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 회전초밥집이 테크를 만나면? 식당의 미래

‘세계에서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초밥집’을 목표로 한 곳이 있다.

일본 3대 회전초밥 체인점, 쿠라스시(くらすし)가 작년 12월에 문을 연 하라주쿠 지점이다. Z세대가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게끔 공간을 설계했는데, 특히 매장 한 켠에 있는 디저트 포장마차가 인기 만점이다. 로봇이 분홍과 노랑의 알록달록한 밀 반죽을 구워 내면 옆에서 직원이 튀긴 밥을 올려 ‘스시 크레페’를 만든다. 오직 하라주쿠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메뉴다.

일본 전역을 넘어 대만과 미국에도 진출하여 약 560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쿠라스시는 ‘100엔 초밥‘이라는 치열한 체인점 시장에서 고객을 사로잡을 차별점이 필요했다. 5접시를 먹을 때마다 뽑기 게임을 제공하는 등 재미 요소를 배치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고객 경험 구현을 위해 무엇보다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역시 ‘디지털화’이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떠날 때 까지를 그려보자.

먼저, 입장을 위해 키오스크에 인원수를 입력한다. 누구나 손대는 터치 스크린을 만지기 영 꺼림칙한데, 손가락이 직접 닿지 않아도 된다. 화면에 모션 센서가 달려 있어서 손가락을 가까이만 가져가면 움직임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이후 천장에 설치된 모니터가 좌석까지의 이동을 안내한다.

자리에 앉았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먹어 보자. 레일 위에서 돌고 있는 접시를 집으면 AI 카메라가 확인한다. 다른 메뉴를 원한다면 테이블에 놓인 태블릿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내 스마트폰에서 바로 주문이 가능한 것이다. 이 때 테이블 당 최대 6개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어서 각자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다. 음료나 고추냉이, 간장 같은 것은 ‘Kur-B the KuraBot’이라는 로봇이 테이블까지 가져다준다.

다 먹은 접시는 쌓아 두지 않아도 된다. 테이블 옆 수거함으로 집어넣으면 흐르는 물을 따라 깨끗하게 세척되며 주방까지 이동한다. 직원은 일일이 접시 수를 세고 치울 필요가 없다. 주문한 내역은 자동으로 내 계정에 청구되니 셀프 계산대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지불하면 끝!

이쯤 되면 쿠라스시는 테크기업으로 분류해도 될 것 같다.

30개가 넘는 기술 특허를 가진 쿠라스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왔다. 업계 최초로 제조 공정에 로봇을 도입하여 빠르고 위생적으로, 균일한 맛과 모양의 초밥을 만들 수 있었다.

노련한 셰프나 직원에 대한 인건비를 줄인 덕에 ‘100엔 초밥’이 가능했다. 또 접시에 칩을 붙여서 만든 지 오래된 초밥은 자동으로 폐기하는 기술이 있어 ‘신선한 초밥’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에 더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주문을 예측하고 초밥 재고를 분석, 관리하는 기술도 있어서 오히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본 덴츠(Dentsu Inc.)사가 개발한 AI 어플 ‘튜나스코프(Tunascope)’를 도입했다. 참치 꼬리 단면을 스캔하면 90% 이상의 정확도로 품질을 평가해 주는 어플이다. 덕분에 해외 참치잡이 현장이나 수산물 시장까지 직접 가지 않고도 A급 판정을 받은 참치를 브랜드화시킬 수 있었다.

쑥쑥 성장 중인 쿠라스시. 그 비결은 한 발짝 앞선 혁신에 있지 않을까?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IGM세계경영연구원

insightlab@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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