현재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보다 폐지 수순을 밟거나 현 상황에 맞게 개선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마인크래프트와 같이 ‘건전한 게임’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게임=나쁜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난 10년 사이에도 여러 번 개선을 위한 논의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폐지를 주장하며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정치적 판단을 떠나 진정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 주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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