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 출간 이후, 저는 꾸준히 콘텐츠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움직임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에는 상당히 많은 인공지능 활용 시도들이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있었습니다. 올 해 2021년에는 메타버스가 인공지능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혁신의 이미지를 차지하게 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주춤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2021년의 콘텐츠 분야 인공지능은 눈길이 가는 새로운 시도보다는 실제 창작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서 스며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듯합니다. 인공지능이 콘텐츠 분야에서도 확실히 대중화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2021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2021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일반 콘텐츠 소비자들에게까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중적인 인공지능 콘텐츠 프로젝트를 위주로 ‘2021년 인공지능 콘텐츠 분야 인기 키워드 5가지’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2021 인공지능 콘텐츠 인기 키워드, 첫 번째는 ‘인공지능 가수’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음악 창작을 하거나 연주 및 노래를 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있어왔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국내 사례는 바로 2020년 12월 음악 전문채널 M-Net의 <인공지능(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에서 혼성그룹 ‘거북이’의 리더 고(故) 터틀맨을 복원하여 방송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8년 고인이 된 터틀맨을 인공지능 기술로 완벽하여 재현하여 예전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를 수 있도록 한 이 방송은, 콘텐츠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어떠한 활용 사례를 만들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쏟아지자 유사한 시도들이 올 한해 여러 차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시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뿐 아니라 부정적인 비판들도 꽤 있었는데요. 고인이 된 분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작업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인 문제점에 대한 깊은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많이 표출되었습니다. 어쨌든 이 프로젝트는 대중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콘텐츠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가 인공지능의 대중화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2021년 인공지능 콘텐츠 인기 키워드, 두 번째는 ‘인공지능 아나운서’입니다.
인공지능 아나운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여러 차례 시도가 되었는데, 현재 뉴스를 진행하는 인기 앵커를 재현한다는 점에서 TV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국내 사례 중 큰 관심을 받았던 프로젝트는 바로 MBN의 김주하 아나운서를 인공지능으로 재현한 것이었습니다. MBN 뉴스의 메인 앵커인 김주하 아나운서를 인공지능 아나운서로 재현해 내었고, 인공지능 아나운서가 짧은 오후 뉴스를 진행하도록 하여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그런데 진짜 김주하 아나운서와 거의 똑같다는 점 이외에도 인공지능 아나운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 부분은 바로 인간의 노동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아나운서 자리가 인공지능으로 채워진다면 실제 아나운서들은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노동이 대체된다는 것을 부정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진실은 인공지능은 미래 사회의 인간 노동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 점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노동력을 효율화합니다. 열 명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할 수 있게끔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제 미래에는 10명 중 9명은 지금의 일자리가 아닌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합니다. 물론 산업혁명 때처럼 인공지능혁명이 더 많은 직장을 만들어 인류에게 더 큰 가치를 주게 된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많은 직장을 만드는 것과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것 사이에는 시차가 발생합니다. 직장이 없어지는 것이 먼저이고, 새로운 직장은 나중에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런 이유로 대체된 사람들은 새로운 직장을 얻기 위해 일정 기간 교육을 받아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시차동안 사람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전 세계 전문가들이 ‘로봇세’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2021년 인공지능 콘텐츠 인기 키워드, 세 번째는 심각한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입니다.
워낙 언론에서 많이 다뤘던 이슈이기도 해서 이루다를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2020년 12월 23일 인공지능 스타트업 ‘스캐터랩’에서 출시한 20대 여대생 콘셉트의 챗봇으로, 출시된 지 3주 만에 2021년 1월 11일 서비스를 종료하게 됩니다. 마치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친근한 이미지의 인공지능 챗봇을 만들어낸 이 스타트업은 출시하면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뜻하지 않은 논란에 서비스가 바로 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사람 간 대화 정보와 인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학습을 위한 대량의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규정에 위배되는 활동도 있었다는 점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 문제로 인해 인공지능 개발 시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게 됩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인공지능이라도 개발 시에 합법적인 방법이외의 방식이 사용되어졌다면 그 인공지능은 너무나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인 스캐터랩은 서비스를 바로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죠. 인공지능은 기존의 기계나 소프트웨어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내년 1월쯤에 ‘이루다’가 다시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있던데,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2021년 인공지능 콘텐츠 인기 키워드, 네 번째는 ‘GPT-3'입니다.
‘Open AI’라는 미국의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 단체에서 개발한 이 인공지능은 아주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글쓰는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글을 쓰는 인공지능이지만, 국내 인공지능 콘텐츠 분야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2021년에 주었기 때문에 저는 GPT-3를 네 번째 인기 키워드로 뽑아보았습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인공지능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무시무시한 성능을 보여준 GPT-3, 그 이후로 전 세계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자국 언어로 글을 쓰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한국도 비슷한 시도들이 줄지어 나타났습니다. 네이버가 한국어 기반의 대규모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2021년 5월에 공개했고, 2021년 11월에는 카카오의 ‘KoGPT’가 발표됩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글쓰기 수준이 거의 비슷한 정도가 되었다고 인정을 받고 있는 GPT-3도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개선해야할 문제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진화하는 글쓰는 인공지능은 이제 범용 인공지능이라는 인간의 두뇌와 흡사한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가능도 보이고 있는데요. 범용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보여준 GPT-3로 인해, 콘텐츠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창작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1년 인공지능 콘텐츠 인기 키워드, 마지막 다섯 번째는 ‘인공지능 성우’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실생활에서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들이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인공지능 성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고를 작성하면 바로 특정 성우의 목소리로 녹음된 음성 파일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특정인의 목소리를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이 수월해지자, 이미지에 이어 목소리에서도 딥페이크 기술로 인한 문제점이 나타날 거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기술을 잘 활용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지만, 누구나 어렵지 않게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딥페이크의 위험성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제 다가오는 2022년에는 어떤 키워드가 인공지능 콘텐츠 분야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까요? 아마도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올 한해 많은 이야기가 나왔던 ‘버추얼 휴먼’이 내년의 인기 키워드 1순위가 아닐까 예상해봅니다. 버추얼 휴먼은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진 사람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가상 인간’입니다. 2020년과 2021년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로 고인이 된 가수들을 다시 볼 수 있었고, 인기 뉴스 앵커를 대신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인공지능 아나운서를 지켜보았습니다. 이제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버추얼 휴먼이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고, 관공서의 안내자가 될 것이며, 쇼핑 채널의 호스트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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