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를 기억하는가.
영·불 합작으로 만들어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1969년 3월 2일 첫 비행을 시작했고 1972년까지 모두 20기가 제작됐다. 1976년 대서양 정기 노선운항에 들어갔다. 대서양 횡단 비행기록은 2시간 52분 59초였으며 최고 시속은 2179km(마하 2.04)였다. 이는 기존 여객기의 최고 시속 1200km의 배 정도가 된다.
그러나 콩코드는 지난 2003년 운항 중단에 이른다. 브리티시 항공 콩코드기가 뉴욕 공항에 도착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초음속 비행시 주택가 상공에서의 소음과 높은 운영 비용 문제, 그리고 결정적으로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것이 컸다. 2000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이륙한 지 몇 분 만에 에어프랑스 콩코드가 추락해 109면 탑승자 전원과 지상의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활주로에 있는 금속 조각에 부딪친 콩코드의 타이어가 터지면서 이륙하던 동체 연료 탱크에 불이 붙었다. 콩코드가 사라진 지 어느새 20년 가까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초고속 항공기 여행의 매력은 여전하다. 이 초음속 여객기라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일본 도쿄 노선이 6시간이면 충분하다. 미국 뉴어크~영국 런던 노선은 3시간 반이면 된다. 기존 항공기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콩코드의 정신적 후계자인 초음속 여객기가 운항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과연 비싼 연료문제, 초음속기의 소음(슈퍼소닉 붐), 그리고 탄소중립적 연료 문제 등을 해결했을까가 궁금해진다. 이들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까.
블룸버그,포브스,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 등을 통해 따라가 봤다.
유나이티드 항공 초음속 여객기 시대 재개···“2029년부터 운항”
지난 3일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가 초음속 항공기 시대의 부활을 선언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콜로라도 덴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인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으로부터 15대의 초음속 항공기를 구입하고 35대의 새 항공기를 추가 주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무려 30억 달러(약 3조3460억원)규모다.
커비 CEO는 “붐 슈퍼소닉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운영 및 지속 가능성 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협력할 것이다. 붐의 새로운 초음속 비행기들은 오는 2025년에 인도될 예정이고, 2026년에는 항공편이, 2029년에는 첫 번째 여객 운송 비행이 예정돼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초음속 여객기 도입 배경에 대해 “유나이티드는 보다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항공사를 건설하기 위해 제궤도로 달리고 있으며 오늘날 기술 발전으로 초음속 비행기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항로망과 결합된 상업 항공의 미래에 대한 붐의 비전은 기업과 레저 여행객들에게 눈부신 비행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의 임무는 항상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었고 이제 붐과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더 큰 규모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붐 슈퍼소닉이 공급할 초음속 비행기 ‘오버추어(Overture)’는 마하 1.7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 여객기보다 두 배 속도다. 넓은 개인 공간, 기존 비행기같은 좌석 내 엔터테인먼트 화면 및 비접촉식 기술이 특징이다.
블레이크 숄 붐 슈퍼소닉 창업자이자 CEO는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초음속 항공기 구매 협약은 보다 접근하기 쉬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임무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회사는 세계를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통합하려는 공통의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 승객들은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더 깊고 생산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 더 길고 편안한 휴가, 먼 목적지까지, 직접 삶의 모든 이점을 경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사겠다는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는?
유나이티드항공에 초음속기를 제공할 붐 슈퍼소닉의 브라이언 듀런스 수석 부사장은 “지구에서의 경험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콩코드의 불명예스런 상업용 초음속비행기 시대 1막을 거의 20년만에 되살리려는 것은 최근 몇 년 간의 기술 발전과 여행 붐에 크게 힘입었다고 할 수 있다.
듀런스 부사장은 “콩코드가 2003년에 비행을 중단한 이후, 연간 16억 명이었던 항공 여행객은 40억 명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초음속 비행객 수요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붐 슈퍼소닉은 새로운 상업용 초음속 항공기 시대를 가져다 줄 몇몇 회사들 중 가장 근접한 회사로 꼽힌다. 올해 거의 2억 달러(약 2230억원)를 투자받은 이 회사는 연내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의 크기를 작게 만든 스케일 모델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UBS 보고서에 따르면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클래스비행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것은 실제로 상업용 초음속 비행에 대한 더 강력한 시장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붐 슈퍼소닉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여행객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핵심은 강력한 인센티브다.
붐 슈퍼소닉에게 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여행 시간 단축이다. 붐의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는 콩코드의 최고 순항 속도와 비슷한 마하 2.2 속도를 유지하면 약 3시간 안에 뉴욕에서 런던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듀런스 부사장은 “초음속 여행은 항공 여객 경쟁 지형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사들은 마진이 박하며, 때로는 편안한 좌석, 기내식 품질, 승무원들의 친절함만을 감안해 차별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차별화의 차원이 될 때 초음속 여객기 운항 항공사들은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붐 슈퍼소닉이 다루고 있는 또 다른 핵심 이슈는 콩코드의 종말을 초래한 문제들 중 하나인 ‘지속 불가능한’ 항공기 운항 비용이다.
듀런스는 “프랑스와 영국 정부는 이익이 아닌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콩코드를 설계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효율적이고 수익성 높은 초음속 여행을 가능케 하는 공기역학, 재료, 추진 분야의 과학 발전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를 위한 이러한 비용 절감은 결국 여행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듀런스는 “오버투어는 시장이 이미 지원하는 비즈니스 클래스 요금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몇 십 년 간 진보해 온 추진설계 기술
항공공학의 지형도 지난 2003년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기술적으로 오버추어와 콩코드 사이의 주요 차별화 요소 중 하나를 보면, 콩코드가 훨씬 더 효율적인 재연소 장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듀런스 붐 슈퍼소닉 부사장은 “콩코드가 이륙과 높은 항력의 음속장벽을 뚫기 위해 사용한 재연소 장치는 매우 시끄럽고 비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50년 간 추진 설계 기술의 진보 덕분에 오버추어는 이륙에서 초음속에 이르기까지 재연소 장치 없이 비행의 모든 단계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버추어는 (콩코드보다)훨씬 더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항공기다”라고 설명한다.
이 기술을 시험하고 연마할 열쇠는 오버추어의 크기를 줄여 제작한 ‘X-B1’ 항공기다. 이는 GE가 만든 3개의 J85-15 엔진 덕분에 마하 1.3의 속도에 도달하게 될 길이 21.6m짜리 비행기다.
듀런스는 이 비행기 테스트가 올해 시작될 예정이며, 오버추어의 최종 디자인을 위한 지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학습으로 XB-1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오버추어의 개념 설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이미 오버추어 개발을 몇 년 앞두고 있다”며 “올해 XB-1 시험 비행 때 오버추어 디자인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콩코드의 정신적 후계자 붐 슈퍼소닉의 야심찬 지속가능성 목표
콩코드가 비행을 멈춘 지난 약 20년 간 우리는 경제와 기술 환경의 거대한 변화 외에도 항공 회사들이 산업계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제한을 따라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지난해 7월 제휴하기로 발표한 붐 슈퍼소닉과 롤스로이스는 오버추어의 연비 극대화,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 사용 보장, 소음 최소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붐 슈퍼소닉은 “지속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으로서 우리 문화의 핵심 부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실제로 붐의 야심찬 지속가능성 목표 발표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XB-1은 탄소 중립적(실질적 배출량 0)이 될 것이며, 듀런스 부사장은 목표는 “오버투어 비행기들은 비행 첫 날부터 탄소중립적이 되고 100% 지속 가능한 대체 연료로 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음속 비행기 경주의 현황은
붐 슈퍼소닉만이 상업용 비행을 위해 새로운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항공우주국(NASA·나사)는 소닉 붐의 소음 수준을 낮추는 실험적인 초음속 항공기인 X-59를 개발했다.
텍사스 억만장자 로버트 배스가 세우고 보잉사의 지원을 받아 오는 2025년 비행할 업무용 초음속 제트기를 개발중이었던 에어리온 슈퍼소닉(Aerion Supersonic)도 있다. 하지만 에어리온은 투자자를 찾지 못해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고 블룸버그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붐 슈퍼소닉의 여정은 아직 좀 길어보인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발표한 것처럼 붐 슈퍼소닉 최초의 ‘오버추어’ 초음속 항공기를 내놓는 2025년까지는 아직 4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시험비행이 2026년이며, 승객을 실어 나르는 시점은 2029년이다.
“지속 가능한 항공기 투자는 위험하지만 필요하다.”
이번에 발표된 유나이티브 항공과 붐슈퍼소닉 간 초음속비행기 공급 계약은 붐 슈퍼소닉에겐 큰 진전이다. 다만 붐은 오버추어가 나오더라도 해외 규제기관 외에 미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나이티드 항공 측에서는, 초음속 여객기는 자사를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막 회복되기 시작하는 산업계의 파괴적혁신자로 위치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서 마이클 레스키넨 유나이티드항공 기업개발본부장은 아처라는 이름의 전기 항공 택시 사업에 2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선언했으며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해 정말 자신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혁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스키넨 본부장은 “새로운 기술이 전통 산업에 도입되면 얼리 어답터들은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된다. 기술 세계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창업자들이 각각 스마트폰, 표준화된 운영체제, 온라인 시장의 가치를 인정한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붐이 같은 운을 갖게 될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지만, 기후 변화에 비추어 볼 때, 지속 가능한 상업 항공편이 항공사들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유나이티드 항공과 붐 슈퍼소닉이 상업용 초음속 비행기 부활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